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가족과 함께 귀국행 비행기
▶ “10년 간 누비던 세계무대서의 경험 국가 발전 위해 어떻게 쓸 지 고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1일 뉴욕 JFK 공항에서 귀국 항공기에 오르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반기문 대망론’이 드디어 한국 현실정치의 무대에 선다. 10년간‘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유엔사무총장을 맡아 세계 무대를 누비던 반기문 전 총장이 11일 마침내 한국 귀국길에 오른 것이다.
그동안 대권 도전 의지를 강하게 밝힌 반기문 전 총장은 한국 귀국과 동시에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의 반열에 오른다. 한국인 최초의 유엔사무총장에서 이제는‘대망론’의 중심에 선 반기문 전 총장의 지난 10년의 공과와 그의 한국 귀국이 올해 한국 대선 구도에 가져올 파급력이 지금 주목되는 이유다.
■뉴욕서 귀국길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을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는 명분을 앞세우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반 전 총장은 11일 오후 1시(동부시간) 뉴욕 JFK 공항에서 부인 유순택 여사와 유엔 사무총장 시절 경호요원 2명, 수행비서 등과 함께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귀국 소감을 묻는 한국 언론의 질문에 “가슴이 벅차고 설렌다”면서 “국가 발전을 위해 10년간의 경험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면도 많다”고 밝혔다.
전날 보도된 동생 반기상 씨와 조카 반주현 씨의 뇌물 관련 기소건에 대해서는 “깜짝 놀랐다. 가까운 가족이 연루된 것에 당황스럽고 민망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면서 “사법적인 절차가 진행 중이니까 결과를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한국 행보는
반 전 총장의 귀국은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드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귀국을 하루 앞두고 마포에 마련된 캠프에서 이도운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을 한 것도 반 전 총장의 본격 행보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 전 총장은 인천국제공항 귀국장에서 귀국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메시지와 관련해 이 대변인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해명하고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다음 날인 13일(이하 한국시간)에는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하고 캠프 관계자들과 회의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14일에는 충북 음성의 부친 선영과 충주에 사는 모친을 방문하고 음성 꽃동네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서문시장, 부산 유엔묘지, 전남 진도 팽목항, 경남 진해 봉하마을, 광주 5·18 민주묘지 등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정세균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등 삼부 요인을 찾아 귀국보고를 할 예정이며, 기회가 된다면 국민을 상대로 하는 귀국보고도 한다는 계획이다.
■유엔 수장 10년 성적표는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의 수많은 충돌과 이해갈등을 중재하고 평화를 지켜내야 하는 어려운 자리이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국제사회의 뿌리깊은 갈등을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 내에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무리 잘해도 어느 한 쪽으로부터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다. 2007년 1기 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반 전 총장은 스스로의 장점을 36년 간의 외교관 경력에서 비롯한 협상력과 중재력으로 꼽았다.
국제사회에서 ‘중재자’가 되겠다는 포부였다. 취임 당시 반 전 총장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수단·이라크 등의 내전 종식, 북한·이란 핵 문제 해결, 성범죄 등으로 실추된 평화유지군의 명예회복,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만 권력이 집중된 유엔 개혁, 날로 심해지는 지구온난화 대책마련 등이었다. 이 중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이란 핵협상과 최근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을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으로 성사시킨 정도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10년’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사실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국가 단위를 초월한 세계적인 단체의 수장임에도 미국 등 강대국의 눈치만 봤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5월 “10년 임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이 무난하게 느끼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라며 “지나치게 의전에 집착하고 임기응변에 약하다. 역대 최악의 유엔 총장”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포브스는 반 전 총장을 “강하고 인간적인 리더”라며 “지도자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과제와 전망은
정치권에선 외교관 이미지를 반 전 총장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꼽는다. “정치인은 물에 빠지면서도 건너가야 하는데 외교관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건너지 않는다”(이해찬 전 총리) “본국과 주재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외교관은 ‘제3자 의식’이 있다. 외교관은 역설적이게도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다”(전직 장관) 등의 평가나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캠프 내부에 외교관 출신 득세에 대한 경계론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식 캠프는 초기부터 활동한 김숙 전 유엔 대사,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오준 전 유엔 대사, 김봉현 전 호주대사 외에는 정치권 출신들로 채우고 있다.
국가 지도자에 걸맞은 정치적 어젠다 제시는 또 다른 핵심 과제다. 현재 반기문 캠프에서 예고하고 있는 반 전 총장의 귀국 일성은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이다. 하지만 ‘화합과 통합’ 어젠다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타 후보와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통일 대통령’을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유엔 사무총장 시절 북핵 협상이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채널 확보 등에서 두드러진 성과가 없는 것은 한계다.
반기문 캠프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나라 밖에 있을 때의 신비감이나 ‘원거리의 묘약’ 같은 것에 덕을 봤다면 국민 앞으로 다가오는 지금은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반기문 대망론 성공의 기준을 설 연휴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로 삼고 있다.
연초 언론사 신년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은 문재인 전 대표와 1ㆍ2위 구도를 형성했으나, 대체로 문 전 대표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새누리당 내의 ‘반기문 우호’ 세력이 탈당 결심을 이달 말로 미루고 있는 것도, 그때까지 지지율 변화가 없으면 대망론이 금세 식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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