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년전 盧탄핵 가결때는 아수라장…이번엔 차분하고 담담한 분위기
▶ 정의장 탄핵가결 발표때 野 의석도 차분…방청석 세월호 유족 ‘눈물’

여야 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투표를 하기 위해 명패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9일 국회 본회의장 풍경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됐던 12년 전과는 사뭇 달랐다.
2004년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의 격렬한 몸싸움과 고성, 심지어 욕설이 오가는데 가결된 반면, 이날 박 대통령의 탄핵안은 무거우면서도 담담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2004년 3월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상황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은 오전 11시를 넘기자 경호권을 발동해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한명씩 본회의장 밖으로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욕을 하거나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의원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는 오후 3시 정세균 의장의 개회 선포와 함께 무겁고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2004년 당시에는 박 의장이 탄핵소추안을 상정하는 순간 야당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지만, 이번에는 정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적막한 본회의장 안에 또렷이 울려 퍼질 만큼 조용하고 차분했다.
12년 전 제안설명을 맡은 건 민주당 조순형 대표였다. 당시 조 대표는 구체적인 낭독을 하는 대신 "유인물로 대체한다"고 말해, 곧바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었다.
하지만 이날은 국민의당 탄핵추진단장을 맡은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17분간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사항 다섯가지와 주요 법률위배 사항 세 가지 등을 조목조목 읽어내려갔다.
박 대통령 탄핵안 제안설명을 누가 할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탄핵 가결에 전념해야 할 때 야당끼리 이 문제로 다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 아래, 민주당이 양보했다고 한다.

탄핵 표결 마치고 나오는 국회의원들
투표가 진행되는 분위기 역시 천지 차이였다.
2004년에는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투표가 진행되는 내내 오열하거나 기표를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치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이날 투표는 별다른 고성이나 반발 없이 20대 국회의원 299명이 조용히 줄을 서서 표결에 임했다.
2004년 당시에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제외하고 195명이 투표했었다.
하지만 이날은 전체 의원 300명 중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표결에 참여했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주류 지도부와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서청원·홍문종 의원 등도 표를 던졌다.
이날 표결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도 12년 전과 사뭇 달랐다.
12년 전 박 의장이 탄핵안 가결을 선포했을 때는 야당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향해 구두와 명패 등을 던져 경위들이 나서야 했다.

2004년 탄핵 당시 ‘아수라장’ 국회의장석
반면 이날 정 의장이 탄핵안 가결 결과를 선언할 때 방청객석에 앉아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탄성을 내며 눈물을 흘렸지만, 의원들은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박 대통령 탄핵안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민주당에서는 소속 의원들에게 법적 문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표결 인증샷을 공개하지 말고, 가결되더라도 웃거나 악수 등의 행위를 일체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다만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여·야 의원 보좌진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본회의 중계를 지켜보다가 가결이 확정되는 순간 곳곳에서 환호와 함성이 터뜨리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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