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공신화 쓰는 스퀴피 클린-창업 꿈꾸며 실리콘 밸리 갔다 사무실비 대신 청소하다 눈 떠
▶ 데이터 분석으로 인건비 줄여 사고 낮추자 투자자들 나서

스퀴피 클린의 청소원 마리아 머리로가 싱귤래리티 유니버시티에서 대걸레로 마루를 닦고 있다. [Jim Wilson/뉴욕타임스]
지난 2013년 10월의 어느 목요일 밤, 사이먼 브룩스는 몇 개 안되는 소지품을 꾸려 실리콘 밸리로 차를 몰았다.
그곳에서 ‘개드주커리’라 이름붙인 스크래블 앱(Scrabble app)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였다. 스크래블은 알파벳으로 낱말을 이어가는 일종의 보드게임이다.
당시 그의 형편은 막막했다. 켄터키 주 루이스빌의 집은 판매가치보다 모기지가 더 많은 ‘깡통주택’이었다. 결혼은 이혼으로 막을 내렸고 모기지 브로커 일자리는 금융위기의 여파에 휩싸여 떠내려갔다.
실직 후 2년간 레스토랑과 바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근근이 생계를 꾸리던 그는 무의미하고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견과 짐 가방을 차에 싣고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해커 도조’를 향해 출발했다.
흔히 도조라 불리는 해커 도조는 커뮤니티형 오프라인 공유 작업공간으로 비영리 단체로 운영되고 있으며 창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도조 회원은 최저 월 125달러로 언제든 작업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
해커 도조에 회원으로 가입할 당시 브룩스가 가진 것이라곤 마지막 재산인 1만2,000달러의 현금과 전혀 다듬지 않은 교육용 스크래블 게임의 러프 버전뿐이었다.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일단 도조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곳에서 개발팀을 꾸려 스크래블 앱의 완성체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개인적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스크래블 앱에 관심을 보이는 개발업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고, ‘금싸라기 땅’이라는 실리콘 밸리이다 보니 몸을 누일 단칸방조차 구할 수 없었다.
4개월간 모텔 신세를 지며 해커 도조를 드나드는 동안 가지고 있던 현금이 바닥났다. 꼼짝없이 홈리스 신세가 된 그는 유일하게 남은 자산인 99년도 형 렉서스 자동차에서 생활해야 했다. 지지리 궁상스런 삶은 이어가던 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도조 무료 회원권을 제공받는 대가로 공유 작업공간의 화장실과 키친청소를 담당케 된 것이다. 사이먼은 데이터 분석기법을 사용해 청소효율성을 극대화했고 도조를 감싸고 돌던 시큼한 냄새를 완전히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해커 도조의 창립 멤버 가운데 한 명인 래리 멀로니는 “1만6,000평방피트의 면적을 지닌 도조는 창업을 꿈꾸는 개발업자들이 매일 밤늦게까지 우글대는 공동 작업공간일 뿐 아니라 하루 최소 300명의 외부 방문객이 드나드는 곳”이라고 지적하고 “사이먼은 데이터의 뒷받침을 받는 혁신적 청소법으로 코끝을 맴돌던 시금털털한 악취를 말끔하게 제거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8개월 후 도조 관리팀은 기존 청소용역회사 대신 월 400달러에 브룩스를 고용했다.
그로부터 다시 8개월이 지나자 브룩스는 가망성이 없는 개드주커리 개발을 포기하고 상업용 청소시장의 가능성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청소업은 고만고만한 영세업체들이 파이를 나누는 51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이었다.
브룩스는 해커 도조의 경영팀으로부터 1개월 단기 대출을 받아 청소장비를 구입한 후 2015년 그의 첫 회사인 ‘스퀴피 클린’(Squiffy Clean)을 출범시켰다.
전세계 청소산업의 협동조합격인 ISSA의 사무총장 존 바렛은 “오늘날 미국의 청소용역사는 10만 개에 달하며 이들 중 상위 50대 업체들이 전체 수입의 30%를 가져간다”고 밝혔다. 뒤집어 말하면 영세업체들에 의해 시장이 조각나 있다는 얘기다.
바렛에 따르면 국내 청소업체들 가운데 90%가 개인 소유다. 그러나 많은 업체들이 얼마 견디지 못하고 무더기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회사들이 꿰차는 등 신구 회전율이 스타트업 수준을 능가한다.
그러나 브룩스는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창업 후 6개월이 지날 무렵 브룩스는 해커 도조를 떠나 팔로 알토로 사무실을 옮길 정도로 돈을 모았다. 스퀴피 클린은 여느 청소회사와 달리 하이텍 의존도가 높다.
1평방피트를 걸레질 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비롯, 무려 700개의 데이터 측정값을 사용해 청소방법을 개선하고 세련화해 적정선의 용역료를 산정한다. 회사 출범 후 처음으로 연면적 8,000평방피트짜리 건물의 청소권을 따낸 브룩스는 데이터 측정을 통해 청소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월 600달러의 노동비용을 삭감했다.
그는 “이 바닥의 마진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일부 업무를 한데 묶거나 작업순서에 변경을 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노동비를 철저히 줄여야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영세 청소업체들이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대금을 산정하지만 그는 작업 대상지에 관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알고리듬을 만들었다이와 함께 스퀴피 클린은 인부들의 직장상해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테크놀로지도 개발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자료를 이용해 실제로 사고가 일어났는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사무실청소 업체들에 비해 스퀴피 클린은 근로자들에게 시간당 17달러의 후한 임금을 지급한다. 노동국 자료에 따르면 청소업계의 평균 시급은 11달러27센트다. 시급만 높은 게 아니다.
스퀴피 클린은 직원들에게 회사의 지분을 나누어주고 청소원들의 안전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 지난 3월 브룩스는 온라인 P2P 마이크로파이낸스 회사인 키바(Kiva)를 통해 1만 달러를 대출받았고 스타트-업 투자플랫폼인 에인절리스트(AngelList)를 통해 잠재적 투자자들과 협상 중이다. 물론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 번째 문제는 경쟁사들보다 후한 임금을 제공한다 해도 스타트-업의 경우 믿을만한 청소원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청소대행사는 여성들에게 안전치 못하다는 뿌리 깊은 인식도 원활한 인력수급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야밤에 빈 건물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작업 특성상 여성 청소원이 남성 동료와 현장감독에게 강간을 당하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퀴피 클린은 밤청소 팀을 4인 1조로 구성하고 같은 조에 속한 여성청소원의 수를 2명 이상으로 늘렸으며 현장감독을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도 힘들고 어려운 도전이 산적한 상태이긴 하지만 브룩스는 스퀴피 클린을 창업한 후 자신의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좁은 자동차 안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브룩스의 숙소는 34피트짜리 RV(recreational vehicle)로 바뀌었다. 비록 낡은 노후차량이긴 해도 샤워와 베드가 있다는 것만으로 그는 대만족이다.
현재 독립계약직으로 일하는 18명의 청소원 전원을 정규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라는 브룩스는 “워낙 밑바닥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내겐 욕심도 없고, 실패의 두려움도 없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뉴욕타임즈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