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독자권익위 “사과문 제대로 내고 진상 스스로 파헤쳐야”
▶ 우병우 수석, 송희영 전 주필 수사 중… 권력·언론 돌아보는 계기로
“사실상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싸움이다. 누가 이길 것인가?”
최근 한국의 정가에선 이런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지난 7월18일 한국의 유력 일간지인 조선일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의혹을 처음 보도한 뒤 두 달 가량 양 측 간의 갈등과 신경전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임기 말을 맞은 보수 정권과 보수 신문이 정면 대립하는 양상으로 전개된 것이다.
조선일보가 우 수석 의혹을 제기하고 한 달 쯤 지나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하자 청와대가 “부패 기득권 세력이 식물정부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반격을 가했다. 곧이어 새누리당 의원이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현재는 사퇴)의 호화 접대 등 비리 의혹을 제기한 뒤 8월30일 송 주필이 사임함으로써 우병우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물론 언론의 고위 권력층 의혹 제기와 이에 대한 권력의 반박을 ‘싸움’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를 “임기 말을 맞은 권력과 유력 언론이 정권 교체기에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조선일보가 독자권익보호위원회 9월 회의 결과를 전하는 방식으로 송 전 주필 건에 대해 ‘반성문’을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조선일보는 추석 전날인 14일자 24면을 통해 “사과문을 제대로 내고 진상을 스스로 파헤쳐야 한다”는 독자권익보호위의 의견을 게재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의원)는 12일 정례 회의를 열고 “이대로 넘어가면 언론의 신뢰•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를 놓친다”면서 “송 전 주필 개인의 일탈로 규정짓고 끝내선 안 되고, 언론권력 남용이 더 없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독자권익보호위원들은 “이 사건이 개인적 일탈인 것은 틀림없지만 조선일보 주필이라는 지위, 조선일보가 한국 언론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 여러모로 조선일보가 결코 면책될 수 없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초기 대응도 너무 미숙했다”면서 “다행히 보직 해임하고, 사표 수리하고 사과문을 냈지만, 사과문이 상당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사과문을 냈다고 해서 이번 갈등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현재는 ‘대통령 오른팔’로 통하는 우병우 수석 의혹에 대한 수사뿐 아니라 송 전 주필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우조선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조선일보 중 누가 승리하고 패배했다는 식으로 단순히 결론내기는 어렵다.
청와대와 조선일보 양 측은 더 이상의 확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9월 이후에는 서로 공세를 자제하고 있다. 양 측 모두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 송 전 주필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인 것 같다. 다만 이번 일을 영화 ‘내부자들’을 연상시키는 권력•재벌•언론 등의 잘못된 커넥션이 없는지, 권력과 언론의 본분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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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 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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