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분노 없이 정의 없다” 안 “정의의 마무리는 사랑”
▶ 안, 지지율 하락 의식해 사과… 문 ‘확전’ 피하고 봉합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1, 2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을 놓고 사흘 동안 논쟁을 벌였다. 얼마 전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이은 2라운드 논쟁이다. 안 지사의 ‘선의’ 발언에서 시작해 ‘지도자의 분노와 사랑’으로 전선이 옮겨졌던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간 논쟁은 21일 일단 봉합됐다. 마침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10% 이내로 좁혀진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논쟁의 득실은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국민일보 의뢰로 17∼18일 전국 성인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는 31.9%, 안희정 지사는 23.3%,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12.8%의 지지율을 보였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 국민일보 조사(2월5일)보다 0.6%포인트 내렸다. 그러나 안 지사는 지난 조사보다 8%포인트 급상승하며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8.6%포인트로 좁혔다.
이번 논쟁은 안 지사가 지난 19일 부산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다 뜻대로 안 된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문 전 대표가 20일 “안 지사의 발언에 분노가 빠져 있다”고 지적하자 안 지사는 “지도자의 분노는 피바람을 일으킨다”고 맞대응했다.
21일 문 전 대표는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라면서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심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안 지사는 “분노는 정의의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그 실천과 마무리는 사랑”이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가 내세운 ‘분노’에 ‘사랑’으로 맞선 것이다.
그러나 안 지사는 이날 오후 “그것(선한 의지)이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이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건 아무래도 많은 국민께 다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제 예가 적절치 못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소식을 들은 문 전 대표는 곧바로 “처음부터 안 지사는 통합을 강조한 것이었고, 그것을 강조하다보니 말이 좀 꼬이면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확전을 피했다.
이번 논쟁은 단순한 말 싸움이 아니라 두 사람이 그동안 강조해온 ‘대청소론’(문재인) ‘대연정론’(안희정)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 철학과 노선, 리더십 스타일, 집권 이후의 연정 범위 등을 둘러싼 논쟁으로 볼 수 있다. 또 경선에 임하는 전략 차이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촛불 민심’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선명성을 통해 전통적 야권 지지층을 결집해 ‘대세론’을 굳히려는 문 전 대표와 통합과 협치를 내세워 중도와 보수로의 외연 확장을 통해 ‘대세론’을 흔들려는 안 지사의 전략 차이가 반영된 것이다. 이번에 양측이 휴전에 들어갔지만 근본적 인식차가 해소된 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경선 과정에서 유사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 지사가 당초 ‘선한 의지’ 논란에 대해 “제 마음 속에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가 태도를 바꿔 공개 사과한 것은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선의’ 논쟁이 벌어진 뒤 안 지사의 지지율이 하향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안 지사의 지지율은 지난주에는 20%를 넘어섰으나 ‘선한 의지’ 발언이후인 금주 초에 하루에 1% 가량씩 떨어지는 추세로 바뀌었다”면서 “대연정 논란 때와 달리 이번 논쟁에서는 안 지사가 약간 손해를 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 전 대표는 이번에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를 꺾기 위해 직접 나서 강한 펀치를 날렸다. 하지만 논쟁 과정에서 ‘분노’ 등의 표현을 쓴 것은 자신의 외연 확장 전략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일정 선에서 논쟁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쟁에서는 일단 안 지사가 판정패를 당했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아직도 민주당의 경선 결과를 단정하기는 이른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에 안 지사의 지지율이 주춤해진 게 사실이지만 안 지사의 지지율이 계속 하향세로 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 대선을 치른다고 해도 앞으로 대선후보 경선까지는 한 달가량 남았으므로 ‘문재인 대세론’이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안희정 대망론’이 추월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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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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