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개 명문대 ‘한국학 연구’ 활기 넘친다
▶ 수강생 70% 비한인… 남미 한국학 거점, 한국일보 지원기금 강좌·학술행사도
한국학을 전공하고 있는 UCLA 대학원생들과 이남희, 존 던컨 교수 등이 지난 12일 한국학 연구소가 자리한 번치홀(Bunche Hall) 연구실에 모였다. <박상혁 기자>
UCLA (Center for Korean Studies)UC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UCLA가 지난 1993년 설립한 한국학 연구소는 미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 뿐 아니라 미국 한국학 연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명실상분한 한국학 연구의 중심 기관으로 성장한 곳이다. 특히, UCLA 한국학 연구소는 한국을 제외하면 한국학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으로 한국학을 전 세계로 전파하는 네트워크의 핵심으로, 한국학 전문 학자들을 배출해 전 세계의 한국학 연구기관들에 학술 인재들을 공급해주는 한국학 인재 양성의 요람과도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특히, UCLA 한국학 연구소는 정치학이나 경제학 중심의 다른 한국학 연구소들과 달리, 역사와 종교, 문화 등 인문학 중심의 한국학 연구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굳히고 있는 해외 최고의 한국학 연구기관으로 손꼽힌다.
■해외 최대 한국학 프로그램
UCLA 한국학 연구소가 설립된 것은 1993년 12월이지만 그 시작은 1988년 UCLA에 처음 개설된 한국어 강좌와 1989년 현 한국한 연구소 공동 소장인 존 던컨 교수가 개설한 한국 문명사 강좌가 출발이었다.
던컨 소장은 “당시 1학년 대상 강좌였던 한국문명사에 25명이 신청했고, 대부분 한인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강좌가 250명이 수강하는 큰 강의로 발전했고, 70% 이상이 비한인 학생들”이라며 “지난 20여년간 한국학의 성장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UCLA는 전 세계 유수의 대학들 중 학부에 한국학과가 개설된 몇 안 되는 학교로 꼽힌다. 미국에서 학부 과정에 한국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동부의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가 있고, 서부 지역에서는 UCLA가 유일하다.
2016년 가을 학기 기준으로 한국학과 학부생만 22명이 재학 중이며, 박사 과정 대학원생만도 25명일정도로 UCLA 한국학 연구소는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
교수진도 다양한 전공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한국 역사를 전공한 던컨 소장과 이남희 소장를 비롯해 인류학 박계영, 연극 영화 분야의 지나 김, 김석영 교수가 있고, 미술사의 버글린드 정맨, 불교의 로버트 버스웰, 민속학 티모시 탱걸리니 등 11명의 교수진으로 해외 최대의 한국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남미 한국학 확산 거점 역할도
UCLA 한국학 연구소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에콰도르 등 남미 지역에 한국학을 전하는 거점 구실을 하고 있다. 남미에서 한국학 인기가 점점 높아져 UCLA 한국학 연구소가 스카이프를 통한 e-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UCLA-UANL 라틴 아메리카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남미 주요 대학 한국학 지원 사업은 한국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2주간 교수를 파견해 집중적으로 한국학 코스를 가르치고, e-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멕시코의 한 대학에서는 한국학 대학원 과정이 신설됐고, 브라질 상파울루대 학부에서는 한국학 전공 과정이 생겨나기도 했다. 또, 아르헨티나에서는 처음으로 한국학회도 결성됐다.
던컨 소장은 “남미에는 주로 외교학, 경제학 교수가 많은데 한국 역사나 인문학 전공 교수는 없어 우리가 각 대학에 한국학 강좌를 제공하고, 그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한국학 전공자를 양송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르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로 UCLA가 지원하는 대학은 멕시코의 누에보 레온 대학, 에콰도르의 국제대학(UIDE), 콜롬비아의 FAFIT 대학, 아르헨티나의 아비에르타 인터아메리카나 대학 등이다.
■전 세계 한국학 중심 역할
남미 지역에 한국학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 ‘UCLA-UANL 라틴 아메리카 프로젝트’외에도 UCLA 한국학 연구소는 전 세계 12개 대학과 한국학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며, 한국의 대학들과도 활발한 교류 사업을 벌이는 등 한국학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와 진행하고 있는 ‘국제한국학센터’(Inter-University Center for Korean Language)프로젝트는 학술 한국어 및 한국 한문, 한자 교육과 한국학의 국제적 소통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회원대학에서 대학원생을 모집하고 있다.
또, 올해로 13회째 이어지고 있는 ‘세계 한국학 센터 컨소시엄 웍샵’(Worldwide Consortium of Korean Studies Center Workshop)을 통해 12개 대학과 한국학 네트워크를 탄탄히 하고 있다.
■코리아타임스-한국일보와 현대 한국학 강좌 개설도
2012년 UCLA한국학 연구소는 본보와 함께 ‘코리아타임스-한국일보 현대 한국학 강좌’(The Korea Times-HanKook Ilbo Lecture for Contemporary Korean Studies)를 시작해 한인 언론과의 연대를 통한 학문적 성과의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 강좌는 본보 장재민 발행인 등의 주도로 5년간 한인 사회에서 지원하는 10만달러 기금을 활용해 현대 한국사회의 제반 현상에 대한 학술 강연회를 개최하는 프로그램이다.
UCLA 한국학 연구소의 이남희(왼쪽) 소장과 존 던컨 소장이 미국 한국학의 연구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반세기 한국과 인연… 박사 30여명 배출”
UCLA 존 던컨 & 이남희 공동소장
존 던컨 교수와 이남희 교수가 공동 소장을 맡고 있다. 인문학 분야 한국학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연구소답게 두 사람 모두 한국사를 전공한 사학자들. 두 교수를 지난 12일 UCLA 연구실에서 만났다.
존 던컨 소장은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다 한국 매력에 빠져 한국사 공부를 시작한 이래 평생을 한국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미국 한국학계의 대부와도 같은 학자.
한국학 연구소의 출발도 던컨 소장이었다. 그가 1989년 처음 개설했던 ‘한국 문명사’ 강좌가 한국학 연구소 설립의 계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학이나 중국학과 비교하면 지난 20년간 한국학은 꾸준히 성장했다. 관심이 줄고 있는 일본사에 비하면 한국사에 대한 열기가 대단하다”며 “경제성장과 한류의 영향이 크다. 농담이긴 하지만 한국학 연구자들은 ‘빅코리아’, ‘리틀 차이나’, ‘리틀 저팬’이라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학이나 일본학 보다 한국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더 많다. 1994년 첫 박사 제자를 배출한 이래 30명이 넘는 한국학 박사를 길러냈다.
던컨 교수와 함께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이남희 소장은 한국 현대사를 전공한 사학자. 한국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민중의 역할을 조명한 저서 ‘민중 만들기’로 한국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 정치변동이 생기거나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 주류 매체들이 자주 찾는 단골 인터뷰 대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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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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