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녀왕 엘리자베스 찬양 뜻에서 버지니아 명명
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영국도 신대륙에 뛰어들다
교황 알렉산더 6세가 신대륙을 스페인과 포르투갈 두 나라에 너그러이 분배할 무렵 영국은 그의 안중에 없었다. 그가 영국을 무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이 소왕국은 해군력도 없었고 정치와 종교 싸움으로 나라가 분열된 상태였다.
그러나 콜럼버스 시대에 이르러 국왕 헨리 7세(Henry VII: 1457~1509)는 영국의 미래가 대양에 달려 있다고 보고 모험적인 상인을 보호하고자 함대와 조선소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는 스페인인의 뒤를 따라 향신료를 구하기 위해 서방 항로 탐색에 나선 존 캐보트(John Cabot)의 원정대를 지원했다. 그런데 캐보트는 후추와 인도 대신 뉴펀들랜드의 대구와 래브라도 해안을 발견했다.
헨리 7세의 후계자들도 충실하게 해양 진출 계획을 추진했다. 영국 상인들은 점차 자신의 능력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신대륙에서 그들을 밀어낸 조약을 더 이상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영국이 조인하지도 않은 일방적인 조약이기도 했다.
솔직히 엘리자베스 여왕은 형제간인 스페인 국왕과 우의를 두텁게 해야 했으나 그렇다고 영국 탐험가들이 변변찮은 전투로 막대한 전리품을 얻을 기회를 금지할 이유도 없었다.
-해적 출신 드레이크
실제로 해적 출신의 탐험가 프랜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 1545~1596)는 전시도 아닌데 스페인의 요새를 공격했고 다리엔 지협에서 황금을 운반하던 당나귀 행렬을 습격해 금은보화를 영국으로 가져왔다. 이후에도 그는 황금을 가득 실은 스페인 제독의 군선을 노획해 후원자들에게 엄청난 재물을 안겨주었다. 여왕도 그 후원자 중 한 명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가톨릭에 적의를 품고 있던 영국인은 태연했다. 훗날 올리버 크롬웰은 “스페인이 우리의 적국이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 하늘의 뜻이다”라고 말했다.
-월터 롤리 경의 버지니아
한편 엘리자베스 여왕의 총신 월터 롤리 경(Sir Walter Raleigh: 1552~1618)과 그의 이복형제 험프리 길버트 경(Sir Humphrey Gilbert)은 북아메리카에 식민지를 세울 계획을 세웠다. 당시 길버트는 그리스도교도인 왕후의 소유가 아닌 ‘이도교의 야만국’은 답사해도 좋다는 특허장을 받았다.
1584년 롤리 경은 원정대를 조직해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의 해안 가까이에 있는 한 섬에 상륙했다. 그리고 처녀왕인 엘리자베스를 찬양하는 뜻에서 그곳을 버지니아로 명명했다. 다음 해에 그는 식민지를 세우려다 실패했고 1587년 원정대를 보내 로어녹(Roanoke) 섬에 여성 17명을 포함한 150명의 이민자를 남겨놓았다. 4년 후 식량을 실은 배가 로어녹에 도착했지만 그곳에는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없었다. 그 불운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지금까지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1602년 롤리 경은 언젠가는 버지니아가 영국의 영토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무적함대 격퇴
스페인의 무적함대 아르마다(Armada)가 격퇴된 이후 무적 스페인이란 믿음은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 신대륙에 대한 스페인의 독점권을 존중해야 할 이유는 사라졌다. 그래도 스페인 영토를 공격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 아직 스페인인이 정착하지 않은 지역을 선택해 버지니아 개발 계획을 세운 것이다.
1600년 해클루트의 《항해기 Voyages 》 종결편이 출판되었다. 1605년에는 런던에서 〈아! 동쪽으로 가자 Eastward Ho!〉라는 희극을 상연했는데 이것은 북아메리카를 또 다른 황금의 땅으로 그리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런던의 상인이 식민지를 목적으로 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황금을 가득 실은 스페인 왕의 군선은 그들에게도 굉장히 유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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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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