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시설 중국서 옮겨와도 실제 일자리 증가는 미미
▶ 로봇 등 자동화 시스템 확산, 제조업 분야 일자리 회복 더뎌

바이시클 코퍼레이션 오브 아메리카 근로자들이 자전거를 조립하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해도 일자리는 별로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내세우고 있는 외국으로 빠져나간 일자리들을 되찾아 오겠다는 공약의 현실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전기칫솔 등을 만드는 미시건 소재 개인회사인 라니어(Ranir)의 경우를 살펴보자. 전기칫솔 헤드 재개발에 2년의 시간과 수백만달러를 투입한 후 라니어는 중국 생산량의 5분의 1을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하고 이를 그랜드 래피즈 공장으로 가져왔다.
이것은 정책적 입장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클린턴과 트럼프가 블루칼라 근로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며 내세웠던 바로 그 공약이다. 이론적으로는 미국 제조업 회복을 위해 대중 무역정책 등의 조치로 취하면 일자리가 돌아올 것이라고들 말한다. 언뜻 보기에 라니어의 경우는 이런 가정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월마트와 월그린, 그리고 다른 소매체인들이 공급할 칫솔 헤드를 하루 1만3,000개나 만드는 공정에 투입되는 것은 물론 미국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로봇을 이용한 새로운 제조 공정을 택함으로써 중국에서 수십명의 노동자가 필요했던 일이 이제는 단 4명만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컴퓨터로 돌아가는 기계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일이다. 소란스러운 전통적 공장과 달리 4명의 근로자들은 커다란 하얀색 보호복을 입은 채 깨끗한 환경에서 따분한 일을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라니어 스토리가 말해주는 것은 제조업 일자리를 가져오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가 아니다. 생산 귀환을 가능케 해 준 것, 즉 자동화 때문에 얼마나 결과가 보잘 것 없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W.E. 업존 고용연구소 경제학자인 브래드 허시베인은 트럼프가 내세운 보호주의 공약과 관련해 “그럴 듯하게 들린다. 쉬운 해결책처럼 보인다. 국경선을 막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로 인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고용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무역정책을 취해도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올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드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일부 업체들은 관세와 보호주의 정책을 피해 해외 일자리를 미국이 아닌 또 다른 나라로 옮길 것이다. 또 미국으로 되돌아 올 경우 규제에 따르는 비용과 미국 내 공급업체의 부재 등 역시 생산 귀환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설령 제조업체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기술적인 발전 때문에 일자리들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세기 이상 자전거 생산을 해 오고 있는 캠러 가문의 아놀드 캠러는 지난 1991년 눈물 속에 뉴저지 공장을 닫았을 대 다시는 미국에서 자전거를 생산하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이 업체보다 더 유명한 허피와 슈윈 같은 업체들처럼 캠러의 회사인 ‘바이시클 코퍼레이션 오브 아메리카’는 생산을 완전히 해외에서 하거나 외국산 자전거를 수입 판매해 왔다.
하지만 2년 전 캠러는 중국 생산량의 일부를 사우스캐롤라이나 교외지역으로 다시 가져왔다. 월마트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캠페인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생산 환경이 예전만 못해진 것도 원인이 됐다. 이 업체 중국공장의 연간 이직률은 120%에 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정의 자동화 역시 생산귀환을 가능케 해 주었다. 올해 캠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매닝 공장에서 약 30만대의 자전거를 생산할 예정이다. 1991년 이 업체의 국내 생산량과 비슷하다. 그러나 인력은 당시보다 3분의 1 가량 적다. 머리 위 컨베이어와 최신형 바퀴 제작 장비들이 작동하는 가운데 115명의 직원들은 중국 공장이라면 두 배 이상 인력이 필요했을 정도의 페이스로 자전거를 조립하고 있다. 새로운 미국 일자리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들의 임금은 그리 높지 않다.
캠러는 여전히 매년 260만대의 자전거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온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은 앞으로 수년간은 수익을 내기 힘들다. 캠러는 미국 내 생산량을 현재보다 50% 많은 연간 45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그래도 추가 인력은 30명 정도만 늘리면 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상품무역 적자만 해소해도 2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되돌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해 이 적자는 7,450억달러였다. 이 가운데 절반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전국 섬유위원회 어거스틴 탄틸로 회장은 “누군가를 고용하는 것은 영구적인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최후에 하는 일이라고 봐야 한다. ‘더 나은 테크놀러지로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생산을 늘릴 수 있나’부터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탄틸로 회장은 20년 전 약 180만명이 섬유와 의류분야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겨우 6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며 발전된 기술과 외국의 값싼 노동력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조업 고용은 2차 대전 후 계속 감소해왔지만 특히 2000년과 2009년 사이에 크게 줄었다. 이 기간 중 공장 일자리는 1,700만개에서 1,150만개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절반은 가벼운 경기침체가 일어났던 2000년과 2003년 사이에 줄어든 것이다.
트럼프와 클린턴이 그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했을 때 완전히 빗나간 건 아니었다. 2000년대 들어 발생한 일자리 감소의 상당 부분은 중국산 제품의 수입과 경쟁에 따른 것이다. 2000년 미국이 중국과 정상적인 교역관계를 수립한 데 따른 결과이다.
자동차와 부품 제조 부분에서도 일자리 감소는 심각하다. 2000년과 2009년 사이에 국내 고용은 65만명으로 절반가량이 줄었다. 2009년 경기회복 이후 자동차 판매가 급등하고 자동차 업계 생산은 총 6,625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업계 고용은 40% 가량 늘었을 뿐이다. 2000년보다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수만대의 로봇 사용과 공정 간소화에 따른 결과이다. 미국 내 공장에서 인간 손길의 필요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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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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