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제언론 등에 업고 만들어 온 ‘전지전능 지도자’ 이미지 흔들
▶ 외부요인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 속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 입지 흔들

피칼레보 알루미나 공장 노동자가 공장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푸틴의 리더십도 흔들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피칼레보, 러시아> 러시아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국영TV 카메라 앞에서 러시아 최고 갑부의 한사람을 호통 치며 꾸짖던 공장의 회의실은 푸틴이 보통사람들을 경제적 고통에서 구해내고 노동자들의 소요를 잠재웠던 성지가 됐다. 이 공장의 공장장인 세르게이 리아코프는 3층의 작은 방을 보여주며 “모든 것이 여기서 일어났다. 이곳은 푸틴이 우리 공장의 미래를 해결해 주었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대통령인 푸틴이 총리시절이었던 거의 7년 전 일이다. 푸틴이 빅쇼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을 때 존재했던 경제적 어려움이 다시 찾아왔다. 푸틴이 2009년 피칼레보 소요의 책임이 있다고 꾸짖었던 러시아 거부들의 ‘사소한 탐욕’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덮치고 있는 것이다.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4시간 정도 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피칼레보와 러시아의 다른 지역들은 현재 1999년 말 푸틴이 권좌에 오른 이후 가장 긴 경기침체기를 지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달 러시아의 빈곤률이 14.2%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현재 곤경은 대부분 크레믈린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이유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원유와 가스 가격 폭락이 푸틴을 코너로 몰고 있다. 사실 푸틴은 자신의 조치와는 별 관련이 없는 경제적 호황의 공을 거의 다 가져갔다. 그러면서 정치 경제적 난제들을 풀어낼 줄 아는 유능한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현재 그는 자신의 권력과 능력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최근 유가의 반등은 최악의 위기는 지나갔다는 희망을 크레믈린에 안겨 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상황은 푸틴의 운명이 에너지 시장과 유럽 및 미국의 경제제재 같은 예측할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멘트를 만드는 데 사용되던 걸쭉한 슬러지가 지금은 쓸모없이 저장소에서 넘쳐나고 있다. 이것은 피칼레보에서 가장 큰 공장에서 생산하는 알루미나 시멘트의 부산물이다. 이 부산물은 인근 시멘트 공장의 생산에 사용되곤 했다. 하지만 시멘트 수요가 줄면서 생산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슬러지 구입은 이전의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푸틴도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은 피칼레보에서 유일한 호텔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비엣 시절 세워진 볼품없는 이 호텔의 직원들은 모두가 중년 여성들이다. 이들은 호텔 소유주인 알루미나 공장이 호텔과 관련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서 전원 해고 통보를 받았다. 푸틴의 자신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 가운데 하나인 이 도시의 시장 드미트리 니콜라에프 조차 보호해주지 못했다. 니콜라에프는 알루미나 공장과 한 건설회사와 관련한 부패혐의로 지난 4월19일자로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의 권좌에 앉아 있던 16년 동안 푸틴은 러시아의 대부분 작은 문제들까지 전부 해결해 주는 전지전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푸틴이 지난 2009년 방문했던 피칼레보 공장의 경영자인 막심 볼코프는 “그는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궁극적인 책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볼코프는 푸틴을 보리스 옐친 이후 표류하고 쇠락해 가던 러시아를 다시 일으켜 세운 ‘강력하고 효율적인’ 지도자라고 칭송하면서도 클레믈린의 권력 집중화는 대통령을 “그의 밑에서 일하는 모든 멍청이들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주 사소한 다툼과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까지 그의 몫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국적으로 방영된 시청자 전화참여 프로그램에서 푸틴은 보통사람들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홍수처럼 걸려오는 질의에 응답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이전과 같은 으스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푸틴은 현재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난해 같은 쇼에서 전망했던 성장은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푸틴은 “바닥이 어딘지 알기 힘들다. 러시아는 현재 회색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멘트 공장의 오랜 근로자인 니나 수슬로바에게 현재는 암흑기에 더 가깝다. 그녀는 최근 자신의 일을 세 사람이 나눠서 하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근무시간이 대폭 줄고 임금도 그만큼 삭감된다는 것을 뜻한다. 수슬로바는 “우리는 먹어야 하고 고지서도 갚아야 한다. 미래가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해고는 않으면서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것은 경기침체기에 러시아 기업들이 많이 실시하고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푸틴 시기에 많이 인상된 임금에 익숙한 근로자들에게는 이 방식에 대한 물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시멘트 공장의 노조관계자는 “그들은 삭감이라는 말 대신 직장의 적정화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푸틴에 입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해외 도발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환상과 놀라움이 점차 가라앉고 가계 문제가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되면서 그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레바다 센터가 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러시아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해 조사 때의 64%보다 줄어든 것이다.
푸틴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 3월 조사에서 73%가 그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난해 83%에서 떨어진 것이다. 수슬로바는 지금까지 계속 푸틴에 표를 던졌다며 그가 자신의 생활을 더 낫게 만들어 줄 것으로 믿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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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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