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랜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영국인들은 만들어냈을 것”

Dublin Castle, 도서관, 양치는 목장, 시내를 달리는 2층 관광 버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항공, 호텔, 렌트카 포함 899달러
아일랜드는 한국처럼 이웃나라로 부터 오랜 세월 고난을 당한 나라, 대 기근으로 인구의 절반이 굶어 죽거나 이민을 간 나라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백 여 년 전에 타이태닉호를 건조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인데도 자랑은커녕 부끄러워하고 있는 나라인지는 몰랐다.
899달러에 항공편, 호텔 그리고 렌트카 비용까지 포함 된다는 광고가 사실인지 궁금했다. 파리나 런던보다 더 먼 곳을 더 싸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값에는 일기가 불순한 한 겨울철 요금, 원하는 시기에 약간 높은 금액으로 예약을 하고 두 가정이 함께 떠났다. 길도 모르는 도시에서 핸들 위치와 운전이 미국과 반대라 사고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렌트카는 하지 않았다.
목동들의 피리소리 들리는 산골짝과 아름답다는 해변 도로를 보고 싶었다. 한번도 침략을 해 보지 못하고 침략만 당한 나라지만 오랜 세월 몸부림치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은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도시 1위가 더블린이다. 아일랜드는 법인세가 저렴하여 애플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자회사를 이 곳에 두고 이 나라에 세금을 낸다는 사실이 밝혀져 자국 정부의 미움을 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안전도시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한 밤중에 이륙하여 다음날 아침 더블린 공항에 도착하였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서 짐을 맡겨 놓고 관광을 나섰다. 미리 예약한 2층 관광버스 정류장은 메리온 스퀘어 공원 앞이었다.
더블린은 인구 55만 명밖에 되지 않는 아담한 도시인데 아일랜드 말로는 ‘단단히 다진 땅의 도시’라는 뜻이고 영어로는 ‘검고 낮은 곳’이란 뜻이라고 한다. 바이킹과 로마 등 여러 국가의 침략을 당했으며 영국에 7백년이나 지배를 받았으며, 북부의 6개 카운티는 아직도 영국령이다.
아일랜드에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는 비용이 저렴하고 안전하기 때문, 세계 최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과 남미의 여러 나라가 해결하지 못한 안전과 강도 절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여 관광객이 편한 마음으로 찾아오게 만들었다. 택시 요금이 저렴하며 우버나 ‘하이로우’가 있어서 편리하다. 거리에는 관광객들이 물결치고 있다. 거리에서 길을 물어보면 “관광객이라 잘 모른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Hop On Hop Off(HOHO) 버스가 청, 황, 적색의 3개 회사 노선이 있는데 우리가 구입한 티켓은 적색(Red) 노선 버스였다. 수시로 내렸다 탈 수가 있으며 우리는 48시간 유효한 표를 구입하였으므로 이틀 동안 이용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 이 버스표를 보여주면 더블린 관광명소와 식당에서 디스카운트도 된다. 2층에 올라가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길거리의 건물들을 둘러보며 편하게 관광을 할 수 있었다.
식당가니 50% 할인
도로 주변의 아파트 베란다에는 꽃들이 줄줄이 피어 있고 사람들이 꽃처럼 밝은 표정으로 환영하고 있었다. 거리의 가로등 위 높은 곳에도 꽃을 심어 놓았고 시간 맞춰 물을 주는 시설도 보였다. 배가 고파서 식당이 많이 보이는 곳에서 내렸다.
어디가 좋을지 기웃거려 보고 입구에 걸어 놓은 메뉴를 체크 하다가 마음에 드는 식당에 들어갔다.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는 종업원은 “50% 저렴한 가격에 드실 수 있습니다.” 하며 메뉴를 전해 준다. 가지고 있는 버스 안내표를 보니 이 식당 이름이 있고 50% 디스카운트가 된다고 되어 있다. ‘피쉬 앤 칩 fish & chip’을 포함하여 몇 가지 요리를 시켜 맛있게 먹은 후 거리 구경도 하고 상점도 들여다보며 거리를 걸었다.
그리스도의 성당(Christ Church Cathedral): 그리스도의 성당은 서기 1천30년에 아일랜드 첫번째 주교가 지은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며 더블린 버스 패스가 있으면 공짜로 들어가는 곳이다. 고딕 건축 양식이 아름다우며 성당안의 여러 유명한 신부들 조각상들과 예배장소 와 스테인드 유리창을 통하여 들어오는 빛이 아름다웠다. 정호승 시인의 시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한 저녁 햇살이 내 앞에 눈부시다’는 시가 생각나는 곳이다. 안내인이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성당 안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Finnegan’s Wake’ 소설 속에도 나오는 ‘고양이와 쥐 cat and the rat’이 있으며 성당의 보물들(the treasures of Christ Church), 유골과 성물, 아기 예수상 등이 볼만하였다. 성당의 성가대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전설적인 성가대라고 하는데 우리는 기회가 되지 않아서 유감이었다.
더블린 캐슬(Dublin Castle): 존 왕(King John) 1204년 건축한 건물로서 시내에 있다. 영국 총독과 군인들이 주둔하였던 건물이며 세인트 패트릭 홀(St. Patrick’s Hall) 은 에드워드 7세가 1903년 건축한 것이다. 이 세인트 패트릭 홀은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하여 유명인사 방문시 환영행사가 치루어진 곳이고 역대 대통령 취임 선서와 취임식을 한 곳이기도 하다. 1922년 영국으로 부터 독립 후 정부 요인들이 사용하던 곳이라 많은 관광객과 어울려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고 우리 사진을 부탁하기도 하며 천천히 둘러보았다.
