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국가 운영체제와 개헌’ 토론회에서 발제
▶ “책임총리로 가야…원내에서 총리 추천하는 방안 추천”
총리 지명후 “국회와 사전협의 없었다는 것 굉장히 아쉽다”
"대통령이 지금 상황에서는 2선으로 물러났으면 좋겠다"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로 지명되기 전인 지난달 27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한 말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가 운영체제와 개헌'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석했다.
김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안보와 외교만 담당하는 그런 선으로 물러서고 그 다음에 내정과 특히 경제 문제가 지금 심각한 문제들이 많은데 이런 문제는 책임총리 이런 시스템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 있는 당들이 앞으로 합의를 해서 원내에서 총리를 추천하는 방안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정 혼란을 해소하려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국민대 교수인 김 후보자는 2일 저녁 국민대 본부관에서 마지막 강의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국정의 책임을 다할 총리를 지명하면서 단순히 전화로 했겠느냐"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통해 책임총리 제안을 받았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다만 "국회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당시 개헌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을 '고장 난 자동차'에 비유했다. 김 후보자는 먼저 한국사회에 대해 "자동차로 치면 자동차 자체가 고장이 나 있다"며 "어떤 운전기사든 실패할 수밖에 없고, 차를 고쳐가며 운전할 수 있는 인사들은 손사래를 치며 차로부터 멀어지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현 정치권을 향해서는 "이래도 저래도 크게 잃을 것 없는 사람들이 대거 차 주변으로 몰려들고 자신들이 운전하면 차가 잘 갈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다"며 "차가 가고 안 가고는 안중에도 없고 어디로 차를 몰아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또 조선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의 말을 인용해 "펄펄 끓는 용광로에 쇳덩이를 집어넣어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야 할 판에 불에다 쇠를 달구어 결만 두드리는 대장장이 노릇이나 하고 있다"면서 "철학과 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사람이 아닌 차 이야기를 해야 한다. 누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되느냐가 아니라 누가 되더라도 잘 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정권을 잃어가면서도 노동개혁을 추진했던 독일 사민당의 경우나 세제개혁을 했던 캐나다 보수당의 경우는 (우리 현실에서)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쩌다 떠오른 중요한 의제들도 수시로 상대를 찌르거나 자신의 이익을 강화하는 무기로만 쓰인다"며 세월호 참사를 예로 들었다.
김 후보자는 "(야권이) 세월호 문제도 정부를 공격하는 무기로 썼을 뿐 이후 안전문제에 큰 변화는 없다"면서 "화물을 실은 낡은 여객선 문제나 광역버스의 입석 문제도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현재의 정치 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통령은 나라를 변화시킬 힘이 없다. 누구 한 사람 총리나 장관을 시킬 수 있고 특정 기업을 조금 봐 줄 수 있지만 이런 것은 작은 권력이다. 국가목표가 불분명하고 철학이 빈약한 집단들이 많다 보니 이런 힘도 힘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가 산업구조와 인적자원 양성체계, 금융체계를 바꾸고 시장-공동체-국가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럴 정치적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경험을 떠올리며 "이런 일을 대통령이 시작하는 순간 바로 상처를 입고, 강하게 추진하면 할수록 더 큰 상처를 입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또 "대통령은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일에까지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법안 하나 만들어 집행하기까지 평균 35개월이 걸리고, 노동자와 자본을 새로운 산업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거의 기적이 되는 마당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국회가 더 문제다. 국회는 이런저런 권한과 소화해 낼 수도 없는 권한을 모두 쥐고 있는데 대통령과 달리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이 잘못하면 국회가 모든 잘못을 대통령에 돌리고 신당을 만들거나 출당을 시키고, 당명을 바꾸거나 현역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꼬리 자르기를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다시 권한만 있고 책임없는 상태는 지속된다"고 비판했다.
권능에 비해 책임이 큰 대통령의 책임은 덜고, 책임에 비해 권능이 큰 국회의 책임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김 후보자의 지론이다.
그는 개헌 논의와 관련해서는 내각제의 장점이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국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대통령제 보완 방안의 하나로 총리를 집권당이나 국회가 선출하는 방식을 들고 "자연스럽게 책임총리제가 이뤄지고 국회나 집권당은 국정에 대한 책임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권당이 총리를 선출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으면 된다. 받지 않으면 모든 것이 대통령의 책임이 될 것이므로 대통령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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