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저지 호보컨역 충돌사고
▶ 출근 승객 북적 역사로 진입 폭발음

29일 뉴저지 호보컨 기차역 충돌 사건 직후 소방 대원들이 역사 밖에서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허드슨 강 건너로 뉴욕 맨해튼의 빌딩 숲이 한눈에 보이는 뉴저지 주 호보컨 기차역은 29일 아침 한순간에 ‘생지옥’이 됐다.
오전 7시23분 뉴욕 주 스프링밸리를 출발해 뉴저지 주의 16개 기차역을 거치며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승객 250여 명을 태운 뉴저지 통근열차 ‘패스캑밸리 라인’의 1614호 열차가 8시45분께 종점인 호보컨 역 승강장으로 속도를 낮추지 못하고 돌진했다.
멈춰야 할 선로 끝에서 멈추지 않은 열차는 범퍼와 먼저 충돌한 후 공중으로 튕겨 올랐고, 선로를 이탈한 앞부분이 역사 안으로 들어와 기둥과 벽을 들이받은 뒤에야 멈췄다.
출근 시간 대에 북적이던 역사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고 승객들은 피범벅이 됐다.
종착역에 거의 도착했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는 게 승객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오전 8시 45분께 발생한 이 사고로 역사의 기둥과 천장이 파손되면서 일순 콘크리트 더미들이 내려앉았다. 피범벅이 된 승객들이 열차의 유리창을 깨고, 잔해를 헤치면서 기어 나왔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벽을 직접 들이받은 열차의 첫 칸은 마치 종이가 구겨지듯 찌그러졌다.
부상자 구조를 위해 이 첫 칸으로 기어들어간 ‘뉴저지 트랜짓’ 직원 마이클 라슨은 “첫 칸은 완전히 부서졌다. 천장 전체가 내려앉았고 좌석들도 파손됐다”고 말했다.
3∼4번째 칸에 타고 있었던 로스 바우어는 AP통신에 “열차가 급정거하더니 엄청난 굉음을 냈다”며 “승객들이 좌석에서 튕겨 나갔고 열차 내 전등이 꺼졌다. 뭔가 무너지는 것 같은 폭발음을 들었다”고 말했다.
폭발음은 역사의 지붕이 무너지는 소리, 또는 열차가 범퍼를 들이받으며 낸 소리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다른 승객인 레온 오픈가든은 CNN방송에 “제일 앞쪽에 타고 있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면서 “열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그러더니 충돌했다”고 말했다.
충돌 후 “만약 다쳤으면 움직이지 말고 그냥 열차 안에 있어라”라는 승무원의 말을 들었다는 그는 수트 차림의 옆자리 남성의 몸에서 피가 분출하고 있었다며 충격의 순간을 전했다.
열차 뒤쪽에 타고 있었던 승객 바게시 샤는 “열차가 좀 멈췄으면 좋겠는데 멈추지를 않았다. 그냥 내달렸다”고 말했다.
충돌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었다는 한 승객은 “내 앞의 승객들은 천정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모두 고꾸라졌다”고 말했다.
기차역에 있었다는 한 여성은 “콘크리트 아래 깔린 여성을 봤다”며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거나 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호보컨 도착 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는 또 다른 열차 기관사는 “내가 달려갈 때 누군가를 밟았다. 그가 사망자인 것 같다”며 몸을 떨었다.
열차 앞쪽의 승객 대부분은 스스로 창문을 깨고 탈출하거나, 구조를 위해 달려온 다른 시민들의 손을 붙잡고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플랫폼에 있다가 변을 당한 사람들은 이들보다는 경상이라고 당국자들은 말했다. 그런데도 유일한 사망자는 플랫폼에 서 있다가 잔해에 몸을 다친 30대 여성으로 파악되고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열차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입했으나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과 접촉했다면서 연방, 주, 지역 당국과 협조해 한 치의 차질없이 사고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NBC방송은 조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날 충돌이 단순 사고이거나, 기관사의 실수로 보인다고 전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을 취소했다.

29일 뉴저지 호보컨 기차역 충돌 사건 현장에서 사람들이 충돌한 기차 잔해 속을 살펴보며 부상자들을 찾고 있다.

사고 역 현장. <뉴욕 타임스>
▲사고역은
사고열차는 뉴저지 대중교통회사인 ‘뉴저지 트랜짓(NJ transit)’이 운용한다.
109년 된 호보컨 역에는 뉴저지 주의 맨해튼 통근객을 태운 여러 열차 노선들이 집결하는 종점이자, 대형 환승역이다. 승객들은 이곳에서 허드슨 강을 건너는 페리나 뉴욕-뉴저지를 잇는 지하철인 패스(Path)로 바꿔 타고 맨해튼으로 들어간다.
이 통근열차로 뉴저지에서 뉴욕시로 출근하는 사람은 매일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호보컨 역은 사고 후 수 시간 열차 진입이 중단됐다가 오후에야 일부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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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제어시스템 설치 안돼 문제점
사고를 낸 통근열차는 연방 정부가 권장하는 속도저감장치를 장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NBC방송 등 언론들은 1614호 열차에는 속도제어시스템인 PTC(positive train control)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이 시스템은 열차의 속도를 모니터하고 있다가 과속 시 속도를 자동으로 줄여주는 안전장치다.
뉴저지 대중교통수단을 운용하는 ‘NJ 트랜짓’은 PTC 시스템을 2018년 12월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사에서는 현재까지 PTC 시스템의 사용을 훈련받은 직원이 없었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앞서 2015년 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탈선해 8명의 사망자를 냈던 암트랙 열차에도 이 장치가 장착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미국에서 1969년 이래 145건의 철도사고로 288명이 사망하고 6,574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되는 가운데 교통 당국은 PTC가 활용됐다면 피해 규모가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장치는 원래 2015년 12월 31일까지가 설치 기한이었으나, 각 주의 교통 당국이 연방 의회를 상대로 연장을 요구하는 바람에 3년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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