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객 추태로 골치 앓는 중국당국, ‘어글리 차이니스’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
▶ 리스트 공개해 망신주고 여행 규제 시도

국경절이 시작된 지난 1일 상하이의 한 기차역 광장 앞 광경. 중국 최대 휴가주간을 맞아 관광을 떠나려는 유커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두 젊은 중국 관광객은 만리장성에 각자 자기 이름을 새겼다. 황하 강변으로 피크닉을 간 수백명의 시민들은 쓰레기를 마구 버려 강 주변이 썩고 있다. 중국의 가장 큰 휴가철인 국경절 주간에 일어난 일들이다. 중국 국내외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어글리 차이니즈의 모습들이 이번 국경절 휴가 기간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지난 1일부터 7일 중국인들은 대대적 관광 길에 올랐다. 1949년 공산당이 중화민국을 건립한 건국일을 기념하는 국경절 황금 휴가주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중국에서 14억 인구가 바다로 산으로 해외로 휴가를 나서면 어떤 소동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가 없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의하면 황금휴가 주간 여행에 나선 인구는 5억8,900만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인구의 두배나 되는 거대한 인파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이다.
중국 중앙 TV 보도에 의하면 휴가 첫날인 1일 기차로 여행에 나선 인구는 총 1,440만명.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가 증가한 인파로 철도 당국은 늘어난 여행객을 수용하기 위해 500대 이상의 기차를 새로 투입했다.
휴가 첫날 항공기 탑승객은 96만명으로 2015년 같은 날에 비해 6.4% 증가했다. 자동차 여행 역시 인기를 끌었는데, 황금휴가 주간이면 정부가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국의 고속도로는 수마일씩 차가 밀려 거대한 주차장이 되었다.
이렇게 인파가 몰려드니 전국 명승지나 유원지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 지난 4일 베이징의 자금성이 한 예. 인민일보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하해와 같이 몰려든 사람들 사진을 올렸다. 이 신문에 의하면 지난 2일 자금성 입장권은 두시간만에 2만장이 팔렸다. 분당 166장이 팔린 것이다.
중국 관광객 즉 유커가 떼로 움직이면서 다시 제기된 것이 어글리 차이니즈 문제. 국내와 국외 여행객들의 낯 뜨거운 행동들과 이미지들이 소셜네트웍에 홍수를 이루고 이에 대한 자기 분석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돈은 점점 늘어나는 데 매너나 외국 경험은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제기되는 것이 ‘관광 블랙리스트’ 가 왜 작동되지 않느냐는 의문이다. 중국정부는 유커들의 추태가 급증하자 지난해 5월 여행 중 추한 행동을 한 여행객의 이름을 공개하고 망신을 줌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어글리 차이니즈의 전형으로 널리 알려진 사건들을 예로 들면 우선 타일랜드의 한 뷔페에서 벌어진 새우 쟁탈전. 중국 관광객들이 새우요리를 접시에 산처럼 퍼 담는 광경이 SNS로 퍼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런가 하면 비행기 승무원에게 뜨거운 물을 쏟아 붓고, 고대 이집트 유적에 이름을 새기며,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용변을 보게 하고, ‘바람을 쐬고 싶어’ 비행기 비상구를 여는 등이다.
이런 행동들을 중국 당국은 범법행위 혹은 윤리적 저촉 행위로 다루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비행기나 대중교통 운항 방해, 공공기물이나 환경 손상, 문화유산 훼손, 현지 관습 무시 그리고 그 외 도박, 불법마약 사용, 매춘이나 다른 ‘위험한 성행위’등이 포함된다.
이런 행동 결과로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3년 동안 명단에 남아 여행사나 항공사 공공안전국 등 기관들이 조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해당자는 감독 대상이 되어 단체관광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경고를 받게 된다. 비행기 탑승이나 관광지 방문이 금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벌금 조항은 없다.
전반적으로 볼 때 블랙리스트 시행이 말처럼 순조롭지가 않다. 중국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도 개개인의 행동을 감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선 중국 관광청 웹사이트를 봐도 블랙리스트는 없다. 쉔첸 메트로폴리스 신문에 의하면 현재 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24명뿐이다.
이들 24명 안에는 이번 국경절 기간 추가된 두 사람도 포함된다. 관광청에 의하면 이들 중 한명은 베트남 여행 중 다낭에서 베트남 화폐를 태워버려 문제가 되었다. 그가 돈을 태운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중국해에서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사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다른 사람은 윤난 지방 여행 중 관광 안내원을 구타했다. 구타 이유 또한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광객과 안내원 사이에 마찰이 생기는 것은 흔한 일이다. 관광 조건이라든지 샤핑 규정 등이 종종 발단이 된다.
이번 휴가 주간 벌어진 일들이 다시 이목을 끌면서 신화통신은 블랙리스트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만리장성에 이름을 새기고 그림을 그리고, 황하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니 블랙리스트 제도가 왜 야만적인 관광객들을 통제하지 못하는가’ 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 노인 뉴스기관은 블랙리스트 제도가 만들어진 직후 리스트에 오른 남성을 예로 들었다. 리스트에 올라도 삶에 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타일랜드에서 돌아와서 이제 한국으로 갑니다. 최악의 경우, 단체 관광단에 못 들어가겠지요. 하지만 혼자 가는 여행은 문제가 없습니다.”앞으로 블랙리스트로 인한 압박은 점점 심해질 전망이다. 이들의 외국 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

경복궁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 한국에서도 유커들의 추태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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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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