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렌스키, 백악관에 우크라 아동 출생증명서 들고 가 호소
▶ 유럽·복음주의 기독교 단체와 함께 수개월 로비…멜라니아도 관심

트럼프, 젤렌스키 대통령 [로이터]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 러시아적 시각을 바꾸기 위해 아동 납치 의제를 부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도 관심을 보인 아동 납치 문제를 통해 전쟁의 잔혹함을 알려 러시아를 압박하도록 하려는 전략이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2022년 러시아 침공 당시 생후 몇개월밖에 안 됐던 우크라이나 아동의 출생증명서와 사진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같은 아동의 러시아 출생증명서도 함께 보여주며 이 아동이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에 납치됐고, 이후 러시아 정치인에게 입양됐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러시아 출생증명서에는 아동의 이름이 바뀌어 있었고, 출생지도 우크라이나가 아닌 모스크바 인근으로 둔갑해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는 멜라니아 여사가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아동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데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아동 납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이런 전략은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고, 트루스소셜에도 아이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당시 회담에 참석했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언론에 "미국 대통령이 사실과 숫자뿐 아니라 개인의 운명을 목도하게 된 것이 감정적으로 주요했다"고 언급했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종전 외교의 핵심 의제로 삼기 위해 노력해왔다.
유럽 당국과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들도 이를 위해 수개월간 로비를 벌여왔다.
돌파구가 보인 것은 지난 3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만난 이후 아이들을 돌려받고 싶다는 우크라이나 측 희망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루비오 장관의 발언이 나온 며칠 뒤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와 협력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약속했다.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들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장관에게 아동 문제를 종전 협상의 핵심 요구사항으로 삼으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고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설득전도 폈다.
WSJ은 그러나 이번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도록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 2017년 화학무기 공격으로 고통받은 시리아 아동의 사진이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촉발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강력한 이미지나 개인적 이야기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관심사가 자주 바뀌는 만큼 장담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아동 2만여명이 강제로 러시아에 끌려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 문제를 왜곡하고 있으며, 강제 이송이 아니라 구출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다만 멜라니아 여사가 아동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멜라니아 여사가 자신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최근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 변화도 멜라니아 여사의 입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루스소셜에 아동 납치 문제와 관련해 "내 아내, 멜라니아에게는 큰 주제"라고 적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당국은 러시아에 납치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세뇌당한 뒤 자신들의 러시아 정체성을 주장하는 식으로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 일부이며 러시아인의 정체성을 지닌 주민들을 극우정권으로부터 해방한다며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린이들에 대한 강제이주 때문에 2023년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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