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지금, 반기문 불출마로‘대세론’일단 순항… 현재 판세 1강 4중 구도
▶ 보수 분열되면 MB처럼 압승 가능성…‘反문재인 빅 텐트’등 변수

문재인(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4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이외수 작가 등 과 함께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 북콘서트를 열고 있다. <연합>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월 1일 갑자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문재인 대세론’ 지속 여부를 묻는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19대 대선이 당초 예정대로 12월이 아니라 올해 4월 말쯤 ‘벚꽃 조기 대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대세론을 역전시킬 변수가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대세론의 미래는 두 가지길이 있다. 이명박의 길과 이회창의길이다. 2007년 대선 당시 보수 야권의 이명박 후보는 대세론을 끝까지 관철시켜 당선됐다. 당시 ‘진보 정권’10년에 대한 피로감으로 여권이 지리멸렬한 상황이어서 이명박 후보는 48.7%의 표를 얻어 26.1%의 득표율에 그친 여권의 정동영 후보를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차이로 제치고 승리했다. 만일 이번에 범여권이 분열된 채로 선거를 치른다면 문 전 대표가 압승을 거둘 수도 있다.
반면 정반대의 가능성, 즉 이회창의 길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1997년과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몇 년 동안 ‘대세론’ 소리를 들었지만 막상 대선 투표함을 열자 각각 김대중 후보와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했다. 대세론에 안주했다가 몰락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두 가지 길 중 어느쪽으로 갈 것인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문재인 대세론’이 일단 탄력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자신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최대 라이벌이 이탈했기 때문에 문 전대표는 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레이스에 임할 수 있게 됐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의 독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결정적 장애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문 전 대표가 3개월 후쯤실시되는 조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섣부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 교체’ 욕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범여권의 대표 주자였던 반 전 총장의 낙마와 보수 진영의 분열은 문 전 대표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 1일 오후 JTBC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긴급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 문재인 전 대표는 26.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지지율이 상승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12.1%)와 안희정 충남지사(11.1%)가 2, 3위를 기록했다. 이어 이재명 성남시장(9.9%)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9.3%) 순이었다. 1강 4중 구도를 형성한 것이다. 그 다음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4.3%)과 남경필 경기지사(2.0%)였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문재인 대세론은 순풍에 돛을 달고 달리는 형국이 된다. 하지만 문 전대표 측도 마냥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다. 정치는 생물이어서 석 달 사이에 수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변수는 반(反)문재인 정치세력들이 개헌 등을 고리로 ‘빅 텐트’로 불리는 연대를 추진해서 문재인 대세론 흔들기를 시도할 가능성이다.
스크럼을 짜서 문 전 대표를 포위하려는 움직임은 크게 두 차원에서 진행될 수 있다. 하나는 국민의당 등 제3지대 중심으로 빅 텐트 구성을 시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 세력이 보수대연합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선거 막판에 제 3지대와 범보수세력이 문 후보에 맞서 ‘연정’을 목표로 극적으로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국민의당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중심의 국민주권개혁회의와 통합하고 정운찬 전 총리 등을 영입해 ‘미들(middle) 텐트’를 치는 방안을추진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손 전 대표는 4일 회동을 갖고이 같은 연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김종인 전 대표등 더불어 민주당 비(非)문재인 세력일부를 끌어들이고 바른 정당과도 손을 잡는다면 ‘빅 텐트’ 까지 그려볼수 있다.
또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보수대연합’을 명분으로 재결집한다면 막판에 보수-진보 양강 대결 구도를 만들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이다. 최근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성남시장이 치열하게 2위 경쟁을 하면서 문 전 대표를 맹추격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당내 경선이결선투표로까지 이어진다면 안 지사와 이 시장이 연대해 문재인 우위 구도를 흔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위협할 정도로 추격할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민주당 조직을 상당 부분장악하고 있는 문 전 대표가 추월 당하는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셋째 변수는 내부에서 촉발되는 위기이다. 폐쇄적인 일부 측근들의 실수와 극성 ‘문빠’들의 인신 공격은 문 전 대표의 외연 확장 전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그림 전시회에서 누드화가 논란이 된 것과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문재인 대세론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
넷째 변수는 야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이다. 요즘 문 전 대표는 ‘정권 교체’ 기수를 내세워 호남에서 40%가량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대선 막판에 호남 민심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지 예단할 수는 없다.
다섯째 변수는 돌발 안보 이슈이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거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배치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 이념 갈등이 증폭되면서 대선 판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4월 말쯤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까지는 석 달가량 남았다.
선거에서 3개월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석 달 뒤 문재인 대세론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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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 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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