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은퇴 후 제2 인생 사는 한인노인들 ⒧ 최고령 탁구코치 박인신씨①
73세에 첫 라켓…5년만에 정식 코치자격증 취득
상록회 무료탁구교실·뉴욕탁구장서 주2회 레슨
노년운동으로 탁구만한게 없어…동호회 조직 활동도
뉴욕 일원 한인커뮤니티에도 은퇴 후 활기찬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다가 은퇴하고 나면 길지 않은 여생을 즐긴 뒤 마무리하던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고령화로 인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우리 눈앞에 찾아 온 100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직업과 취미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한인 노인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엮어 본다.
(1)최고령 탁구코치 박인신씨
탁구 코치인 박인신 씨가 구슬땀을 흘리며 탁구를 지도하고 있다.
“공을 치고 난 뒤 재빨리 자세를 잡아야지… 그렇게 몸이 굼뜨면 상대방한테 공격을 당하지” 지난 18일 오후 7시 퀸즈 플러싱의 한 탁구장 한 켠에는 60~70대 수강생들을 상대로 한 백발의 노신사의 탁구 강습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노신사는 연신 큰 소리로 공격과 수비 자세를 잡아주는가 하면, 공격 포인트를 설명해주느라 여념이 없다. 이 노신사는 바로 뉴욕•뉴저지에서 최고령 한인 탁구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박인신(79)씨. 매주 2차례씩 뉴욕탁구장에서 탁구 fp슨을 하고 있는 박씨는 기자가 찾아간 이날도 어느 때처럼 구슬 땀을 흘리고 있었다.
박씨가 탁구 라켓을 처음 잡은 것은 6년 전인 73세 때. 1978년 간호사인 아내가 미국에 취업하면서 이민을 오게 된 박씨는 2003년 65세의 나이에 은퇴하기 전까지 청과상과 그로서리, 세탁소 등 스몰 비즈니스를 밤낮으로 운영하며 자녀 4명을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은퇴 후 집에서 TV만보며 시간을 때우고 배만 자꾸 나오는 자신의 모습이 싫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에 탁구 라켓을 잡았다. 이후 ‘이왕 시작하는 거 제대로 한번 배워보자!’며 회원 6명을 모아 탁구 코치에게 2년간 정식으로 강습을 받았다.
꾸준한 노력으로 상당한 탁구 실력을 쌓은 박씨는 자신이 다니던 뉴욕상록회에 자신처럼 탁구를 배우고 싶어 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을 보고 상록회에 직접 탁구교실 개설을 건의했다.
그렇게 작년 4월부터 시작한 ‘뉴욕상록회 무료 탁구교실 왕초보 8주 코스반’은 벌써 4기까지 수료해 30명이 넘는 노년의 학생들이 그의 지도를 받았다. 그는 브루클린 집에서 매일 1시간씩 직접 운전을 해 오전 9시30분께 탁구장에 도착한 뒤 제자들을 지도하고 오후 6시까지 여가를 보낸 뒤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1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평범한 노인들이 돈이 어디 있겠어요. 중국커뮤니티에서는 무료 강습이 많이 있다고 들었지만 한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무료 탁구 교실이 없었던 게 아쉬웠습니다. ‘그럼 내가 한 번 무료 탁구교실을 운영해보자’ 이렇게 시작하게 된겁니다”
무료 탁구교실이라고 해서 단순 친목으로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오산. 박씨는 미국탁구협회에서 공인한 코치 자격증을 수료한 정식 탁구 코치다. 지난해 8월 말부터 5일간 뉴욕에서 열린 탁구코치 자격증 세미나에 참석해 30시간의 수업을 듣고 마지막 테스트까지 통과하며 수료증을 손에 거머쥐었다.
10대부터 시작해 20~30대가 즐비한 세미나에서 최고령으로 참여한 그는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소화하기 위해서 세미나가 열리기 1년 전부터 엄지 손가락만한 두께의 탁구서적을 공부하며 이론기초를 닦았다.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탁구 코치 자격증을 따려한 이유에 대해 박씨는 “미국 이민생활에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자들의 실력이 향상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박씨는 “무엇보다도 매일매일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분 좋다”며 “아내와도 함께 탁구를 즐기는데 노년에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탁구만한 게 없다. 우리 부부는 크루즈 여행을 갈 때도 탁구채를 챙긴다”며 웃어보였다.
박씨는 자신에게 탁구를 배운 사람 등 50여 명과 함께 ‘조은건강생활탁구동호회’를 구성해 탁구를 더욱 즐기고 있다. 올해 4월에는 회원들과 함께 한국으로 탁구 원정을 떠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은 노인들에게 탁구를 가르치고 싶다는 박씨의 도전은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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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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