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적 독립능력, 결혼기피보다는 결혼조건을 평등하게 바꾸는 협상력으로 작용”

학력에 따른 결혼비율의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미국의 인구통계 자료. 그래프 선의 색이 옅을수록 고학력이다.[브루킹스연구소 웹사이트]
"가방끈이 긴 여성일수록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힘이 커서 결혼을 하지 않는 경향이 클 것 같지만, 사실은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결혼비율이 높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리브스 선임연구원 등은 미국의 인구통계 자료를 분석해 "교육을 많이 받은 여성들은 결혼에 등 돌리지 않는다"며 최근 결혼 비율의 급락은 주로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들 사이에서 결혼비율이 더 크게 떨어진 탓이라고 말했다.
40~45세 중년 여성 가운데 교육 수준별 결혼비율의 변화 추이를 보면, 고교 졸업 미만은 1968년 80%에서 2014년 55%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고등학교 졸업은 85%에서 50%대 후반으로, 2년제 대학 등 준 학사는 역시 85% 대에서 65%로 내려앉았다.
고교 졸업 및 준학사 집단과 비슷하게 출발한 학사 학위 이상의 결혼비율은 1980년대 후반까지는 이들과 비슷한 추세로 떨어져 70%를 약간 웃도는 선까지 내려앉았으나 이후엔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2014년 75%까지 도리어 완만하게 오르고 있다.
학사 학위 이상 고학력(學歷) 여성 집단 속에서도, 학력이 높을수록 결혼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사, 석사, 박사, 전문학위 등 네 집단을 비교하면, 학사 학위를 가진 중년 여성의 결혼비율은 1992년(학력 세분 자료 입수 가능 연도)부터 2014년 사이의 20년간 75%를 약간 밑도는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이에 비해 석사 학위 집단은 70%에서 75% 수준으로 상향 추세를 나타냈고, 박사 학위 집단은 1990년대 68%~74% 사이에서 급등락하다 이후 80%까지 올라갔다. 1992년 76% 정도이던 전문학위 집단은 2001년 70% 이하까지 급락했으나 이후 10여 년간은 2014년 81% 선까지 급반등했다.
연구원들은 "결혼 여부는 계급과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왔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며 40~45세 여성들에서 결혼비율의 학력 간 격차가 최근 10~20년간 뚜렷해졌으며, 특히 2008년엔 30세 여성들 사이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의 결혼비율이 처음으로 비학위 소지자들을 앞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새로운 결혼 양태에 대해 연구원들은 고학력 덕분에 경제적으로 독립할 힘이 강해진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기보다는 더욱 평등한 방향으로 결혼조건을 재협상하는 데 그 힘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고학력 여성들이 가부장적 결혼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결혼을 포기하느냐 하는 달갑지 않은 양자 선택에 직면했었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고도 안정된 결혼 생활을 하면서 자녀들을 기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즉 여성들의 고학력에 따른 독립성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부하는 쪽으로 보다는 결혼을 변모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연구원들은 설명했다.
"새로운 미국의 결혼 양태, 가족을 이뤄나가는 데 따르는 여러 가지 많은 과제에 인생의 반려자 두 사람이 동등하게 기여한다는 생각"은 남성들에도 "가정과 직장에서 진일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연구원들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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