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백서에 박 대통령 사진 빼고 황 대행 부각…‘법치’강조
▶ 여권 일각 ‘대선주자’대안 거론… 야권은‘ 협치 실패’비판
국정운영 중심축이 박근혜 대통령에서 황교안 대통령권한 대행 국무총리로 뚜렷이 바뀌고 있다. 지난달 9일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한 달여 지나면서 국정 중심의 변화 징후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국방부가 11일 발간한 ‘2016국방백서’에서 직무 정지 중인 박 대통령 사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점은 대표적 사례이다. 백서 내용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4 국방백서’에 박 대통령 사진이 3장 수록되고,박 대통령의 성과를 여러 차례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졌다.
‘2014 백서’에는 박 대통령 사진이 ▲전방 순시 모습(49쪽) ▲회의 주재 모습(69쪽) ▲한미 정상회담 장면(107쪽) 등 세 장 등장한다. 대신 이번 백서에는 황 권한대행 사진이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 방문(105쪽)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현장 점검(229쪽) 등 두 장 들어 있다.
모두 총리 자격으로 방문한 행사이지만, 현재 황 대행이 ‘군 통수권자’임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논란이 일자 박 대통령 사진을 수록해서 국방백서를 다시 만들기로 했지만 이번 해프닝은 국정 중심의 변화를 보여주는 한 풍경이다.
이런 가운데 황 권한대행은 11일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는 무엇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헌법 가치부정 세력과 안보 저해 세력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으로 법무장관을 지낸 황 대행은 “평화적인 준법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불법 행위는 엄단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면서 법치주의 확립을 역설했다.
황 대행은 설 명절 직전에 신년 기자회견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기로했다. 황 대행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일본의 외교적 협공 등 긴박한 동북아 정세를 설명하면서 여야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황 권한대행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하여상황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언행은자제하는 것이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말했다. 황 대행의 발언은 민간이 건립한 소녀상을 앞세워 공세하고 있는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겨냥한 메시지로 분석된다. 동시에 일본의 태도를 빌미로 위안부 합의 비판 공세에나선 야권을 견제하는 의미도 담은것으로 해석된다.
황 대행의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황 권한대행이 위안부 재협상은 없다고 선언했다”면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황 대행이 보폭을 넓히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보수 진영 일부에서 황 대행을 대선주자로 내세워야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황대행은 국회에서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보수 진영에서‘ 황교안 대안론’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은 사실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보수 진영은 반기문 전 총장 외에도 황교안 대행 등 복수의 대안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4~5일 실시한 대선주자 6인 가상대결 조사(1017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3.1%포인트) 결과 황 권한대행은7.2%의 지지율을 기록해 문재인 전더불어민주당 대표(32.6%), 반기문 전유엔 사무총장(22.7%)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10.4%)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또 한국갤럽이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1004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황 대행이 대통령권한대행 직무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6%로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48%였다. 부정 평가가 더 높지만 갤럽 조사에서11월 중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4~5%까지 추락했던 것과 비교하면황 대행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황교안 대안론’을 의식해서진지야권은 황 대행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때문에 황 대행에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여권에선 탄핵 국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빠르게 국정을 안정시켰다는 긍정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야권에선 권한대행의 ‘현상 유지’ 역할을 벗어나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고, 협치와 동떨어진 행보를 밟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황 대행이 결국 대통령권한대행 역할만 하고 마무리할지 아니면중간에 대선 가도에 뛰어들지 여부에 정치권의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