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라이선스 없이 운전면허·밴 있으면 가능 유족 “함부로 다룬다” 분노
▶ 운구원 “24시간 대기해야” 고용주 상대로 집단소송

캘리포니아의 시신운송업체‘시레니티 트랜스포테이션’에서 근무하는 커티스 존슨(63). 그는 “시신운반 지시를 받은 드라이버는 마치 소방관처럼 황급히 현장으로 달려간다”고 말했다. [Jim Wilson/뉴욕타임스]
자카리 스멜츠(31)에게 주검과 삶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의 생업은 시신운송이다. 펜실베니아주 리켄스에서 ‘스멜츠 장의운구사’를 운영하는 스멜츠는 펜실베니아 전역과 뉴저지 일대를 종횡으로 누비며 시신을 픽업한다.
운구업은 경기를 타지 않는 틈새시장이다. 스멜츠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은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고” 죽는다.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이승을 떠나는지도 개인의 선택영역 밖의 일이다.
따라서 운구업자에게는 웬만해선 뒤집혀지지 않는 튼튼한 위장과 밤낮을 불문하고 언제, 어디로건 시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 가족과 추수감사절 식사를 하다가도 사체 픽업 메시지를 받으면 군말 없이 뛰어나가야 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운구과정에서 어떤 취급을 받건 건 시신은 불평하는 법이 없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유족은 다르다. 망자의 존엄이 조금이라도 훼손됐다고 생각하면 사정없이 달려든다.
유족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민간 용역인은 시신운송업자다. 이들은 장의업자가 아니라 운수업자다. 시신을 옮기는 일에 관해 특별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뉴욕시를 비롯한 극히 일부지역 제외하면 시신운송업자는 따로 라이선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운전면허와 밴이 있으면 누구나 독립적으로 시신 운송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다. 뉴욕시에서는 정식 면허를 지닌 장의사, 혹은 부검의로부터 지정을 받은 운구업자만이 시신을 옮길 수 있다.
반면 펜실베니아와 뉴저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달리 제한이 없기 때문에 독립적인 용역계약업체들이 시신운송업의 주축을 이룬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유족과 업자들 사이의 마찰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족이 제기하는 대표적인 불만은 “시신을 함부로 다룬다”는 것이다. 예의를 갖추지 않고 시신을 마치 짐짝 옮기듯 한다는 비난이다. 스멜츠는 자신이 거느린 18명의 직원들에게 유해를 “여러분의 어머니라 생각하고 최대한 정중하게 모시고 제 아무리 육중한 시신이라도 유족들 앞에서 절대 힘겨워하는 표정을 짓지 말라”고 주문한다.
무겁다고 투덜대거나 짜증스런 표정을 짓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다. 운구업자들이 사용하는 차량도 곧잘 유족의 분노를 자아낸다. 운구하면 의례 차 안에 검은 주단이 깔리고 역시 검은 색으로 틴팅한 유리창에 커튼이 걸린 검은 색 리무진과 검은 양복을 착용한 기사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례식이 끝난 후 망자의 유해를 영면지로 실어 나르는 검은 색 운구차와 가정이나 병원, 혹은 사건현장에서 수습한 시신을 부검의실 혹은 장례식장의 시신안치소로 옮기는 수송차량은 완전히 다르다. 시신 수송차량에는 제한이 없다. 그저 시신을 실을 수 있는 밴이면 된다.
스멜츠도 여느 운구업자와 다름없이 특징이 전혀 없는 밴을 사용한다. 장의사가 운영하는 운구업체라고 다를 바 없다. 이들 중 한 명인 케빈 코트니(50)는 “솔직히 너무한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취업 인터뷰를 했을 때 고용주인 장의사가 던진 질문은 “운전면허증이 있느냐가 전부였다”고 밝혔다. 코트니는 “취업 후 몇몇 동료들이 운전하는 밴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만약 그렇게 더럽고 낡은 차가 집 앞을 지나간다면 수상쩍은 생각에 신고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신수송을 위해 밴을 새로 구입하는 업자나 직원은 없다.
코트니는 찬거리를 싣고 가다가 시신을 픽업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는 바람에 구입한 물건을 서둘러 내려놓고 곧바로 차를 몰아 현장으로 달려갔다는 동료의 경험담을 들은 적도 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 역시 시신 운송원으로 2개월간 일하는 동안 ‘영업용 밴’을 패밀리카로 사용했다. 경찰이나 응급구조대 대원들처럼 전문적인 훈련을 전혀 받지 못한 탓에 수송원이 무의식적으로 무례를 범하기도 한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운구원들이 그들의 고용주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전개 중이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고용주로부터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훈련을 전혀 받지 못했으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24시간을 대기상태로 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바퀴달린 침대를 실은 본인의 밴을 이용해 시신을 옮겨야 하고 시체를 담는 바디백도 자비로 구입해야 한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결국 처우개선과 직업훈련으로 귀결되는데 이를 위해선 장의운구업에 관한 규제강화가 선행되야 한다. 캘리포니아는 시신운송업 종사자들에게 특별한 라이선스를 요구하지 않는다.
뉴저지 장의사협회의 전무이사인 조지 켈더는 “유해를 운반하는 사람에게 라이선스나 등록을 요구할 경우 결과적으로 유족들의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하지 않는다면 시신을 운반하는 드라이버들에게 기초적인 트레이닝을 제공하고 병원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시인했다. 자신의 다지 캐러밴을 이용해 시신을 운반하는 스멜츠는 “중요한 것은 매너”라고 주장한다.
그는 “시신을 차 뒤에 실은 상태에서 철물점에 들른다면 아무리 고급차량을 사용한다 해도 망자에 대해 씻을 수 없는 무례를 범하게 된다.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어떻게 시신을 옮기느냐가 중요하다”며 “라이선싱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장의업 종사들 가운데서도 시신운송업에 관한 규제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뉴욕시 수석부검의실은 시신운송차량의 드라이버를 지정한다. 수석부검의실 대변인은 “우리가 엄격한 규정을 마련한 이유는 너싱홈에서 숨진 할머니의 주검을 배관공을 보내 거두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며 타 지역에서도 시신운송업에 대한 규제강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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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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