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방식 혁신 스타트-업 질, 좋은 상품 싼값 인기
▶ 면도용품 ‘달러 쉐이브’, 안경점 ‘와비 파커’ 대박, 매트리스·화장품 등 확산

사업가인 트리스탄 워커는 온라인 소셜네트웍을 활용하는 것이 가격경쟁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Aaron Wojack/뉴욕타임스]
남성용 면도용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온라인 창업사 ‘달러 쉐이브 클럽’이 업계에 뜨거운 화제를 뿌리고 있다.
레이저 면도기뿐 아니라 남성용 크림, 젤 등을 높은 품질에 비해 대단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달러 쉐이브 클럽은 얼마 전 소비용품업계의 공룡인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에 매각됐다.
이제까지 면도기하면 으레 질렛(Gillette)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계의 지존으로 꼽혔다. 하지만 달러 쉐이브의 성공은 질렛의 독주체제에 금이 가고 있음을 가리키는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온라인 스타트-업인 달러 쉐이브가 10억 달러의 대박을 터뜨린 것은 테크놀로지의 지원 아래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 소비자용품 혁명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달러 쉐이브는 소비자 인지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소셜네트웍을 통해 광고를 내보냈다. 적은 비용으로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해 신속한 반응을 얻어내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온라인 유통은 값비싼 중간소매상을 거치지 않은 채 상품을 직접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는 강점을 지닌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싼 가격에 집으로 직접 배달되는 제품을 사용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윈-윈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상품의 유통방식에 혁신을 불러온 온라인 스타트-업은 달러 쉐이브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 안경점인 와비 파커(Warby Parker)도 2010년 웹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이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궜다.
선두주자들의 성공에 자극받은 듯 지난 몇 년 사이 속옷, 어린이 옷, 화장품 등 소비자용품 전체 카테고리로 온라인 브랜드가 퍼져나가면서 소매업계에 일대 지형변화를 일으켰다.
이번 달러 쉐이브 매각은 온라인 브랜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프락터 & 갬블(Procter & Gamble)처럼 소비자상품을 취급하는 재벌기업과 브랜드 광고에 수입의 상당부분을 의존하는 TV에게 온라인 브랜드의 비중확대는 심각한 도전일 수밖에 없다.
반면 일반 소비자들에게 온라인 브랜드의 성장은 바람직한 일이다. 오프라인 소매공간의 비효율성과 TV마케팅 경비를 털어냄으로써 신생 온라인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상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온라인 업체들은 입소문에 살고 죽는다. 따라서 온라인 태생의 소비용품사들은 얼굴 없는 오프라인 상대에 비해 아무래도 고객서비스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오프라인 회사에 비해 훨씬 소비자 친화적이라는 얘기다.
온라인으로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인 캐스퍼(Casper)의 최고경영자 필립 크림은 “지금 우리는 테크놀로지 덕에 제품의 등급이 신속히 매겨지는 한편 높은 수준의 고객경험이 가능한 일대일 접속을 유지할 수 있는 독특한 시기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크림과 4명의 친구들은 기존 매트리스업계가 비효율성과 짜증스런 판매전략으로 얼룩져 있다는 판단에 따라 2년 전 캐스퍼를 출범시켰다.
매트리스를 사기 위해 고객들은 상점을 찾아가야 하고 맘에 드는 제품을 고를 때까지 몇 번이고 매트리스 위에 누워야 한다. 고르기 힘들 정도로 브랜드가 다양한데다 비싸기까지 하다. 물론 맘에 안 든다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용품도 아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캐스퍼에서 매트리스를 주문하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조그만 상자가 소비자 집으로 배달된다. 압축된 매트리스는 박스에서 꺼내놓으면 마치 마술처럼 풀사이즈 매트리스로 확대된다.
소비자들은 일단 3개월간 사용을 해본 후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취소할 수 있다. 최종구입을 거부하면 회사 측에서 두말없이 자비로 물건을 거둬간다.
캐스퍼는 SNS와 구글, 팟캐스트와 및 다양하고 광범위한 온라인 플레이스를 통해 광고를 내보낸다. 광고는 창의적이고 특정 고객층을 정조준하며 가격이 싸다는 특징을 지닌다.
캐스퍼는 내년 매출액이 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2년만에 놀라운 고속성장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성공이 완전히 보장됐다고 낙관하기는 이르다.
인터넷이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은 탓에 헬릭스 슬립(Helix Sleep), 터프트 & 니들(Tuft & Needle), 리사(Leesa) 등 스타트-업들이 맹렬한 기세로 선발주자를 따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유리하다. 서로 가격을 끌어내리고 품질개선을 위한 투자를 불러온다.
그러나 회사들 간의 지나친 경쟁이 가격파괴를 불러와 이윤증발을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스타트-업이 이제까지 외면당한 고객층을 풀어놓으면서 엄청난 이윤을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흑인 사업가 트리스탄 워커가 설립한 스타트-업 ‘워커 & 컴퍼니’(Walker & Company)가 좋은 예다.
워커는 “기존의 헤어케어와 화장품 회사들은 수십억달러의 글로벌 시장을 지닌 비백인 고객들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한다.
워커의 첫 번째 브랜드인 비벨(Bevel)은 면도 여드름(razor bumps)을 줄여주는 남성용 쉐이빙 상품이다. 면도 여드름이 흑인들에게서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개발한 제품이다.
워커는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곳은 미국이고, 대중음악과 춤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미국 문화는 흑인문화가 이끌어 간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세계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집단을 타깃으로 삼는다면 엄청난 브랜드 전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1년 전 크리스티나 카보넬과 아마존의 중역출신인 갈린 버나드가 공동으로 창업한 온라인 스타트-업 ‘프라이머리’(Primary)는 아동복 판매업체로 로고가 없는 바지와 셔츠를 제작해 판매한다. 로고가 붙지 않은 아동복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닌다. 아동복의 유행은 로고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프라이머리는 부모들이 원하는 로고 없는 아동복을 온라인을 통해 찾도록 한다. 일단 해당 아동복을 구입한 부모는 커가는 아이를 위해 디자인은 동일하지만 색깔과 사이즈가 다른 제품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다.
시간을 내기 힘든 부모가 직접 매장으로 나오는 수고를 덜어줄 뿐 아니라 계속 선호하는 디자인의 옷을 입히게 된다.
온라인 브랜드는 소셜네트웍 이전 시대에는 좀처럼 뜨기 어려웠다. 가장 큰 문제는 주된 공략대상에 초점을 맞춰 ‘조준 광고’를 할 만한 능력이 없다는 점이었다.
페이스북의 광고/비즈니스 플랫폼 담당 부사장인 앤드류 보스워스는 “남성만을 타깃으로 하는 달러 쉐이브가 TV광고를 했다면 광고비의 절반을 손해를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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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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