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 평균 기대수명 100년간 25년 늘었지만 빈부차는 더욱 벌어져
경제가 저소득층에 속한 미국인들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소득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소득 사다리’의 상층부에 위치한 사람이 하층부에 속한 저소득자에 비해 대체로 오래 산다
의학의 눈부신 발달에 힘입어 지난 1세기 동안 전체적인 기대수명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그러나 최근 나온 연구결과는 저소득층에 속한 수백만 명의 기대수명이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기대수명이 하락한 원인은 복잡할뿐더러 아직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실망과 좌절감을 저소득자의 수명을 갉아먹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한다.
노스웨스턴대학 경제학자이자 미국의 경제적 번영에 초점을 맞춘 싱크탱크 ‘해밀턴 프로젝트’의 디렉터로 활동 중인 다이앤 화이트모어 슈아젠바크는 “우리 모두가 가난한 사람이 일찍 죽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며 “소득 분포에 따라 기대수명의 다양성이 뚜렷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30년에 걸쳐 저소득 근로자의 기대수명은 제자리걸음을 했거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기대수명이 내려간 반면 사망률은 올라갔다.
기대수명(life expectancy)은 특정 나이를 기점으로 그 이후 몇 년을 더 살 수 있는지를 추산한 연수를 뜻하고 사망률(mortality rate)은 일정기간에 숨진 사람들의 숫자를 가리킨다.
저소득 근로자의 기대수명이 부유한 사람들에 비해 짧다는 사실은 단순한 사회정의 차원의 이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빈곤, 사회보장 경비, 건강의료분야의 공공투자 등에 대한 접근법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사회경제적 조류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보듯 정치판까지 휘젓는다.
많은 미국인들이 불평등에 저항하고 글로벌 경제의 가치에 회의적인 질문을 던지는 시기에 계층적 수명격차의 근본적인 이유를 파헤치는 것은 국가적 중요성을 지닌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1세기 동안 전체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대략 25년이 늘어났다.
1900년께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여성이 48세, 남성은 46세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오늘날 기대수명은 여성 81세, 남성은 76세로 늘어났다.
물론 의학분야의 기술적 진보와 차량의 안정성 향상이 연장된 수명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미국인들의 기대수명은 지금도 개선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14년에 이르는 기간 45-54세 흑인 남성의 사망률은 3분의 1 가량 떨어졌고 유아사망률도 줄어들었다.
그 결과 소득 최상위 1%에 속한 40세 남성의 기대수명은 87세까지 뛰어올랐다. 소득 최상위 1% 그룹에 속하려면 연간 개인소득이 최소한 38만9,000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저소득 근로자들의 기대수명은 제자리걸음을 했거나 하락했다. 현재 소득 최하위 1%에 속한 40세 남성의 기대수명은 72세에 불과하다.
특히 가난한 중년 백인남성들이 소득과 기대수명의 상관관계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1999년부터 2014년 사이 이 그룹의 평균 사망률은 약 10%가 상승했다.
경제학자인 앤 케이스와 앵거스 디턴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마약과 알콜 남용 및 자살을 저소득 백인 남성들의 주된 사망원인으로 제시했다.
한편 스탠포드대학의 경제학자인 라즈 체티는 어디서 태어나고 성장했는지도 기대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고소득, 고학력자들이 밀집한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저소득 근로자의 평균수명이 같은 조건을 지닌 타 지역 노동자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높은 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반면 빈곤이 만연되고 소득의 다양성이 결여된 디트로이트와 워싱턴DC 같은 지역 저소득자들은 기대수명이 낮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소득이 높은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지리적인 요소에 따른 기대수명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경제학자들과 공공정책 전문가들은 경제적 기회 감소와 사망률 증가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빈곤에 수반되는 사회적 고립과 의기소침이 사망률 상승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주장엔 동의한다.
자살 급증과 마약과 알콜 중독은 사망률 증가를 부채질하는 요인임이 분명하지만 왜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지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프린스턴대학의 경제학 및 공공정책 교수인 알렉산터 스튜워트 교수는 CBS 머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사라지는 일자리와 베니핏 삭감이 미래에 대한 기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는 있으나 이것이 노동시장, 국내총생산, 혹은 고용관행 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세계의 부국들 가운데 소득에 따른 기대수명 차이는 유독 미국에서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다른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약물남용에 따른 자살 증가 패턴이 드러나지 않았으며 저소득 중년 근로자들의 사망률도 계속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슈아젠바크는 경제적인 이슈를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에 대한 논의는 결국 사람에 관한 논의다. 따라서 성장수치, 인플레이션, 임금 등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방식을 넘어서 경제가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라는 사실에 주안점을 둔 접근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게 슈아젠바크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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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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