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리적 제압은 되도록 자제…승객 ‘블랙리스트’도 없어
기내 난동 승객에 대한 대한항공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항공사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승무원들의 친절을 강조하는 회사 방침이나 '손님이 왕'이라는 사회적 정서를 바꿔 보다 실효성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운항 중인 대한항공 기내에서 승객 난동이 벌어졌을 당시 승무원들은 총 5단계로 대응했다.
처음에 옆자리 승객에게 시비를 걸고 폭력을 행사했을 때에는 구두로 경고했고 그래도 행위를 멈추지 않자 경고장을 제시했다.
이후 승무원에게까지 주먹을 휘두르자 양손을 줄로 묶은 뒤 포승으로 상체를 포박했다.
그런데도 침을 뱉는 등 과격하게 행동하자 승무원이 전기충격기(테이저건)를 꺼내 들고 겨눴으나 실제로 쏘지는 않았다.
당시 상황을 찍은 사진을 보면 승무원이 들고 있는 테이저건은 카트리지가 아래쪽에 꽂혀있다.
이 상태로 신체에 직접 갖다 대면 전기충격을 줄 수 있지만, 원거리에서 격발하려면 카트리지를 분리해 앞에 꽂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테이저건은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최후의 수단인 데다 총구를 겨누자 승객이 잠잠해졌기 때문에 쏘지는 않았다는 것이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승무원들이 매뉴얼에 따라 훈련한 대로 대응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이렇게 대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약 2시간 동안 난동이 이어졌고 주변 승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는 점이다.
한 항공 전문가는 "미국 등 외국에서는 승객이 위협적인 행동을 할 조짐만 보여도 승무원들이 강하게 경고하고 물리적인 조치를 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한항공의 대응이 부적절해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사가 이처럼 불법행위를 하는 승객에게 곧바로 강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은 고객 관리 필요성이 큰 서비스 업종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VIP 고객이라면 강압적인 대응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승객도 프레스티지석 이용자였다.
국내 항공사들은 과거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승객을 공식적으로 따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서비스 기업 입장에서 이런 명단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승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어서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손님이 왕'이라는 사회적 정서에 승무원들에게 과잉친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금만 강하게 대응해도 회사에 항의해 해당 승무원이 문책을 당하거나 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내 난동이 중대한 테러 행위와 같다는 인식이 뿌리박히고 항공사들도 안전이 우선시되도록 매뉴얼의 대응 수준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법·제도적 정비뿐만 아니라 승무원들의 실제 훈련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뉴얼 상 없는 돌발 상황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어서다.
한 항공 전문가는 "아무리 매뉴얼을 잘 만들어도 현장에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면서 "실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응하도록 승무원들의 현장 대처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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