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경기 중 리우 빈민가에서 무료 급식행사
▶ 선수촌서 버려지는 식재료 기부 받고 세계적 셰프들 자원봉사로 조리에 참여

리우 올림픽 동안 리우의 저소득층 지역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레페토리오 가스트로모티바. 이탈리아 셰프 마씨모 보투라와 브라질 셰프 데이빗 헤르츠가 함께 추진한 프로젝트이다.
리우 올림픽에서 매일 그 많은 참가자들이 식사를 하려면 얼마나 많은 양의 식재료가 필요할까. 올림픽 선수촌에 있는 1만8,000명의 선수, 코치, 경기 관계자들의 배를 채우려면 매 끼니마다 250톤의 식재료가 필요하다. 그걸 아침, 점심, 저녁으로 3번을 곱하고, 다시 이를 올림픽 경기 날 수로 곱하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이 된다. 여기서 버려지는 식재료 또한 엄청날 것이다. 이를 이용해 리우의 노숙자들을 먹이는 행사가 진행 중이다.
브라질에서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이탈리아의 유명 셰프 마씨모 보투라는 계산을 해보았다. 그리고 영감을 받았다. 엄청난 양의 식사를 준비하자면 그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낭비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를 줄 수 있는 뭔가를 해볼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탈리아, 모데나에 있는 그의 식당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는 최근 세계 50대 최고 식당 중 최우수상을 받았다.
올림픽이 시작되고 며칠 후 리우 다운타운의 쇠락한 구역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셰프들 그룹이 날림으로 만들어진 주방에서 자원봉사자들과 몸을 부딪치며 70명 노숙자들을 위한 식사를 만들고 있었다.
모든 식재료는 기부된 것으로 이렇게 쓰지 않으면 다 버려질 것들이었다. 조리를 하는 셰프와 오렌지색 애프론을 두르고 서빙을 하는 봉사자들 모두의 노동 역시 기부된 것이었다.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멀리 캘리포니아나 독일, 일본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탈리아어로 식당이라는 뜻의 레페토리오를 붙인 레페토리오 가스트로모티바라는 이름의 이 장소를 만든 사람들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노숙자 급식행사를 보면서 브라질 사람들, 그리고 세계가 기아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음식 낭비,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키우는 일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자선이 아닙니다. 단순히 사람들에게 밥을 먹여주는 것이 아닙니다.”보투라는 그가 식당 밖 황량한 놀이터에서 쓰레기를 주으며 말한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포함시키는 것, 사람들에게 음식 낭비에 관해 가르치는 것, 그리고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입니다.”리우의 피폐한 지역인 라파에 반투명 박스 모양으로 급조된 건물에서 급식이 시작되면서 레페토리오 가스트로모티바는 일종의 센세이션이 되었다. 상업화한 올림픽 게임의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어떤 기분 좋은 현상으로 인식되었다.
이곳에는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지 총리가 다녀갔고, 브라질의 여배우 레지나 카세가 다녀갔다. 주방에서 교대로 일하겠다고 신청한 50명의 셰프들 중에는 알랭 뒤카스, 비르질리오 마르티네즈 벨리즈, 조안 로카 같은 요리계의 최고 권위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11일 밤에는 브라질의 최고급 식당 중의 하나인 D.O.M. 운영자이자 인기 요리쇼 진행자 였던 알렉스 아탈라(48)가 조리를 도왔다. 이탈리아식 소고기 요리, 빵과 토마토 요리 등 그날 메뉴의 식재료는 올림픽 빌리지에 납품하는 케이터링 업체들이 기부했다.
노숙자 급식 행사에 놀라울 정도의 지원이 전세계에서 쇄도한 것은 얼핏 보기에는 상관없어 보이는 전 지구적 여러 움직임들 덕분이라고 아탈라는 말한다. 음식물 낭비에 대한 인식 고조, 저명인사급 셰프들의 증가 그리고 선진국들에서 조차 줄어들지 않는 기아 문제로 인해 팽배한 좌절감 등이다.
“우리 젊은 세대 셰프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습니다. 서로 나누고 싶어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보투라의 첫 요리자선 행사는 아니다. 지난해 밀라노에서 세계 박람회가 열렸을 때 그는 버려진 극장을 레페토리오 암브로니아노로 바꾸었고, 이후 그 센터는 계속 운영되고 있다.
그의 가장 최근 레페토리오인 이번 리우 행사는 브라질의 셰프, 데이빗 헤르츠와의 협업이다. 헤르츠는 지난 10년 불우한 환경의 남성과 여성들에게 주방보조로 일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일을 했다. 아울러 현지 요리전통을 강조하며 현지의 품질 좋은 식재료들을 쓰도록 하는 슬로우 푸드 운동을 널리 퍼트리는 데 기여했다.
그가 세운 비영리기구인 가스트로모티바는 브라질에서 4개 학교를 운영해 2,5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 대부분은 졸업 즉시 브라질 전역의 식당들에 채용되었다. 아울러 멕시코시티에 지교가 세워졌고, 오는 9월에는 남아공에 또 한 학교가 문을 연다.
이런 성공 사례들로 인해 헤르츠는 TED 강사로 그리고 세계경제포럼에 연사로 초청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돈 많은 엘리트들의 ‘빈 말’에 대한 좌절감이 점점 깊어진다고 말한다.
올림픽 개막 9개월 전, 시간이 빠듯한 가운데 헤르츠는 공터를 확보하기 위해 리우의 시장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한편 보투라는 25만달러의 성금을 거두는 힘든 작업을 시작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반응은 차가웠다. 요즘 브라질에서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는데다 기업들도 되지도 않을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했다. 마지막 순간에 겨우 겨우 상업용 냉동고, 오븐, 아이스크림 메이커 등이 마련되었고 식당으로 쓰인 가건물은 55일 만에 뚝딱 지어졌다. 예산이 초과 지출되면서 현재 거의 19만 달러의 공백이 생겨 조직 책임자들은 모금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투라의 비영리 조직인 영혼을 위한 음식(Food for Soul)은 이번 부지를 10년 계약으로 빌렸다. 그는 이 부지에서 올림픽 이후에도 프로젝트를 계속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레페토리오 가스트로모티바는 점심에는 돈 내는 고객들을 위해 비즈니스를 하고, 그 이윤으로 매일 밤 끼니 구하기가 힘든 108명에게 공짜 저녁을 제공할 계획이다.
보투라의 프로젝트는 몬트리올과 LA 등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그의 고급 무료급식소는 내년에 LA에 문을 연다. 그는 뉴욕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저녁 6시가 되자 식당 문이 열리고 노숙자들이 기대에 가득 차서 안으로 밀려 들었다. 셰프가 코스마다 요리에 대한 설명을 하고나면 하얀 도자기 접시에 요리가 담겨져 나오고 박수와 환호가 실내를 가득 메웠다.
그중 한명인 르네 다 콘시차오는 40 평생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고 평했다. 지난 9개월을 아내와 함께 리우의 길거리에서 살아온 그는 스페기통을 뒤져 먹을 걸 찾거나 그도 없으면 굶은 채 잠을 청해야 하는 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그는 친절과 존중이라는 걸 정말로 오랜만에 받아보았다. “이 사람들은 악수를 청하면서 나를 자기 보스인 것처럼 대합니다. 꿈을 꾸는 것 같아서 아내보고 꼬집어보라고 했지요. 꿈이 아니었습니다.”

노숙자들에게 대접할 요리에 마지막 양념들을 뿌리는 보투라.
<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