메리온 스퀘어 공원: 오늘의 마지막으로 메리온 스퀘어 공원에 들어갔다. 공원 안에는 여러 가지 조각품과 볼거리가 많으며 큰 고목이 많아 숲속을 산책하기 좋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조각이다. 오스카는 소설, 시, 동화, 시, 희곡, 수필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썼으며 그의 작품은 영화로도 나왔다. 공원에는 관광객들과 청춘 남녀들이 하루 일을 끝내고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도심에 이런 한적한 공간이 있는 것은 더블리너들의 행운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만약 아일랜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영국인들은 아일랜드를 만들어냈을 것”, “문학과 저널리즘의 차이는 저널리즘은 읽을 가치가 없다는 것이고, 문학은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한 말이 유명하다
제임스 조이스의 흔적
다음 날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아이리쉬 타임스(Irish Times)를 펴 보니 극작가 브라이언 프라이엘의 장례식 뉴스가 1면 톱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 나라가 문화를 사랑하는 민족임을 알았다. 극작가가 죽었다고 대단한 기사가 된 것은 이 나라 국민들이 작가들을 존경하고 기리기 때문이리라.
제임스 조이스가 이 나라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의 소설들은 노벨 문학상 후보에 까지 올랐고, 소설 ‘더블린 사람들’은 수많은 독자들이 이 나라를 찾도록 만들었다. 관광을 위해서 제임스 조이스의 흔적을 찾아보기 위하여 Hoho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가 시내 중심에 있을 뿐 아니라 도서관이 있어서 관광객이 꾸준히 찾는 곳. 트리니티 칼리지는 학문의 중심지일 뿐아니라 관광객에게 매력 있는 도서관이 있어서 찾아가 보았다. 오래된 장서를 보관하고 있는데 높은 곳까지 책을 올려놓았기에 긴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었고 책 사이즈가 아주 컸다. 한국 학생들도 많이 아일랜드에 와서 공부한다고 하며 저렴한 학비에 수준 높은 강의가 매력이 있다고 한다.
River Liffey(리피 강)이 더블린 중심에 있어서 리피 강 양쪽으로 도시가 발달하였다. 강의 폭은 넓지 않으며 교량이 많으며 보행자 전용 교량도 있다. 리피 강은 생명의 강이란 뜻이다, 이 강이 없었으면 더블린 사람들도 없었으리라.
미국에는 많은 아이리쉬 이민자들이 살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 조상들과 여러 유명 인사들이 아이리쉬 계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 후예 중 아이리쉬 피가 섞인 미국인 대통령 수가 22명이나 된다. 그 중에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조지 부시, 지미 카터 대통령도 있다.
기네스(guiness) 맥주 공장: 미국 사람들에게 ‘기네스’ 맥주의 나라로 더 알려진 아일랜드, 기네스 맥주 공장은 꼭 봐야 하는 것 중에 하나다. 6층 건물(지하 1층포함 7층)에 밀을 어떻게 건조하는지 어디서 깨끗한 물을 가지고 오는지 등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공정을 본 후 샘플 맥주를 시음해볼 수 있다. 맥주 색깔이 흑색이라 흑맥주라고도 하며 볶은 맥아를 발효시켜서 만들기 때문에 색갈이 짙고 씁쓸한 맛이 독특하다. 6층 전망대에서는 더블린 시내를 기네스 맥주를 마시며 내려다 볼 수 있다. 트리니티 대학, 세인트 패트릭 성당, 세인트 패트릭 타워 등 더블린 시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나는 검은 색 맥주를 처음 맛보았다.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별로였지만 동행한 분들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 미국 사람들 중에는 아일랜드 하면 기네스 맥주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다시 HOHO 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 이틀 동안 버스를 타고 더블린 시내를 3바퀴 돌았다. 여러 곳에 오랜 된 맥주집과 모던한 카페가 아이리쉬 펍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리쉬 펍은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에 ‘기념품 가게보다 펍을 찾기가 더 쉬울지도 모른다’고 했다. 식사도 하고 이이리쉬 맥주나 아이리쉬 커피 한잔 하며 쉬어 가는 곳, 옛날 한국의 다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케리의 링(Ring of Kerry): 다음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기 위해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기차역 Heuston Station, Dublin으로 갔다. 케리의 링은 더블린에서 남서쪽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아름다운 관광명소다. 노란 자켓을 입은 관광회사 직원으로 부터 기차표를 받고 여행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새벽에 구름이 낀 날이라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희미하게 차창을 스쳐 지나가는 목장들이 보였다가 사라지고 했다. 양치는 목장이 대부분이고 소를 방목하는 목장은 드문 드문 보였다.
양떼가 풀을 뜯으며 몰려다니는 모습은 내 마음에 평안을 선물해 주었다. 태초에 인간이 자연의 일부였을 때 우리 조상의 생활이 그리워서 일 것이다. 아일랜드 관광객의 반은 해안가 절경을 둘러보기 위하여 이곳을 다녀간다고 한다.
중간에 기차를 갈아타야 했다. 한국의 경부선을 타고 가다가 호남선을 탄 것 같았다. 기차에서 내려 버스에 오르니 버스는 아름다운 시골 동네 길을 지나 해안도로를 달렸다. 쪽빛 바다는 아름답고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졸고 있고 고목들이 두 손 들어 환대하여 주는 것 같았다.
경치가 좋은 바닷가 마을에 찰리 채플린 동상이 있었다. 관광 가이드는 찰리 채플린 별장이 이곳에 있으며 수시로 이곳에 와서 휴가를 즐겼다고 한다. 그는 무성영화 시대의 세계 최고의 코미디언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라 나도 그의 익살맞은 그 얼굴이 기억난다.
<
노세웅(윤동주 문학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