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단체이건 총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의 사업과 회계를 통해 단체를 이끈 이들의 역할을 평가받고 또한 새 회장단을 선출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고한 전임 회장단에 대한 칭찬과 새로이 단체를 이끌고 나갈 신임 회장단에 대한 격려와 기대가 더해지면서 단체의 위상과 결속력이 다져지기도 한다.
지난 29일 워싱턴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한인연합회 총회가 열렸다. 회장 선거 당일이었던 27일로 예정됐던 총회가 정족수 부족으로 연기돼 이날 다시 열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두 번째 소집된 이날 총회에서도 성원이 안돼 변칙 처리되면서 신임회장 인준도 제대로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총회 정족수 150명을 채우지 못한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일단 어떻게든 넘어가고 보자는 행태는 명색이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단체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러면 회칙은 왜 필요한 것인가? 회칙은 그 단체에서 시행해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적시해 놓은 것이다. 만약 이것이 관례가 된다면 앞으로 회칙은 그 의미가 퇴색되어질 수 밖에 없고 그때그때마다 편의대로 시행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총회에서는 결산보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차기 회장단이 소집하는 임시총회에서 다시 발표하기로 했다. 50만 달러 이상이 사용된 한인회 결산내용이 이렇게 부실하게 보고된다는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인연합회는 한동안 회계나 재무가 없는 상태에서 회장이 회계사에게 직접 회계내용을 전달했다고 한다. 아무리 작은 단체라도 회계가 회계 업무를 처리해서 회계사 등에 감사를 맡기는 것이 상식이다. 이날 총회에서는 감사를 맡은 이사가 회계보고와 감사보고를 동시에 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정부로부터 27만여 달러의 막대한 지원금을 받고도 회계보고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른 단체들의 한국정부 지원금 수령에도 악영향을 끼칠까 염려된다.
이번 회장 선거에 투표한 이들이 1,400명에도 못미쳐 8년 전 경선 당시 투표자의 절반도 안됐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만큼 한인회와 회장들의 행태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이 있었음을 부인키 어렵다. 몇몇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끌어 나가는 단체는 구성원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흔히들 ‘끝이 좋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임소정 현 회장이 지난 2년간 한인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 해왔음을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원도 안되고, 순서지도 없이 결산보고도 제대로 안된 채 끝난 이번 총회는 한인연합회의 민낯을 드러내 보인 것 같아 씁쓸하다.
이제 내년 1월부터는 김영천 신임회장이 한인연합회를 이끌게 됐다. 김 신임회장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에 걸 맞는 모습을 세우는데 힘써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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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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