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안 쓰던 청각·촉각회로 사용… “뇌 마사지”효과
『도쿄(東京) 긴자(銀座)에 있는 격투기 체육관 'b-몬스터'. 6월에 문을 연 이 체육관에는 샌드백 30개가 늘어서 있다. 어두컴컴한 조명 밑에서 경쾌한 음악과 함께 강습이 시작되면 회원들은 트레이너의 '사이드', '업' 하는 구령에 맞춰 일제히 샌드백을 두들긴다. 45분간의 기본동작 훈련이 끝나고 나면 전원 땀범벅이 된다』
20대의 한 여성회원은 "복싱체육관은 드나들기 어렵지만 여기는 깨끗하고 세련된 데다 어두워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운동할 수 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체육관 운영회사 관계자는 "어두운 편이 집중하기 좋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일본인에게도 맞는다"고 설명했다.
12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컴컴한 조명 속에서 복싱 등의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캄캄한 공간에서 회사연수회를 하는 등 어둠을 이용한 사업들이 소리 없이 번창하고 있다.
어둠을 이용한 비즈니스는 도쿄에 앞서 뉴욕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롯폰기(六本木)힐스에 있는 '필사이클(feelcycle)'은 바이크머신 50대를 갖춰 놓고 있다. 어둠 속에서 미국과 영국 인기차트에 오른 노래가 흘러나오면 각자 자기 페이스에 맞춰 완급을 조절해 가며 페달을 밟는다. 필사이클을 운영하는 '벤처뱅크'사는 2012년 긴자에 1호점을 낸 이래 번창 일로를 걸어 현재는 22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는 30~40대 여성이 가장 많다. 출근 전에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서 아침 7시대의 레슨은 거의 만원이다. 일반 체육관에 다니다 이곳으로 옮겼다는 40대의 여성회원은 "어둠 속에서 음악을 즐기며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체육관 홍보담당자는 "주위가 어두워 필사적으로 페달을 밟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아서 좋다"면서 "어둠이 용기를 내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남성 이용자도 30% 정도 된다.
조용히 어둠을 즐기는 이벤트도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비일상적인 체험을 해보는 '다이어로그 인 더 다크'가 대표적이다.
2011년부터 기업연수가 시작돼 지금은 이용기업이 크게 늘었다. 행사 주관단체에 따르면 연 500개 이상의 회사가 이 연수를 도입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공동작업을 하거나 얼굴도 보이지 않는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하기 등이 참가자 간의 소통을 깊게 해주고 발상의 전환을 촉진한다고 한다. 9월에는 사가(佐賀)현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도입했다.
도쿄 니시아사쿠사에 있는 료쿠센지(綠泉寺)는 2006년부터 서양 '블라인드 레스토랑'의 일본판인 '어둠속 식사' 행사를 매월 한 차례씩 개최하고 있다. 희미한 조명 속에서 눈을 가리고 요리를 한가지씩 맛보는 행사로 정원 12~16명은 행사 일정이 예고되는 즉시 차버릴 정도의 인기다. 주지인 아오에 가쿠호 스님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선입관 없이 음식이나 상대방과 마주할 수 있다"면서 "현대사회에서는 넘쳐나는 정보를 '지워가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어둠 속에서의 활동은 "뇌 마사지"라는 게 뇌과학자 모테키 겐이치로의 지론이다. 현대는 시각우위 시대라서 다양한 문자와 화상, 영상 등의 자극에 종일 노출되기 때문에 뇌의 기능이 한쪽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어둠 속에서 하는 활동에는 보통 때 사용하지 않는 청각이나 촉각, 신체감각 등을 담당하는 회로가 총동원되기 때문에 뇌의 기능이 높아진다"면서 "식사도 미각이나 후각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음식 맛이 깊어진다"고 강조했다. 묻혀있던 능력을 재발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