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문재인·안철수 등 북핵 비판·해법 제시 경쟁
▶ “북풍이 보수·진보 중 어느 쪽에 유리?” 단정 어려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보’와 ‘안전’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추석을 앞두고 벌어진 두 가지 큰 사건은 2017년 대선의 핵심 이슈가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북한이 9월9일 실시한 5차 핵실험은 4차(1월6일)에 이어 불과 8개월 만에 이뤄진데다 역대 최대 파괴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또 9월12일 오후 경주시 남남서쪽 8km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시켰다.
결국 안보•안전과 함께 양극화와 일자리 해결 등의 민생 문제까지 포함한 3대 이슈가 내년 대선 승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안보 이슈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와 연관돼 있어서 이번 추석 전후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안보 이슈와 맞물린 추석은 여야 대선주자 지지율 경쟁의 1차적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석 민심의 중요성은 10년 전 사례가 잘 보여준다. 2006년 10월 9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북한의 1차 핵실험은 대선주자 지지율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주자였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표를 확실하게 추월한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2006년 9월25일 이명박 25.2%, 박근혜 25.4%였던 대선주자 선호도가 10월 9일에는 이명박 34.1%, 박근혜 22.6%로 벌어졌다.
추석 민심과 안보 문제의 연관성을 의식한 여야 대선주자들은 분주히 움직이면서 북핵 문제 해법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북핵 실험에 대해 “가장 강력한 말로 규탄한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즉각 북핵 실험에 대해 “중대 도발”이라고 비판하면서 “안보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명백한 도발 행위를 엄중 규탄한다”면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사드 배치 필요성이 확실해졌다”면서 원자력 잠수함 도입 필요성도 거론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핵에 대처하는 길은 오직 핵뿐”이라며 자체 핵무장 검토 방안도 거론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의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의원은 모병제 도입을 놓고 찬반 논쟁을 벌였다. 남 지사가 “우리 군을 절반 수준인 30만명으로 줄이고 모병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하자 유 의원은 “모병제를 시행하면 가난한 집 자식만 군에 가게 돼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원론적 입장에서는 여야 대선주자 모두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외친다. 그러나 구체적인 북핵 대응에서는 여야 주자들이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어서 과연 어느 쪽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여야 대선주자 8명의 안보 관련 인식에 따르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권 주자 4명은 모두 사드 배치에 찬성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야권 주자 4명은 여전히 반대하거나 유보 의견을 냈다. 당초 반대했던 안 의원 측은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며 ‘유보’로 약간 선회했다. 문 전 대표는 “일단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사실상 반대했다.
한국의 독자 핵무기 개발 방안에 대해선 여야 주자 8명 모두 반대했다.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방안에 대해선 야권 주자 4명은 반대했으나, 여권 주자 중에는 모병제 도입을 주장하는 남 지사만 ‘유보’ 의견을 냈을 뿐 3명 모두 찬성했다.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도입 방안에 대해선 여권 주자 4명이 모두 긍정적이었지만 야권 주자 4명은 모두 부정적이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강력한 안보’란 총론에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선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어서 대선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당 주자들은 김대중정부가 추진하고 노무현정부가 사실상 승계한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전통적 야권 지지층을 의식해 대북 제재와 대화•협상을 병행하자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정권을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보수층을 의식해야 하는 새누리당 주자들은 대북 제재와 강력한 자위 수단 확보를 강조한다. 게다가 여권의 일부 주자들은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붕괴)를 염두에 둔 해법까지 생각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안보 논쟁이 가열될 경우 어느 쪽이 유리할까? 북한의 도발이 계속 이어진다면 안보 이미지가 강한 후보에게 득이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경한 이미지로 비칠 경우에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디테일’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도 있다.
과거에 안보 이슈가 불거지면 보수 정당에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북풍’(北風)이 일방적으로 보수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북풍을 활용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는데다, 다른 정치적 변수들이 안보 이슈를 덮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올해 1월 제4차 핵실험을 하고, 2월에 미사일 발사 도발을 했는데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경우가 단적인 사례다. 또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졌는데도 야당은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무상 급식’ 이슈를 제기해 승리를 거뒀다. 결국 내년 대선에서는 진정성을 갖고 안보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기댈 언덕’이란 느낌을 줄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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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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