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伊도서병리학연구소, 신현세 장인 한지 이용 ‘카르툴라’ 되살려

바티칸 박물관에서 열린 한지 워크숍에 참여한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
800년 전 가톨릭의 성인인 성 프란치스코(1182∼1226년)의 친필 기도문이 담긴 귀중한 유물 '카르툴라'(Chartula)가 우리 전통 종이인 한지를 이용해 복원됐다.
이탈리아 문화재 관계자에 따르면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도서 복원 전문 기관인 도서병리학연구소(ICRCPAL)는 최근 한지를 이용해 성 프란체스코의 '카르툴라' 복원 작업을 완료, 이를 15일 오전 로마 ICRCPAL 본부에서 선보인다.
카르툴라는 평생 빈자들과 함께하며 청빈과 겸손의 삶을 산 프란치스코 성인이 선종 2년 전인 1224년, 그리스도에게 영감을 받고 지은 '하느님 찬미가'와 '레오 수사를 위한 축복 기도문'을 직접 적어 넣은 양피지로 가톨릭 역사와 이탈리아 중세사에서 차지하는 가치가 높다.
ICRCPAL은 경남 의령군에 있는 신현세 전통한지공방에서 제작한 전통 한지를 이용해 카르툴라 밑 부분의 손상 부위를 보강, 원형을 되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전통 종이 한지가 수 세기 전 서구의 유물의 복원에 사용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한지 세계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일본 전통 종이 화지는 50년 전 피렌체 대홍수 때 손상된 문화재 복구에 대거 쓰인 것을 계기로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양의 문화재 복원에 널리 활용됐다.
반면, 한지는 결합성이 좋아 보강 작업이 용이하고, 성질이 중성을 띄어 보존성이 우수하다는 일반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아 문화재 복원 분야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한지가 세계적인 문화재 복원에 쓰인 알려진 사례는 교황 요한 23세(재위 1958∼1963년) 재단의 주도로 이뤄진 교황 요한 23세의 지구본 등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복원 문화재도 비교적 현대 작품에 국한돼 있었다.
마리아 루이사 리카르디 ICRCPAL 연구원은 "한지의 경우 다른 종이에 비해 훨씬 튼튼해 고서, 오래된 그림과 같은 문화재에 특히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이 분야 전문가들에게 일단 알려지기 시작하면 쓰임새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ICRCPAL은 카르툴라 복원에 쓰인 한지 제작자 신현세 장인의 한지가 문화재 복원 용도로 적합함을 공식적으로 인증하고, 이날 인증서를 전달한다.
한지가 해외 공인기관에서 문화재 복원 용도로 인증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고문서 복원 관련 기관으로는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을 통틀어 가장 권위 있는 기관으로 꼽히는 ICRCPAL의 인증을 받는 동시에 문화재 복원에 있어 한지를 써도 좋다는 인식이 전 세계 문화재 복원 업계에 퍼지는 셈이기 때문에 한지의 세계화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 달 말부터 이달 초에 걸쳐 바티칸과 이탈리아 북부 티에네 등지에서 현지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지 활용법을 소개한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한지에 대한 이탈리아 전문가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뜨거워 깜짝 놀랐다"며 "이번 한지 인증을 영세한 국내 한지 산업을 되돌아보고,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 실질적으로 세계 문화재 복원분야에서 한지가 널리 사용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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