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마약사범 재활운동가, 사복 경찰에 피살돼 논란 예고
▶ ICC 검사장 “초법적 처형, 국제법정 설 수 있다”…필리핀 대다수 “열렬 지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막말을 해대고 기행을 일삼는 가운데 '마약과의 유혈전쟁' 논란을 일으켜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현지 여론조사업체 펄스아시아가 9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필리핀 성인 남녀 1천2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86%의 신뢰율을 기록했다.
이는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여론조사의 91% 지지율보다는 다소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 볼 때 수도 마닐라 시민의 신뢰율이 92%에서 81%로 비교적 크게 떨어졌으나, 다른 지역의 변화는 크지 않다.
펄스아시아는 "필리핀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 업무수행에 만족하고 신뢰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마약에 중독된 가족이 마약 소탕전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50대 현지 남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대통령의 막말과 극단적 정책이 오히려 인기 유지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육두문자의 욕설을 날리는 등 두테르테 대통령의 거침없는 언행이 역대 정권이 보여 온 허약한 리더십에 질린 필리핀 대중에게 '용감하고 행동하려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광산 벌목 등으로 살 곳을 잃은 원주민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길을 열어주는 등 두테르테 대통령의 각종 진보적 사회정책 역시 인기를 떠받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마닐라 비정부기구(NGO)에서 자원활동가로 활동 중인 피부과 의사 로렌 바도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입을 좀 닫아줬으면 싶을 때가 종종 있다"면서도 "그가 필리핀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인다. 그건 그가 약자에게도 신경을 쓴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두테르테 대통령을 보는 국제사회 여론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파토우 벤소우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은 13일 성명을 통해 "필리핀 내 누구든 지시·요구·조장 등 행위로 집단 폭력을 선동하거나 이에 관여하면 잠재적으로 ICC 법정에 서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지난 9일 필리핀 경찰 두 명이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170㎞ 떨어진 민도로 섬에서 마약 투약자 재활을 도와 온 시민활동가 제나이다 루즈(51)를 살해한 사건도 초법적 살인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은 루즈가 자신과 아내, 자식의 생명을 지켜달라는 자칭 마약 밀매자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다가 스키마스크와 가발 등으로 변장한 경찰관들에게 총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추격전 끝에 체포된 두 경찰관은 필리핀 경찰대학 출신의 간부급 경관들로 밝혀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동안 경찰의 단속에 저항한 마약 용의자들만 사살되고 있다면서 "초법적 살인에 대한 우려는 피해망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필리핀 경찰에 따르면 마약 소탕전이 시작된 7월부터 현재까지 사망한 마약 용의자는 약 2천300명이며 이 중 1천566명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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