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대 여성들 임신한 몸매 적극 과시
▶ 펑퍼짐한 옷으로 배 감추던 것은 옛말, 신축성 좋은 소재로 패션 감각 살려

나일론과 스판덱스를 혼합해 신축성이 뛰어난 임신복 상의. 로지 포프가 만든 이 임신복은 신축성이 좋고 빨아도 바로 마르는 장점이 있다.
여배우 데미 무어가 임신한 배를 둥그렇게 드러낸 사진이 잡지 배니티 페어 표지에 실린 지 25년 이상 지났다. 그런데 임신복 소매업체들은 임신부들이 항상 펑퍼짐한 옷으로 배를 감추고 싶어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이제야 눈을 뜨고 있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 임신부들은 불룩한 배를 감추기는커녕 오히려 과시하려는 추세이다.
임신에 대한 문화적 태도가 바뀌면서 임신복들이 이전의 침대 시트 섹션 비슷하던 데서 고급 부티크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렇게 임신복에 패션이 가미되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임신복 전문점과 온라인 가게들이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있고, 전통적 임신복 소매업체들 역시 경쟁력을 얻기 위해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요즘 임신부들은 이전 세대 임신부들과 다르다. “내 몸을 과시하고 싶어요. 감출 필요가 없지요. 패션 감각을 살리고 싶어요” 라고 말을 한다고 업계 컨설팅업체인 WSL 전략 소매업의 웬디 리브만 사장은 말한다.
오랜 동안 ‘데스티네이션 머터니티(Destination Maternity)’ 등 전통적 임신복 제조업체들이 장악해온 임신복 시장은 지난 2011년 이래 매년 0.2%씩 판매고가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온라인 거래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이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스타일을 중시하는 임신복 소매업체들이 온라인 샤핑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 엄마들을 겨냥하고 있다. 아울러 뒤늦게 임신한 좀 더 나이든 여성들, 그래서 아마도 씀씀이가 좀 더 클 여성들을 이들은 또한 타깃으로 삼고 있다.
온라인으로만 판매를 하는 업체인 ASOS나 ‘해치(Hatch)’는 드레스 한벌에 50달러에서 250달러 예산을 잡고 있는 여성들을 고객으로 한다. 영국의 패스트 패션 업체인 ASOS는 임신복 분야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이즈를 쁘티뜨 사이즈와 톨 사이즈로 늘렸다. 그런가 하면 갭(Gap) 같은 전통 매장들은 임신복 컬렉션 전체를 온라인으로 옮기고 있다.
뉴올리언스와 루이지애나의 베이튼 루지에서 ‘베이비 범프(Baby Bump)’ 라는 부티크를 2개 운영하고 있는 줄리 알렌과 그의 남편 로비는 임신복으로 80~90달러짜리 인조 모피 베스트와 식물성 가족 바지를 팔 생각이다. 이들 부부는 ‘임신부 패션을 다시 멋지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부부는 차츰 비즈니스 전체를 온라인으로 옮길 생각이다. 2년 전 시작한 온라인 서비스 ‘범프스타일 박스(Bumpstyle Box)‘에 100%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전통적 임신복 업체였던 ‘데스티네이션 머터니티’는 미전국에 5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근년 임신부들에게서 외면을 당하면서 패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정비하는 중이다.
“임신복은 패션과는 거리가 멀다는 오랜 오명을 극복하느라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앤소니 로마노 사장은 말한다. 요즘 임신부들은 임신하기 전에 입었던 패션과 트렌드의 옷을 입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재정비를 하는 사이, ‘베이비 범프’와 ASOS 같은 경쟁업체들은 스타일에 민감한 여성들을 부지런히 사로잡고 있다. 그 어머니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임신복에 기꺼이 쏟아 부을 준비가 되어 있을 여성들이다.
“딸을 위해서 임신복을 알아보다가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마리아 구어딘(70)은 말한다. 그의 딸 소니아 비코치(35)는 2살 반과 5개월 된 아이들을 두고 있다.
“블라우스가 70달러나 90달러인겁니다. 이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요.”초등학교 교사인 소니아는 고급품과 저렴한 상품으로 갈라지는 임신복 시장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패스트 패션업체인 H&M에서 저렴한 옷들을 선택했다. 오래 두고 입을 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한편 맨해턴의 로지 포프는 고급 임신복을 찾는 고객들을 겨냥한다. 최근 다운타운 맨해턴 에서 패션 촬영을 하면서 그는 최신 스타일의 신축성있는 스웨터며 스키니 진들을 내놓았다. 최신 유행을 따르면서 임신한 몸매가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든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예를 들어 허리 부분을 신축성 좋은 소재로 하고 로우 컷으로 처리한 스키니 진은 배를 불룩 튀어나오게 하는 한편 다리에 액센트를 준다.
“임신복은 과거 백화점 맨 뒤의 할머니 속옷 파는 옆에 보통 있었지요. 이제는 그렇지가 않아요.”로지는 뉴욕과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서 3개의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아마존 부설 고급 온라인 소매업체인 ‘샵밥(Shopbop)’ 그리고 노스트롬에 상품을 내고 있다. 임신복에 150달러를 투자하게 되다보니 그는 이들 여성이 출산 후에도 여전히 입고 싶어할 옷들을 만들고 있다.
임신복 시장은 아주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최근 아기 신발과 액세서리를 추가했다.
전통적 펑퍼짐한 임신복 업체였던 ‘데스티네이션 머터니티’는 지난 10년 동안 수백개의 매장 문을 닫았고 회사 주식은 68% 이상 떨어졌다. 매상은 거의 20% 감소, 가장 최근 회계연도의 경우 매출이 5억 달러 정도였다.
2년 전 한창 어려울 때 사장이 된 로마노는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패션 감각을 살린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허리부분이 신축성있게 처리된 스키니 진, 그래픽 티셔츠, 그리고 다양한 무늬와 색상의 레깅스를 만들어 기존의 3배나 양을 늘렸다.
“밀레니얼 세대는 정말이지 배를 과시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항상 소재가 얼마나 부드러우냐, 얼마나 잘 늘어나느냐를 점검하지요.”71세의 마리 조지는 임신복이 그저 크고 풍성하기만 했던 때를 기억한다. 하지만 그의 딸인 레베카 조지 워나우는 다르다. 미용과 라이프스타일 전문가인 그는 지금 5개월 된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임신복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특별한 때에 입을 비싼 드레스도 두어 벌 장만했다.
마리는 딸의 튀어난 배를 정말로 강조했던 줄무늬 드레스를 기억한다.
“요즘은 그런 게 다 받아들여지지요. 지금 내가 임신을 했다면 나도 훨씬 나아 보였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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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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