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하직원 사기 저하로 이탈
▶ 경영진 ‘불용인 신호’ 보내야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 혹은 절대적 약자에게 함부로 힘을 행사하는 ‘갑질’은 서열주의 문화의 산물이다.
직장에서 ‘갑질’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조직사회에서 ‘갑’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서있는 사람이다.
이 경우 자리는 곧 ‘힘’이고, 이 힘을 자신보다 낮은 자리에 있는 ‘약자’를 모욕하거나 조종하는데 부당하게 사용하는 짓거리가 갑질이다.
직장에서의 갑질은 서열주의(rankism)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 “아무개에게 갑질을 하다”에 해당하는 영어표현도 “play rank on someone”이다.
서열주의라는 용어는 로버트 W. 풀러가 쓴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 계급 남용 극복하기’(Somebodies and Nobodies: Overcoming the Abuse of Rank)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 책에서 풀러는 갑질을 “우리보다 못하거나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단지 우리에게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대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직장을 비롯한 조직 내의 갑질은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높은 자리에 있는 리더가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특전을 누리려들거나 종신직 교수가 해고될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 앞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도 갑질이다.
계급장 뒤에 숨어 부하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행위 역시 전형적인 갑질에 속한다.
갑질은 사회적 서열이 존재하는 곳이면 어디서건 나타난다.
부모가 자녀에게 심한 손찌검을 한다든지 의사가 간호사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교사가 학생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고객이 웨이터에게 고압적으로 구는 것 등이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갑질의 본보기다.
두말 할 나위 없이 서열주의가 판치는 직장 분위기는 직원들의 사기와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이로 인해 재능 있는 인재들이 떠나고 뒤에 남은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된다.
계급에 치여 갑질을 당한 ‘을’은 조롱과 멸시와 학대 속에서 시들어간다.
이처럼 서열주의가 고착화된 일터에서는 ‘갑’ 역시 ‘을’과 마찬가지로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서열주의로 피해를 본 을은 갑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자신을 보호하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과 이론 사이에는 넘기힘든 간격이 존재한다. 원칙이 통하는 집단이라면 애초부터 서열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갑의 횡포를 받아준다. 아마도 곧이곧대로 바른 말을 했다간 뒷감당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사심이 나올 리 없다. 현재의 일터에서 마음이 이탈한 을은 직장을 떠날 기회를 찾게 된다. 귀중한 인재를 잃은 회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을 입는 셈이 된다. 더구나 회사 측은 유능한 직원이 일터를 등진 진짜 이유를 끝내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직장의 서열주의에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직장인들은 위계질서의 최상단으로부터 ‘신호’를 받는다. 고위 지도자들이 서열주의를 용인하는 듯한 신호를 보내면 갑질이 일상이 된다. 따라서 경영진은 서열주의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갑질은 눈에 뜨이는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
종업원들도 두려워말고 편안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보수체계가 서열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짜여 지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말단 종업원들의 봉급과 까마득한 차이를 보이는 최고경영자와 중역들의 보수는 개인의 가치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믿음을 공고히 함으로써 상하간의 시비가림을 금기시하는 서열주의 직장문화를 부추긴다.
갑질 없는 직장문화를 구축하려면 최고경영자는 늘 부하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과 만나 수시로 그들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이 최고경영자가 해야 할 업무의 중요한 부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행동이 따르지 않는 의견청취는 소용에 닿지 않는다.
서열주의에 제대로 대처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직원 한명 한명의 재능과 기여를 진정으로 귀중하게 여기는 기업이라면 조직 내 서열주의를 타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계급, 혹은 힘의 남용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서열주의에 대처하는 최상의 방법은 계급장을 앞세우는 사람보다 끗발이 높은 조직 내 지도자가 강권으로 갑질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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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 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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