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유불리 분명하지 않아… 보수층 결집 효과는 일부 있을 듯”
▶ “김정남 암살 배경은 대안 권력 제거, 북한 고위층 겨냥한 경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13일 오전 9시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피살된 것과 관련, 안보 당국이 북한 김정은이 체제 안정을 위해 체제 급변시 ‘대안 권력’이 될 가능성이 있는 김정남을 암살한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이어 김정남 암살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북한과 안보 문제가 대선 정국의 주요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한목소리로 “야만적이고 포악한 일”이라고 규탄했지만 민감한 주제인 북한 발 변수가 지지층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감안한 듯 대응 수위와 방법에서는 온도 차를 보였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범여권 주자들은 이번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보고 김정은 위원장을 정면 겨냥한 뒤 사드(THAAD·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는 물론 핵무장론까지 꺼내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바른정당에선 “수도권에도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국민의당도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5일 대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3%까지 점진적으로 증액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뒤 김정남 암살에 대해선 “초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만약 정치적 암살이라면 있을 수 없는 야만적인 일”이라며 “북한은 예측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남북관계를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안희정 충남지사는 “북한 체제의 불안적 요소인지 정확한 내막은 모르지만 아주 경악할 사건”이라면서 “국민 여러분이 함께 힘을 모아 흔들리지 말고 나가자”고 호소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김정남 피살이 북한 정권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김정은 정권의 잔학성과 반인륜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성토했다.
그러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과 김정남 암살 사건은 대선 정국에서 어떤 영향을 줄까? 과거 선거에서 남북 긴장이 고조되면 보수 정당에, 화해·협력 이벤트는 진보 정당에 유리하다는 게 통념이었다. 가령 1996년 4월 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북한이 중무장 병력을 투입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해 4월 11일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당인 신한국당이 승리했고, 이 사건은 정보 당국이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북풍’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줄어들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북풍의 영향력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데다 북한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과 이에 따른 정부의 ‘5·24 조치’는 그해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됐지만, 결과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패배였다.
이번 사건도 표면적으로만 보면 보수 진영(자유한국당, 바른정당)에 호재로 인식될 수 있지만, 선거 구도를 뒤흔들 만한 요인은 아니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윤희웅 오피니어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미사일 도발과 김정은 암살은 한국 내에서 직접 벌어진 일이 아니어서 더 큰 도발로 이어지지 않는 한 대선 판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탄핵 국면에서 위축됐던 보수층의 정치적 의사 표출을 자극하는 효과는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은 “과거에는 북한 변수가 보수에 유리하게 작용했으나 요즘에는 여야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진다”면서 “다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암살은 사드 배치론을 강화하는 등 안보 문제에서 우클릭·보수화를 가져오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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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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