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정당 월 100달러 낭비, 흠 있는 농산물은 폐기 신선함 잃으면 쓰레기로
▶ ■ 식습관 대폭 바꿔야, 유통기한의 개념 알아야 기아문제·기후변화 영향
미국의 소비자들은 음식낭비가 심하다.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내버리는 음식의 양은 1970년대에 비해 50% 이상 늘어났다.
국내 소매업체와 소비자들에게 공급되는 전체 음식물의 31%가 사용되지 않은 채 버려진다는 연방 농무부(USDA)의 조사결과도 NIH의 통계치를 뒷받침한다.
식품 낭비의 주범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요식업체들이다.
물론 이들이 음식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단독주범’으로 몰아세워선 안 된다.
미국의 경우 4인 가족이 1년 동안 내다버리는 음식물의 가치는 연 1,500달러에 달한다. 한 달에 100달러어치 이상의 멀쩡한 식품을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는 얘기다.
사람들의 입맛은 시대상을 반영하며 변한다.
수십 년 전에는 조리를 하지 않은 신선한 음식은 인기가 없었다. 맛도 별로인데다 위험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소금에 절인 생선이나 고기의 수요가 높았다. 냉동식품도 평판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케일에서 고단백 곡물인 퀴노아에 이르기까지 신선한 음식이 최고의 먹거리로 대우를 받는다.
샌마르코스 소재 텍사스주립대학의 역사교수인 제임스 맥윌리엄스는 “요즘은 신선한 음식물을 최고로 여기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룬다”며 “신선한 식품을 찾아다니는 소비자들은 보기에 가장 좋은 작물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는 논리를 충실히 따르는 셈이다.
이렇듯 식품의 외양을 중요시하다보니 흠집 없는 최상품만이 상점 진열대에 올라가고 약간이라도 하자가 있는 아이템은 쓰레기 매립장으로 직행한다.
매립장에 버려진 음식물이 온실개스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천연자원수호위원회(NRDC)의 식량?농업 담당 과학자 다나 건더스는 “신선할 뿐 아니라 흠 없는 모양새까지 갖춘 완벽한 식품에 대한 집착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양의 작물들이 공급체인에서 일찌감치 제외됐고 이로 인해 사상 유례 없는 막대한 양의 농산물 쓰레기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생산자들 역시 먹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작물이라도 외관상 흠이 있으면 그대로 폐기처분하기 일쑤다. 가공처리를 하는데 드는 인건비 등 가변생산요소로 인해 웬만하면 이윤을 남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의 곡물산지인 캘리포니아도 음식 찌꺼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UC데이비스의 집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경우 식품과 농산물 폐기물이 주 전체 매립장 쓰레기의 25%를 차지한다.
지구촌 전체로 볼 때 인구와 음식 수요는 계속 빠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현재 73억을 헤아리는 세계인구가 2050년에 이르면 97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식량기구 관계자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내다버리는 음식물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연적인 식량증산만으로는 끊임없이 늘어나는 음식 수요를 충족시킬 없다.
USDA는 미국은 소매점과 가정에 돌아가는 전체 식량공급의 31%가 버려진다고 밝혔다. 미국의 각 도시에서 나오는 고체 쓰레기 가운데 최대 단일 구성요소로 꼽히는 음식 폐기물은 식량안보는 물론 기후변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식량 불안정성을 해소할 신속한 해법이 절실히 요구되는 가운데 미국은 지난해 오는 2030년까지 음식 찌꺼기를 50% 줄일 것을 골자로 한 사상 최초의 식품 쓰레기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실질적인 해법은 민관의 공조와 개인의 식습관 변화에 달려 있다.
식당과 그로서리마켓 등 식품 소매업체와 접근 가능한 음식물의 선택폭이 워낙 넓고 다양하다보니 소비자들은 약간이나마 흠집 있는 로메인 상추나 치즈를 주저 없이 쓰레기통에 처넣는다.
건더스는 “장을 볼 때 단 몇 센트라도 값이 싼 곳을 찾아다닐 정도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은 대단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업계의 일부 관계자들은 단지 겉모양이 반듯하지 않아 폐기처분되는 식품을 활용하면 지구촌의 기아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식품의 유효기간에 대한 논의도 가열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판매기한을 뜻하는 ‘sell by’와 사용기한을 알려주는 ‘use by’ 등 포장지에 적힌 유통시한의 차이를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판매기한이 지난 식품이라 해서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트레이더 조의 사장을 역임했던 더그 로치는 지난해 보스턴의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뒤섞인 동네에 비영리 그로서리점인 ‘데일리 테이블’을 오픈했다.
이 상점의 진열대에는 수퍼마켓과 제조업체, 재배업자 등으로 구성된 광범위한 네트웍을 통해 기증받은 잉여 식품과 유통시한이 거의 찬 식료품이 쌓여있다.
건더스는 “우리의 전체 푸드시스템은 사용의 극대화가 아닌 이윤극대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데일리 테이블과 같은 창조적인 음식 공급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의 빈민들을 먹이는데 큰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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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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