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적 의혹 관련한 사실관계 정리 차원…예상 깬 고강도 언급
▶ 朴대통령 대면조사 사실상 무산…강제 모금과 관련해 제3자 뇌물수수 수사에 총력
'검찰이 20일 '비선 실세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 3명을 일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이들과 '공모관계'라고 밝히는 '초강수'를 뒀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예상되는 시점임을 고려해 관련 언급을 최소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검찰은 박 대통령이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 신분임을 분명히 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공소장 범죄사실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고 특정하고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직접 인지·입건함에 따라 향후 수사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에 입건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벌써 '탄핵' 논의가 본격화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이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의 범죄 사실과 관련해 상당부분 공모관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을 상대로 774억원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 청와대 대외비 문서 유출 혐의 등 핵심 사안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 또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써서 이들과 공범 관계임을 드러냈다. 또 기소 전에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인지해 정식 사건으로 입건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 입건과 관련해 형법 30조(공동정범)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최씨,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과 동급의 피의자 신분인 셈이다.
검찰이 대통령의 혐의를 특정해 공개한 것은 최순실 의혹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이미 대통령에게 쏠려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꼭짓점이라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는 상황에서 굳이 혐의 내용을 숨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국민적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는 이제 검찰 수사를 통해 정리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미루는 데 대한 민심이 악화일로에 있고 정치권 안팎에서 '체포', '구속'등 강경 발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혐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경우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도 일정 부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최근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가 꼭 필요하다며 연일 압박의 강도를 높였던 흐름의 연장선에서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특별검사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적어도 박 대통령에 관한 한 정치적 고려 없이 '불편부당'하게 수사했다는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다.
향후 예상되는 대면조사에 앞서 검찰이 대통령의 혐의를 못박고 '퇴로'를 차단해 심리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갖고 있는 패를 숨겨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거론됐으나 '정면으로 가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박 대통령 대면 조사 성사 여부인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검찰 발표 내용을 비판하며 검찰 조사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 박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도록 협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검찰로서도 핵심 피의자 3명의 기소가 이뤄진 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고집할 명분이 사라졌다. 검찰이 애초 지난주 박 대통령 조사 방침을 견지한 것은 최씨 등의 범죄 혐의의 사실 관계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검찰이 향후에도 대통령 조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박 대통령측이 계속 거부할 경우 현실적으로 이를 성사시킬 수단이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검찰 단계를 건너뛰고 특별검사 때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검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이르면 내달 초 출범이 예상된다. 수사 기간은 최장 120일이다.
하지만 특검 출범 여부를 떠나 검찰이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속하겠다고 한 것은 예사롭게 넘길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수사본부는 이날 "헌법 제84조에 의해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다.
당장 재판에 넘길 수는 없지만 범죄 혐의를 특정하는 작업은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검 출범까지 남은 기간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수사 상황에 따라 추가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검찰은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염두에 둔 수사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국정농단 비호 여부, 최씨의 최측근인 차은택(47·구속)씨와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주도한 문화계 비리 등도 향후 수사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적 관심사가 된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시작할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검찰은 그동안 관련 의혹은 정식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해왔지만 정치권 안팎에서 진상 규명 목소리가 높아 내부적으로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됨에 따라 향후 정국의 파고도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정치권 일각의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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