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일라이 브로드, 재산환원 위해 자신의 이름으로 미술관을 짓다.
▶ 자수성가 억만장자에 합류, 칼텍·미술센터·예술관 등 교육·문화에 끼친 영향 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옆에 지은 브로드 미술관. 브로드가 소장하고 있는 방대한 미술품을 영구 보관하고 전시한다. 단순한 상자형 건물이지만 디테일이 섬세하다. 전시실은 내 부에 기둥이 하나도 없이 완전히 자유롭게 열려 있다.
로스앤젤레스에는 부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 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풍토 덕분에 절대적으로 물이 부족한 로스앤젤레스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일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16 년현재, 근래 들어 가장 많이 눈에 띄게 기부한 사람은 단연 일라이 브로드(Eli Broad)이다. 이번에는 그가 로스앤젤레스의 건축계에 끼친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그는 평범한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미시간 주립대에서 회계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미시간에서공인회계사(CPA)로 활동하다가 주택개발 사업에 뛰어 들었다. 현재도 성업중인 KB주택(KB Home)의 공동창업자다. 이 후 그는 작은 보험회사를 인수하여 미국 전역을 상대로 하는 보험회사로 키우기도 했다. 사업에서 엄청난 재능을 보이며 자수성가하여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사람이다.
그는 2010년에 그의 부인 에디뜨(Edythe)와 함께 그들의 재산 중 75%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을 한 바 있다. 2013년 현재 브로드 부부가세운 재단의 자산 규모는 21억달러에달한다. 서울시 1년 예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이다. 이들은 이미 여러 곳에 거액을 기부하여 건물을 짓게 하였다. 칼텍(Caltech)의생물학 연구소(Broad Center for Biology),캘리포니아 교통국 광장(BroadPlaza at Caltrans Headquarters), CLA의 미술센터(Broad Art Center), 샌타모니카 대학의 공연 예술관(BroadStage at the Santa Monica CollegePerforming Arts Center) 등이 감사의뜻으로 건물에 모두 ‘브로드’ (Broad)라는 이름을 새겨 넣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모교 미시간 주립대는 경영대학(Eli Broad College of Business)에 그의 이름을 넣어서 기리고 있다.
이밖에도 로스앤젤레스 현대 미술관(MOCA), 하버드 대학교, 메사추세츠공과 대학(MIT), UCLA, USC 등 여러교육기관에도 총 100억달러가 넘는 액수를 이미 기부하였다.
브로드는 미술품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1973년 반 고호(Van Gogh)의 작품을 시작으로 2,000점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전세계적으로 약 500개의 미술관에 8,000회 가까이 순회 전시해왔다. 그는 2015년 이 작품들을 영구히 소장하고 전시할 미술관을 지었다. 설계는 뉴욕 건축가 딜러와 스코피디오(Diller & Scofidio)가 맡았고, 미술관 이름은 ‘더 브로드’ (TheBroad)라고 하였다.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디즈니 콘서트홀 길 건너에 있다. 규모면에서 디즈니 콘서트홀에 비해 작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자연채광이 되는 넓은 전시장을 기둥 하나 없이 설계한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 번 예약해서 구경하기를 권한다.
이 밖에도 그가 로스앤젤레스의 교육계, 문화계에 끼친 영향력은 엄청나다. 이쪽 관계자들은 브로드에게서 투자금을 끌어내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자연스레 그들의 실적을 올리려 한다. 그래서 브로드에게 아부를 하고, 눈치를 살피기도 한다.
그는 갑을관계에서 대부분 갑의 위치에 있기 마련이다. 이렇다 보니, 그의 영향력이 좀 지나치다는 비판도 흘러 나온다. 이에 관련된 2가지 일화를 소개한다.
2000년 즈음, 40년 넘은 구 로스앤젤레스 교육청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새로 고등학교(현 Ramon C. CortinesSchool of Visual and PerformingArts)를 짓기로 했다. 교육청은 이미일반적인 절차대로 현상설계 공모를 실시했고, AC 마틴(AC Martin)의 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상태였다. 이때 억만장자 브로드가 기부금을 보태기로 하고 새로 지어질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그는 당선된 안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 후 교육청 사람들과 많은 회의를 가졌다.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더 늘이는 쪽으로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뉴욕의 한예술고등학교를 예로 들며, 이 학교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프로그램도 일반고등학교에서 예술 고등학교로 바뀌게 되었다. 교육청도 그의 의견에 동의해서 그가 원하는 대로 일을 추진하게 했다. 결국 이미 당선된 설계안이 무의미해졌다.
브로드가 머리 속에 생각하는 건축가를 불러오기 위해, 형식적으로 새로 현상 설계를 치렀다. 쿱 힘멜블라우(Coop Himmelblau)라는 오스트리아 건축가가 초빙되었다. 그의 안은 파격적이었다. 전체적인 건물 재료는 노출 콘크리트와 은빛나는 금속재를 주로 사용했고 해체주의 건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프리웨이에 면한 곳에는 나선형의 조형물이 타워를 감싸올라가기도 하는 등 주변에서 보면눈에 확 띄는 형상이다.
결과적으로 로스앤젤레스에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씁쓸한 점은 이 건물이 하나의거대 자본 권력자의 독단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교육청 공무원들은 그의 꼭둑각시에 불과했다. 그들스스로 이런 일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모포시스가 설계한 다이아몬드랜치 고등학교는 아주 특별한 사례였다.

브로드에 의해 지어진 그랜드 예술 고등학교. 쿱 힘멜블라우라는 오스트리아 건축가 가 설계했다. 콘크리트와 금속재로 꾸며진 세련된 외관이 주변 건물을 압도한다.
<건축가 김태식>블로그 http://blog.naver.com/geocrow
<
건축가 김태식>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