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도와 극우의 교묘한 배합…상호 경쟁시키는 전형적인 트럼프 스타일
▶ 프리버스는 충성심-공화당 동시고려…배넌은 백인중산층 지지기반 고려

트럼프 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 라인스 프리버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주류 중심에 아웃사이더로 보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당선 후 처음으로 한 인사의 특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에 라인스 프리버스(44)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에 스티브 배넌(62) 트럼프캠프 최고경영자(CEO)를 각각 낙점했다고 밝혔다.
가장 관심을 끈 비서실장에 워싱턴 정가를 잘 아는 중도 성향의 주류 인사를 발탁함과 동시에 극우성향의 아웃사이더 배넌에게도 중책을 맡긴 것이다. 주류와 아웃사이더, 중도와 극우의 절묘한 조합이다.
먼저 트럼프 당선인이 '프리버스 비서실장 카드'를 선택한 것은 후보군 개개인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향후의 정국 구상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한 치밀한 선택의 결과로 보인다.
먼저 유력 후보군 가운데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버스와 비서실장 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다툰 나머지 2명은 배넌과 트럼프 당선인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35)다.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비서실장이 되더라도 큰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8월 트럼프캠프에 최고경영자(CEO)로 합류한 배넌은 강경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의 공동창업자 출신으로, 그의 매체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물론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 등 당내 '반(反)트럼프' 인사들도 거침없이 공격해 왔고, 이 때문에 주류 진영에서는 거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만약 배넌을 비서실장으로 선택했다면 공화당 주류 진영의 거센 반발을 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녀 이방카의 남편인 쿠슈너를 발탁할 경우에는 백악관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가족을 앉힌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와 함께 프리버스의 충성심과 대선 기여도, 그리고 향후 공화당의 관계도 염두에 두고 그를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리버스는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주류 진영이 트럼프 당선인을 강력히 반대할 때부터 강력히 지지해 온 인물로, 대표적인 1등 공신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공화당 경선을 이기고도 당내 반트럼프 인사들의 방해로 후보선출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지난 7월 말 후보선출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트럼프 당선인의 두터운 신임을 샀다.
이후에도 선거유세 지원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트럼프 당선인과 당 주류 진영을 잇는 가교역할을 한 덕분에 경선 막바지에 트럼프 당선인과 핵심 측근들로만 구성된 '트럼프타워 26층'의 공식 멤버, 즉 이너서클에까지 합류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9일 새벽 승리 연설에서 프리버스를 직접 무대 위로 불러오려 "슈퍼스타이고 가장 열심히 일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운 것은 프리버스에 대한 그의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초대 비서실장 라인스 프리버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리버스 비서실장 카드는 선거 내내 껄끄러웠던 당 주류 진영에 보내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된 이상 싫든 좋든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이란 핵합의 폐기, 무역협정 재협상, 불법 이민자 추방, 불법 이민자 유입 차단을 위한 장벽건설,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 폐지 내지 대폭 수정 등 그의 핵심 공약을 입법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친정인 공화당과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처지다.
라이언 의장을 비롯한 당 주류와 가까운 프리버스는 앞으로 '대통령 트럼프'를 최단거리에서 보좌하면서도 막후에서는 행정부와 의회를 잇는 가교역할도 다시 한 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 정부 운영과 관련해 전통적인 접근법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배넌 수석전략가 카드는 각종 논란에도 직공법으로 대선 승리에 기여한 배넌의 공로와 함께 자신의 핵심 지지기반인 아웃사이더, 특히 백인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두루두루 고려한 전략적 포석이다.
NYT는 "이번 인선이 트럼프 정부가 초기에 (주요 정책에 관한) '입법 승리'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사업이든 선거든 경쟁을 시키는 트럼프 당선인의 스타일이 이번 인선에서도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첫 인선 성명에서 프리버스보다 배넌을 먼저 언급한 것도 이런 고도의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외직책은 비서실장이 앞서지만, 수석전략가를 먼저 거론함으로써 의도적으로 힘의 균형을 맞추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발탁된 스티브 배넌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인선을 둘러싸고 일부 반발과 비판도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오랜 친구인 로저 스톤은 전날 트위터에서 "프리버스를 선택하는 것은 트럼프 지지층의 반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톤을 비롯한 일부 강경지지자들은 프리버스가 대선 내내 화끈한 지지를 선언하지 않고 오히려 결별 선언으로 선거를 방해한 라이언 의장과 가깝다는 점 등을 들어 프리버스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해 왔다.
배넌에 대해서는 CNN 방송을 비롯한 미 언론과 전문가들이 벌써 그의 과거 가정폭력 사건, 유대인 발언 의혹 등의 전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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