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심상정 등 “결선투표 도입” 적극적
▶ 친문 “개헌해야 가능” 합종연횡 계기될 듯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26일 한 행사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조기 대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개헌론에 이어 대선 결선투표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결 구도는 대선 승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이다. 때문에 여야의 각 정파는 대선 구도와 직결된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대선 결선투표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과반 득표에 이르지 못할 경우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다시 선거를 치러 승리한 후보를 당선인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국가 가운데 프랑스·오스트리아·브라질·페루 등은 결선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미국·대만·필리핀 등은 한 차례 선거의 최다 득표자를 당선인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에는 결선투표제 도입에 부정적이다. 반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문 전 대표를 겨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면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과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박원순 서울시장도 결선투표제 도입을 선호하고 있다.
개헌론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에서 친문재인(親文)세력 대 비문재인(非文)세력으로 대치하고 있다면 결선투표제는 야권 내에서 친문 세력과 비문 세력을 가르는 이슈가 되고 있다. 선두 주자인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판을 흔들 수 있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게 반가울 리 없다. 반면 추격에 나선 후발 주자들은 뒤집기 시도가 가능한 결선투표제에 미련을 갖게 된다. 특히 야권의 제3지대 세력과 군소정당 등은 결선투표제가 실시되면 야권통합과 야권후보 단일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결선투표제를 반대하는 건 기득권 정치 논리”라며 문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개헌 즉각 추진과 함께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안 전 대표 주장을 뒷받침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소극적 태도가 선두주자로서 ‘굳히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문제 제기가 사실이 아니리라 믿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안 전 대표와 심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만나 결선투표제 도입 문제와 관련, 야권 대선주자로 이뤄진 ‘8인 정치회의’를 열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게다가 이재명 성남시장은 트위터에서 “결선투표를 도입하는 것이 국민 의사가 대선에 제대로 반영되게 하는 정도”라고 역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개헌과 별도로 대선 결선투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 도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위해선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을 의식한 듯 결선투표제에 대해 “제가 가장 먼저 주장했던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결선투표제는 미국처럼 양당제가 확립된 국가에선 도입 필요성이 별로 없다. 그러나 다당제 국가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성이 커진다. 다만 선거를 두 번 치르면서 비용이 더 들고 사회적 혼란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반면 과반 득표를 얻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점에서 권력의 정당성 논란 소지가 적어진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선거 막판에 후보 간 인위적 단일화 시도로 선거 판세가 급격히 요동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 할 경우 개헌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헌법에 결선투표제 관련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다수의 헌법 학자들은 “대통령 선출 방식을 규정한 헌법 67조를 보면 입법자들이 결선투표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선투표 도입을 위해선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현행 공직선거법 187조를 고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다.
어쨌든 결선투표제가 이번 대선 전에 실제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를 떠나 이를 둘러싼 논쟁은 야권 주자의 합종연횡을 조장하는 등 야권 재편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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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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