▶ ■공화-민주 대선 본선체제 전환
▶ 7월 전당대회 거쳐 ‘첫 여성-아웃사이더’ 대결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이 4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공화당 경선 판세가 일찌감치 압도적 1위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로 굳어진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경쟁자였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이날 오후 경선 중단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선 3일 당내 경선 2위를 달리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인디애나 경선 패해 직후 경선을 중단했고 이날 마지막 경선 주자로 남았던 케이식 주지사마저 중단을 선언하면서 유일하게 남은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됐다.
케이식 주지사는 오하이오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이제 경선을 접는다"면서 그동안 고생한 선거 참모들과 지지자들, 그리고 유세과정에서 만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선거를 중단하면서 나는 신이 나의 앞길을 보여주고 인생의 목적을 달성할 길을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케이식 주지사는 기자회견 도중 감정에 북받치는 듯 울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로서는 지난해 6월16일 대선 출마선언 이후 323일 만에 16명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차례로 꺾으면서 경선판을 완전히 정리한 셈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도 전날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사실상 당 대선후보"라고 선언한 상태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까지 각 후보가 확보한 대의원 수는 트럼프가 1,047명, 크루즈 565명, 케이식 153명이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올해 미국 대선은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될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3일 열린 인디애나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마지막까지 싸울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최종 대통령 후보는 7월 전당대회를 통해 확정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샌더스가 힐러리를 이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본선 진출이 확정적이지만 전당대회 전까지는 아직 각 당의 공식 후보는 아니다.
민주당의 경우 이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승부를 뒤집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클린턴이 확보한 대의원은 수퍼대의원 520명을 포함해 2,202명, 샌더스는 수퍼대의원 39명을 포함해 1,400명이다.
격차가 800명 이상 벌어져 있기 때문에 1,100여명 남은 대의원을 샌더스가 대부분 확보하지 않는 이상 클린턴이 오는 7월25∼28일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지명될 것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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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 이어 4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까지 경선 중단을 선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반이민·막말로 진흙탕 경선…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
지난해 6월16일 뉴욕 맨해턴의 트럼프 타워에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출마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그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출마선언 당시 지지율은 한 자릿수 초반대에 불과했고 아버지와 형이 미국 대통령을 지낸 '정치 명문가' 출신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해 워싱턴 정가에서 뼈가 굵은 쟁쟁한 정치인들이 그의 경쟁자였다.
TV 리얼리티 쇼로 인지도를 높인 그가 수년째 저울질하던 대권에 도전했다는 자체도 화제였지만 한 나라의 대권후보에게서 볼 수 없던 강도 높은 '막말'이 단연 관심거리였다.
그는 출마선언 당시 "멕시코가 문제 많은 사람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고 마약, 범죄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막무가내 공약을 처음 내세웠다.
아웃사이더 정치인의 '신선한' 출마선언에 소셜미디어는 달아올랐다.
트럼프 출마선언 직후인 이날 정오부터 17일 자정까지 12시간 동안 페이스북에서 340만명이 트럼프 관련 게시물에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거나, 글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총 640만 건의 반응을 보였다.
출마선언 당일 470만명이 반응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먼저 출마를 선언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210만명, 부시 전 주지사 49만명보다 단연 앞섰다.
언론도 연일 트럼프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언론이나 소셜미디어의 반응은 정상적인 관심이라기보다는 비난이나 조롱에 더 가까웠고, 리얼리티 쇼 스타의 대선 출마는 진지함보다는 농담거리로 치부됐다.
그러나 출마선언 일주일 만에 발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그는 출마선언 이전보다 2배 이상 오른 11%의 지지율로, 당시 유력 주자로 꼽히던 부시 전 주지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멕시코 이민자 막말로 사방에서 거센 공격을 받는 와중에도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강세를 보여준 것이다.
트럼프의 예기치 못한 선전에 공화당은 당황했고, 민주당은 쾌재를 불렀다.
트럼프는 탄력을 받은 듯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갔고, 이러한 '노이즈 마케팅'이 주효했는지 트럼프는 7월 초 공개된 이코노미스트-유고브의 여론조사에서 15%의 지지율로 공화당 후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언론들은 성향을 막론하고 대체로 트럼프에 비판적인 기조를 유지했으나, 시청률과 열독률을 담보하는 '트럼프'라는 따끈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 가운데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선거유세는 구경거리다. 우리는 미끼를 물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기사를 연예면에서 다루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가세로 공화당 경선은 진흙탕으로 변해갔고, 그 와중에도 트럼프 지지율은 20%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8월 처음 열린 공화당 TV 토론에서도 트럼프는 주인공이었다. 토론회 이후 진행자이던 폭스뉴스 여성앵커 메긴 켈리와의 설전이 거센 역풍을 불러오며 공화당 내에서 사퇴론까지 나왔으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해 30%를 넘어섰다.
10월 들어 또 다른 막말 주자인 신경외과 의사 출신 보수논객 벤 카슨에게 1위 자리를 잠시 내주기도 했으나 이내 선두를 탈환했다. '무슬림 입국금지' 발언이나 잇단 여성 비하 발언 등도 대세론을 꺾지 못했다.
트럼프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뤘던 언론들까지 '정색'하고 트럼프를 비판하거나 검증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2월1일 대선 풍향계인 첫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트럼프는 크루즈에 이어 2위에 그치며 일격을 맞았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네바다에 이어 3월 '수퍼 화요일' 대전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점점 승기를 굳혔다.
그리고 마침내 3일 인디애나주에서도 승리하며 2위 후보 크루즈와 케이식의 항복을 받아냈고,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최근 본선 상대인 클린턴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지지율이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면서 트럼프는 경선 출마선언 당시만 해도 꿈같이 여겨졌던 백악관 입성까지 내다볼 수 있는 입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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