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공약을 잘 살펴보고, 기도하고, 양심껏 투표하라"고 조언했다.
교황은 2일(현지시간) 사흘 간의 조지아·아제르바이잔 순방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음 달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미국 신자들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겠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교황은 선거는 미국민의 독립적인 권한이므로 선거운동에 결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약을 잘 연구하고, 기도하고, 양심껏 선택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이런 발언은 올 초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을 방문했을 때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를 비판해 트럼프 측으로부터 반발을 산 것을 의식한 대답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당시 멕시코인들을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트럼프의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장벽을 설치하는 사람은 그 누구일지라도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종교 지도자가 누군가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교황은 이날 로마행 비행기에서 내년 해외 순방 계획도 공개했다.
교황은 내년 5월에 포르투갈의 성모 성지인 파티마를 찾는 것을 비롯해 인도와 방글라데시 방문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또, 아프리카 방문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와 반군 간의 역사적인 평화 협정이 도출된 콜롬비아 방문 계획에 대해서는 "상황이 후퇴하지 않는 시점이 오고, 모든 것이 확실해질 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교황청과 중국의 수교설이 몇 달 전부터 돌고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년에 중국을 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러면서도 바티칸 박물관이 중국에서 최근 전시회를 진행하고, 중국 관련된 전시회도 바티칸에서 곧 계획돼 있는 등 양국 관계가 좋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교황청 회의에 참석한 중국 대표단 편으로 선물을 전달해오고, 공산주의 아래에서 단절된 양국 관계를 점진적으로 논의하는 실무 그룹도 존재한다"면서 "그들은 천천히 논의하고 있지만 느린 것이 좋고, 빠른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 국민에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이날 귀국길에서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성애 성향을 갖고, 성별을 바꾸는 문제와 그것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며 "어린이들에게 생물학적 성을 후천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이론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은밀한 세뇌'"라고 비판했다.
교황은 이어 "그들도 사회에서 환영받고, 인정받고, 공동체와 통합되야 한다. 그동안 동성애자들과 동행하고, 그들을 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면서도 "교황이 성전환자들을 축복할 것이라고 기사에 쓰진 말아달라"고 선을 그었다.
교황은 즉위 초기에는 동성애자들에 대해 "내가 누구길래 그들을 심판할 수 있겠느냐"는 유명한 발언을 하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지난 4월에 발표한 교황청의 새로운 '가정 권고'에서는 동성 커플을 배제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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