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伊탐사보도 기자의 정체 공개에 작가의 필명 자유권 침해 논란 제기

최근 번역출간된 ‘얼굴없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소설
뛰어난 소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도 얼굴과 신상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얼굴없는 작가'로 알려진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가 로마에 거주하는 문학 번역가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탈리아 경제신문 '일 솔레 24오레'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클라우디 가티는 2일(현지시간) 페란테의 부동산 기록과 그와 전속 출판사 '에디치오니 e/o'와의 금전 거래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그가 나폴리 출신 소설가 도메니코 스타르노네의 아내인 번역가 아니타 라자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가티는 2014년부터 이 출판사에서 라자에게 송금된 돈이 크게 늘어난 것에 주목하며 페란테가 라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1991년 첫 소설 '성가신 사랑'을 발표하며 데뷔한 페란테는 2011년부터 발표한 소설 '나폴리 4부작' 시리즈로 이탈리아는 물론 영미권 등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이지만 필명 외에는 정체가 알려지지 않아 전 세계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나폴리를 배경으로 두 소녀의 평생에 걸친 우정을 그린 그의 '나폴리 4부작'의 최종편인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는 올해 한국 소설가 한강이 수상한 영국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 올라 '채식주의자'와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가티 기자는 "몇 달에 걸친 조사 결과 페란테의 진짜 신원을 입증할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며 페란테의 필명 뒤에 있는 진짜 작가는 독일 문학 번역가로서 에디치오니 출판사와 오랜 관계를 맺고 있는 라자라고 지목했다.
에디치오니 출판사는 이런 주장에 대한 확인을 거부한 채 가티 기자가 페란테와 출판사의 사생활 모두를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가티 기자의 주장을 담은 기사는 이날 미국 뉴욕의 서평문예지인 뉴욕 리뷰 오브 북스를 비롯해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프랑스 탐사보도 사이트인 미디어파트 등에 실려 페란테의 정체를 둘러싼 서구 주요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보여줬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페란테의 신상을 밝히기 위한 가티 기자의 노력이 과연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수많은 작가들이 진짜 신원을 숨긴 채 필명 아래 글을 씀으로써 문학적 자유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티 기자의 탐사보도는 작가의 익명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여성주의 작가 록산나 게이는 트위터에 "엘레나 페란테의 진짜 신원이 전혀 궁금하지 않다"며 "그런 종류의 정보는 내 삶을 바꾸지도 못하고, 페란테의 책을 더 탁월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영국 소설가 조조 모예스도 트위터에 "엘레나 페란테는 필명으로 글을 써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녀의 정체를 아는 것은 우리의 권리가 아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런 비판에 대해 가티 기자는 3일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페란테가 매우 공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정체를 공개했다"며 "그의 책 수 백 만 권이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들은 어떤 면으로는 작품을 창작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페란테의 책은 현재까지 39개 나라에서 출간돼 200만 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