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국가원수 등극날짜 2012년 3월8일
김정일 사망후 무려 80여일간 국가원수 공석 눈길
국제사회에 현 정권 정당성 강조하려는 노력 일환
북한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국가 원수’(Head of State) 직위를 공식 넘겨받은 날짜가 2012년 3월8일로 처음 확인됐다.
유엔이 16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유엔 북한대표부(대사 자성남)는 지난 달 유엔 사무국 의전연락실(Protocol and Liaison Service)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북한은 2011년 12월17일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유엔에 김정은을 새로운 국가 원수로 신고 등록한 바 있으나 당시, 또 이후 의전연락실에 여러 관련 서류를 제출해오면서도 그가 국가 원수 자리에 공식 등극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김씨 3대세습 시점 국제사회 공식확인
유엔 의전연락실이 6월2일∼8월1일 회원국들로부터 제출받은 신고서를 근거로 내놓은 가장 최근 ‘국가 원수, 정부 수반, 외무부 장관’(Head of State, Head of Government, Minister for Foreign Affairs) 현황 보고서는 북한 국가 원수인 김정은의 현 직책을 "조선노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기록하고 있다.
김정은 1인이 당•정•군을 모두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북한대표부가 김정은이 6월29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3기 4차 회의에서 기존 국방위원회를 대체해 국무위원회를 새롭게 조직하고 자신을 그 기구의 위원장으로 추대함에 따라 변경된 직위를 유엔에 통보한 결과이다.
의전연락실의 직전 보고서(신고 마감일 6월1일)에는 김정은의 직위가 “조선노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돼있었다.<본보 2016년 6월8일자 A14면>
의전연락실이 당시 내놓은 보고서 역시 북한대표부가 김정은이 5월9일 36년 만에 조선노동당 7차 대회를 열고 새롭게 조선노동당 위원장직을 만들어 자신을 그 자리에 추대함에 따라 변경된 직위를 유엔에 통보한 내용이 반영된 것이었다. 그 이전 보고서(신고 마감일 5월1일)는 김정은을 “조선노동당 제1비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기록한 바 있다.
유엔 사무국은 회원국 정부와의 공식 서신교환을 위해 각 회원국 유엔 대표부에 자국의 국가 원수, 정부 수반, 외무부 장관 등 3개 직위 관련 변동사항을 “신속히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전연락실은 가장 최근인 2월15일 각 회원국 대표부에 편지(구상서)를 보내 해당 지도자들의 “정확한 이름(영문), 배우자(유무 여부 및 이름), 직위와 직위 등극일” 최신 정보 제공을 주문했다.그러면서 변동사항이 있을 때마다 통보를 요구했다. 이에 북한대표부가 지난 달 처음으로 김정은 국가 원수의 “임명일”(Date of Appointment)을 신고한 것이다.
날짜는 북한대표부가 김씨 일가의 3대 세습(김일성•김정일•김정은)이 내부 권력 핵심 집권층에 의해 정치적 차원에서 이뤄진 시점을 국제사회에 공식 확인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또 북한 권력 지도층이 김정일 사망후 무려 80여 일간 유엔을 포함해 다자•양자 대외관계를 총지휘 결정하는 국가 원수 자리를 채우지 않고 공석으로 놓아두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북한이 왜 김정일 사망이후 4년 반이 넘도록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던 이 날짜를 돌연 유엔에 통보했는가에 있다. 실제로 북한은 총 193개 유엔 회원국 중 자국 국가 원수의 공식 등극 시기를 유엔에 통보하지 않는 2개국 중 하나였다. 또 다른 국가는 브루나이 다루살람으로 역사적 차원에서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가 원수의 등극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배경을 감안하면 북한은 지금까지 유일하게 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버텨온 회원국이었다.
북한대표부가 이번 유엔에 신고한 날짜는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북한을 면밀 주시해온 여러 국가 기관들과 “북한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 모두가 분석, 결론을 내린 김정은의 최고지도자 지위 등극 시점이 모두 빗나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 내에서 김정은의 공식호칭은 2009년 3월 국가안전보위부장으로 시작됐다. 그는 이후 2010년 6월4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같은 해 9월7일 조선인민군대장, 9월28일 3차 조선노동당대표회의에서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리고 2011년 12월17일 김정일이 사망하자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승진한 뒤 같은 해 12월29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됐다. 2012년 4월11일 4차 조선노동당 대표회의에서는 조선노동당 제1비서, 하루 뒤인 4월13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 회의에서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옹립돼 당•정•군의 최고 직위를 모두 승계했다.
북한은 또 2012년 7월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김정은에게 공화국 원수 칭호를 부여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크게 김정은의 승계 시점을 김정일 사망과 동시, 또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추대, 또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지위 확보, 또는 공화국 원수 지위 등극과 함께로 분석해왔다.
▲당.정.군 장악목한 상태서 국가원수 등극
실제로 미 중앙정보국(CIA)은 ‘세계정보책자’(World Fact Book)의 북한판에서 김정은을 북한 ‘국가 원수’(Chief of State)로 기록하고 그의 등극 날짜를 김정일 사망일인 2011년 12월17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미 국무부의 ‘북한국가정보문서’(North Korea Country Fact Sheet)는 아예 김정은의 권력 등극 시점을 언급하지 않고 “북한은 김일성 일가의 세습통치 아래 지배돼왔으며 정치와 경제 차원에서 중앙통제를 받고 있는 체재이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유엔에 통보한 날짜에 따르면 김정은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직책으로 당•정•군 모두의 최고 직위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지도자인 국가 원수가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3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2006년 첫 대북제재 결의 1718호 이후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했다.
결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보면 유엔 회원국들이 의무를 다해 제재 조항들을 충실하게 이행할 경우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3대에 걸쳐 집권하고 있는 김씨 정권 자체가 존립위기에 처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대표부가 돌연 유엔에 김정은의 국가 원수 등극 날짜를 통보한 이유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현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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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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