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펄펄 끓는 중국 부동산 경기, ‘1가구 1주택’ 정책 임박 소문에 이혼까지 속출
▶ “거품 터지면 글로벌 경제 치명타” 경고 잇달아

루펑가의 낡은 가옥들. 신축한 고층아파트들이 이들 뒤에 병풍처럼 버티고 서 있다.
젱 루이젠은 그래도 막판까지 버티었다고 자부한다.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상하이 루펑가(Lufeng Road)의 이웃들은 시정부를 등에 업은 아파트 개발업체의 회유와 압박에 밀려 이미 오래 전에 집을 넘겼다. 그러나 교사인 젱(50)과 그녀의 남편 순 구오지안은 주택매매 각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채 죽기살기로 버텼다. 구오지안의 ‘재산목록 1호’인 루펑가의 낡은 집은 50여년에 걸친 그의 고단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다. 그는 이 곳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으며 젱을 아내로 맞아들여 아들을 낳고, 가정을 꾸렸다. 장성한 아들은 좁은 방의 낮은 천장에 머리가 닿는다며 내심 이주를 원했지만 구오지안과 젱은 어떤 이유로건 정든 보금자리를 개발업체에 내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버티는 동안 중국의 부동산거품이 본격화했다. 부동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뛰어올랐다. 젱과 구오지안의 집 모퉁이 일대의 땅도 지난 8월 1평방 푸트당 2,000달러에 팔려나갔다. 전국 최고기록이자 뉴욕시의 금싸라기 땅인 맨해턴의 평균 땅값 보다 3배나 높은 가격이다.
부동산 거품이 계속 부풀어 오르자 조바심에 사로잡힌 시 정부 관리들은 구오지안과 젱을 상대로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했다. 조속히 집을 넘기지 않을 경우 정부가 새로 매입한 모퉁이 부지에 살짝 걸쳐 있는 주오지안 가옥의 화장실을 아예 헐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구오지안도 젱도 더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구오지안은 추후 시 정부가 결정할 가격에 집을 매각한다는 각서에 서명했다.
그로부터 채 한 달도 안 된 지난 10월9일 그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젱은 조마간 집행될 주택 철거작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남편을 갑작스런 죽음으로 내몰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금 어지러운 부동산 거품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상하이의 평균 주택가격은 1년 전에 비해 거의 3분의 1이 올랐다. 베이징과 광조우 등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인상률도 여기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조만간 정부가 직접 개입할 것이라는 판단에 중국의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벗어나기 시작한 ‘막차’를 타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음질을 친다.
상하이 정부가 주택소유자들의 추가 구입을 저지하기 위해 다운페이먼트와 부동산 매매세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위장이혼을 하는 커플이 급증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빚어졌다.
시 정부가 ‘1가구 1주택’ 정책을 목표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는 루머가 사방팔방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상하이 황푸지역의 ‘잉꼬부부’로 통하던 장샤와 그녀의 남편은 추가 주택 마련을 위해 ‘전략적 이혼’을 결행했다.
상하이 시 정부는 “1가구 1주택 정책을 공식적으로 채택할 계획이 없다”고 누차 해명했지만 장샤는 “병풍막이 설레발”이라고 일축했다.
그녀는 “과거에도 정부는 시장과열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임박했다는 소문을 모조리 부인했으나 번번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정부의 강력한 부인이 오히려 의도된 것과 정반대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권력에 대한 신뢰성의 위기가 끼어든 셈이다.
경제학자들은 중국 본토의 주택경기 붐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계를 뿌리째 뒤흔들었던 것과 유사한 악성 모기지 파문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금년 8월 현재 모기지가 은행 신규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40%로 올해 초의 20%에 비해 2배가량 높아졌다. 제1 금융권 이외에 ‘지하 사채시장’을 통해 풀려나가는 주택구입자금 역시 집계가 불가능하지만 천문학적인 액수일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정치권과 연결된 부동산 및 오락 산업의 대부인 왕 지안린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부동산시장이 사상최대의 거품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과열은 글로벌 경제에 치명적인 악재다. 경제학자들은 건설, 시멘트생산과 가구제조 등 부동산 관련 산업이 중국 전체 경제활동의 20%를 담당한다고 지적하고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터지면 이들 모두가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2008년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를 의식한 중국 관리들은 부채에서 동력을 얻는 부동산 거품의 위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느림보 대응으로는 시장의 고삐를 잡아챌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인다.
홍콩 UBS의 중국경제통인 타오 왕은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정부가 신속히 냉각시키지 못하면 다른 분야로 열기가 번지면서 가계부채를 밀어 올려 시장의 하향조정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피할 수 없는 부동산시장의 거품 붕괴로 인해 심각한 불경기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다.
중국의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는 국내 부동산 붐의 심장부에 해당한다. 상하이의 부동산 수요가 끝 간 데 없이 이어지자 개발업자들은 새 아파트 구입에 필요한 ‘분양추첨 딱지’ 구입에 웃돈을 요구하고 있다. 분양권 추첨에서 당첨이 돼야 비로소 아파트 구입기회를 잡게 된다.
현재 상하이 중심가에 신축중인 아파트 분양권 추첨에 참여하려면 20만 렌민비(미화 3만달러)의 예치금을 걸어야 한다. 이곳의 분양 매니저인 왕 지에는 “돈만 있으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시기는 적어도 상하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다”고 말했다.
한편 루펑가의 재개발 현장에서 젱을 비롯한 주민들은 일시 중단된 철거작업으로 반쯤 무너진 빈 집에 모여 마작으로 시간을 보낸다. 상하이 정부의 배상금 규모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폭격을 맞은 것 같은 동네를 지킬 수밖에 없다.
젱은 시 배상금이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그 돈으로 고층 아파트 단지로 변모해가는 루펑에 그대로 눌러앉기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시 정부는 아직까지 주택매각 각서에 서명하지 않은 극소수의 루펑가 주민들을 향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받아내려 버티다간 필경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붉은 배너를 거리 입구에 걸어놓는 등 심리전까지 펼치고 있다.
젱은 “붉은 배너를 볼 때마다 전의 문화혁명 시기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젱은 시 정부 관리들로부터 그녀와 이웃의 집터에 주차장 등 아파트단지 보조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루펑가의 가옥들을 헐어내는 것은 개발업자인 차이나반케가 조성한 인근 고층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의 불평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파트 창문에서 내려다보면 누추하고 더러운 지붕들이 눈에 들어와 불쾌하다고 부유한 입주자들이 불평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의 사회주의는 돈 냄새에 중독되어 방향감각을 잃어가는 중이다. 물욕이 끼어들 때 ‘평등’이 설 땅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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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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