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의회서 대통령 후보 선정
미국사 의회의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대통령 후보를 선정하는 권한을 쥐고 있었다. 각 정당의 지도자들은 비공개적으로 협의회를 열어 후보자의 자격을 토의했다. 그러다가 점차 대중이 선거에 참여하면서 당 대회에서 유력한 후보자를 선택하는 관례가 생겼다. 이렇게 선출 방법이 바뀌자 지명 후보자의 유형도 달라졌다.
협의회 시대에는 애덤스나 매디슨처럼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 유리했으나 당 대회 제도에서는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거나 알릴 수 있는 서민의 영웅이 유리했다. 어떤 때는 당내에서 유력한 세 명의 후보자가 경쟁하다가 엉뚱하게도 대단치 않은 제3자가 선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잭슨의 당선은 대통령이 의회에 의존하던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민중의 여론에 의존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워싱턴 대통령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미합중국 대통령이 명실공히 전 국민을 대표한 것은 잭슨 시대부터였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대통령에게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거대한 권능, 즉 강력한 실천력이 있는 행정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가 국민 생활과 불가분한 중대한 행사가 되고 4년 중 2년이란 긴 시일을 두고 국민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테네시에서 말을 타고 백악관 입성
잭슨의 정치 슬로건은 ‘민중에 의한 통치’였다. 이것은 이전에 제퍼슨의 슬로건이기도 했다. 제퍼슨이 말한 민중은 영국의 민중과 마찬가지로 정치에 익숙한 소수파가 통치하는 것이지만, 잭슨의 민중은 스스로를 위해 자기 마음에 드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이런 의도를 실현할 수 있을까? 토크빌은 아메리카의 민중이 번영하고 자유로우며 행복하다는 점을 들어 긍정적인 판단을 내렸다.
여하튼 반백의 곱슬머리와 빛나는 왕관을 쓰고 연로한 잭슨이 테네시에서 말을 타고 백악관에 당도했을 때 이제 구원받았다는 행복감과 함께 희망으로 가득한 위대한 모험, 미개발의 자원이 넘쳐흐르는 광대한 대륙이 만인에게 부여한 기회 균등 등으로 이뤄진 아메리카 정신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처음으로 버지니아 출신도 아니고 애덤스 가문도 아닌 한 인물이 전 국민의 축복을 받으며 백악관으로 들어섰다. 취임식 전야에 그를 숭배하고 추종하던 많은 사람이 수도 워싱턴으로 모여들었다. 남부와 서부의 모든 주는 빠짐없이 축하사절단을 파견했다. 선거 운동의 대가로 한자리를 요구하러 온 사람도 있었으나 대개는 잭슨을 직접 보고 경의의 박수를 보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친구처럼 민중을 사랑하다
덤덤한 모습, 훤칠한 체격, 역전의 용사다운 위엄이 서린 잘생긴 얼굴은 대단한 매력을 풍겼다. 잭슨은 부유한 자유주의자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민중을 사랑하는 식이 아니라, 친구와 같이 스스럼없이 민중을 사랑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경우에 굴욕과 원한을 느끼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부 소농의 대표자이자 동부 노동자의 대표자이기도 했다.
1832년 잭슨은 재선에 성공했고 밴 뷰런이 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잭슨의 대통령직 제 2기는 빛나는 번영으로 유명하다. 당시 토지, 가옥, 면화, 노예 등 모든 물가가 상승했다. 이 호황에는 인구 증가, 새로운 농토 개발, 도시 발전 등이 번영의 요소로 작용했다.
잭슨 집권기에는 적어도 대통령의 권한이 의회와 동등하고 ‘대통령 한 사람만 의원인 제 3의회’가 존재하는 것 같은 인상마저 주었다. 민중의 신임을 얻은 잭슨이 과감하게 의회에 도전해 자유로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이다.
미합중국 대통령이 의회보다 다수의 국민을 대표한다는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잭슨에게서 비롯되었다. 이런 일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워싱턴과 제퍼슨, 잭슨은 점차 대통령이 의회의 제약 아래 있는 ‘민중의 왕’이란 권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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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번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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