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이악(SCI-Arc), 실험적 성격 강한 대학 5년제 학부, 3년제 대학원
▶ 기차역 건물 학교로 개조…길이 400m, 100년도 넘어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설립자 케이프, 새로운 건축 교육에 대한 꿈 키워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설립자 케이프, 새로운 건축 교육에 대한 꿈 키워](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6/05/25/20160525112430571.jpg)
싸이악의 내부 모습. 왼쪽은 복도이면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고 오른쪽은 학생들이 설계하는 작업공간이다. 양쪽 벽의 높은 창문에서 빛이 내려와 낮에는 인공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환하다.
로스앤젤레스가 영화로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을 무렵부터 다양한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이곳으로몰려들었다. 건축 쪽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왔다.
일부는 영화 세트 제작에 참여하여 영화발전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많은 건축가들은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전통적인 건축 교육 체제에서 벗어난 새로운 대안 건축설계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LA 도심에 있는 싸이악(SCI-Arc)은 건축계에서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건축대학으로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2016년 현재 대략 80명 정도의 교수진이 대학원과 학부 합쳐서 500명 정도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교수진은 대개 현재 건축 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짜여 있다.
싸이악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설립자 레이 케이프에 대해 알고 넘어 간다. 케이프는 중학교 때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왔다. 우연히도 그는 노이트라가 설계한 중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건축에 강한 인상을 받았고 건축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UC 버클리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2년 정도 실무를 익힌 후 1953년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다.
로스앤젤레스에서 10여년 실무를 쌓고 짬짬이 시간을 쪼개 강의를 하면서 그는 건축을 가르치는 것이 그의 소명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새로운 건축 교육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었다. 마침 포모나 캘리포니아 주립공과대인 ‘칼 폴리 포모나’ (Cal Poly Pomona)에 건축과를 설립하는데 학과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다. 나이 40에 그의 꿈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듯 했다. 1968년에 학교를 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립학교 체제 내에서 건축과를 운영하는 것이 그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버겁게 느껴졌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학교라는 기존의 체제 안에서 행정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별개였다. 이런 부담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래서 설립한지 3년 만에 학교를 뛰쳐나왔다. 어떤 이는 이런 케이프를 섣부르게 현실에 적응 못 하는 이상주의자라고 비웃을지 모르겠다. 이때만 보면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케이프는 여기서 주저하지 않고 다시 한번 새 건축 교육을 위해 거의 무일푼으로 샌타모니카 인근의헌 창고를 빌려 또 다른 학교를 설립 했다. 이때 칼 폴리로부터 6명의 교수와 50명의 학생이 그를 믿고 따라 나서 ‘새 학교’ (the New School)로 옮겨 왔다. 학교 이름도 없어서 한동안 이렇게 불렀다. 그는 결코 새 학교라는 이상만 꿈꾸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 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를 따르던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증명한다. 안정된 자리를 뛰쳐나와 함께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나섰다는 건 그가 이미 진정한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탄생한 학교가 바로 싸이악이다. 1972년의 일이다. 칼 폴리에서부터 뜻을 함께한 교수 중에 탐 메인이 눈길을 끈다.
지금은 로스앤젤레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지만 그는 1990년대까지 싸이악을 대표하는 교수 중 한명으로 활약했다. 아직 그의 이름을 아는 이가 많지 않은 시기였다. 학교의 목표는 케이프의 뜻에 부응하여 ‘벽없는 학교’ (college without walls)이다.
건축의 실험정신이 느껴진다. 이 학교에서는 건축학위만 수여된다. 미 건축인증위원회(NAAB)에서 인증한 5년제 학부(B. Arch)와 3년제 대학원(M. Arch)프로그램이 있고 이 밖에 여러 가지 실험적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케이프는 15년 동안 싸이악을 이끌다가 1987년 학장(Director)에서 물러났다. 싸이악은 설립 시기부터 무일푼으로 개교했고 이윤을 추구하지 않다 보니 학교 운영상 고비가 적지 않았다. 학교는 변변한 건물이 없이 창고에서 심할 때는 천막에서 수업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나마 능력 있는 젊은 교수진이 열정적으로 학교에참여하면서 큰 힘이 되었다. 이 와중에 학교를 대표하는 교수진 중 탐 메인과 닐 드나리가 UCLA에서 종신 교수직을 제안 받고 옮겨가면서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수로 꼽히는 사람들이었다. 이후 학교는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갔지만 2000년에 로스앤젤레스 구도심으로 옮겨오고 에릭 오웬 모스가 학교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학교는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1980년대부터 로스앤젤레스 시는 도심의 버려진 낡은 동네를 되살리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싸이악 주변을 예술 구역으로 지정하여 버려진 낡은 창고나 공장 건물들을 예술가를 위한 보금자리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싸이악이 들어선 건물은 원래 기차역으로 쓰이던 곳이었다. 100년도 더 된 건물이다. 지금 주차장 자리가 예전에 화물을 싣기 위해 기차들이 기다리던 곳이었다. 화물을 싣고 내리기 편하게 아주 기다랗게 지어졌다. 자그마치 길이가 400m에 달한다. 63빌딩 2개가 누운 정도로 길다. 비공식이지만 전 세계 건축학교 건물 중에서 가장 긴 건물로 알려져 있다. 2015년부터는 헐난 디아즈 알론소(HernanDiaz Alonso)가 학교를 이끌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어떤 길로 걸어갈지 궁금하다.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설립자 케이프, 새로운 건축 교육에 대한 꿈 키워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설립자 케이프, 새로운 건축 교육에 대한 꿈 키워](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6/05/25/20160525112430572.jpg)
싸이악은 원래 화물 기차역으로 쓰였던 건물을 학교공간으로 개조했다. 길이가 무려 400m나 된다. 63빌딩 2개를 누인 길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건축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건축가 김태식>블로그
http://blog.naver.com/geocrow
<
건축가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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