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각 땐 혁명” “인용 땐 내란”위협… 양측, 3·1절 총동원령
▶ “박 대통령·대선주자, 헌재 결정 승복하고 집회 자제 호소해야”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탄핵 찬반 세력 간 대립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헌재는 최종 변론 날짜(27일)를 바꿀 수 없다고 강조해 3월 10일에서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임기 종료일인 3월 13일 사이에 대통령 탄핵 결정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찬반 세력 가운데 일부는 “기각되면 혁명” “인용되면 내란”이라고 위협하면서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있어서 헌재의 탄핵 결정 선고 이후의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각각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는 탄핵 찬반 세력은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지난 주말(25일) 올해 들어 최대 규모 세 대결을 벌인데 이어 수요일인 3·1절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지난 25일 광화문 앞 촛불 집회와 대한문 앞 태극기 집회를 450m 거리로 분리시킨 경찰버스 차벽을 지켜본 한 시민은 “두 세력이 정반대 주장으로 ‘애국’을 외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메우기 힘든 대협곡을 연상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정치권이 집회를 활용하면서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면서 “정치권이 헌재 결정 승복을 다짐하고 국민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탄핵 찬반 세력 대립이 과열됨에 따라 헌재는 지난 23일 헌법재판관 8명 전원에 대한 24시간 신변보호를 경찰에 요청했다. 22일 헌재에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해주면 시가전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며 “내란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고 위협 발언을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에 “국민 상실감을 생각하면 ‘당연히 존중해야죠’라고 하기 어렵다”고 애매한 답변을 했다. 같은 당의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당초 “탄핵 기각 시 혁명밖에 없다”고 말했었으나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서는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더라도 정치인들은 승복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3월1일 오전부터 대한문 앞 광장 등에 모여 태극기를 들고서 ‘탄핵 무효’ 주장을 이어가기로 했다. 탄기국은 친박 단체인 박사모 홈페이지 등에 일찌감치 3·1절 총동원령을 내렸다. 전날 집회에서는 3·1절 집회를 ‘마지막 승부처’ ‘제2의 건국일’ 등으로 표현하며 참석을 독려했다. 당일 집결할 인원을 500만명이라고 주장한 탄기국은 집회 뒤 헌재뿐 아니라 청와대 방향 행진도 예고했다.
탄핵 찬성 촛불 집회를 주최해온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도 같은 날 오후 5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3·1절 맞이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기로 했다. 퇴진행동은 25일 집회에서는 “3월 1일 촛불을 들자”며 “범죄자 박근혜가 구속되고 공범들이 구속되고, 모든 적폐가 청산될 때까지 우리는 촛불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공동 결의’를 낭독했다. 퇴진행동도 이날 청와대와 헌재 방향으로 행진하기로 했다. 이처럼 양측이 3·1절에 대규모 도심 집회 및 행진을 예고하면서 두 세력 간의 충돌이나 일부의 극단적 행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퇴진행동은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전국 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탄핵심판 변론을 27일 끝내기로 한 헌재에 탄핵안을 반드시 인용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특검팀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28일로 만료되는 수사 기간이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등 야권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사전에 테러 위협 첩보가 입수된 문 전 대표 곁에는 경찰 신변보호조가 따라붙었다. 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100만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107만8,130명이 촛불 집회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25일 오후 시청 앞 서울광장 인근에서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
반면 탄기국은 25일 촛불 집회에 앞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14차 탄핵 기각 총궐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서 정광용 탄기국 공동대표(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는 “악마의 재판관 3명이 있다. 이들 때문에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다.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적 발언을 쏟아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오후 6시쯤부터 남대문, 서울역, 염천교, 중앙일보, 서소문을 거쳐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했다. 탄기국 측은 이날 집회에 3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은 두 집회의 규모를 밝히지 않아 실제로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 중 어느 쪽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분석이 나왔다.
한 정치학자는 “탄핵 결정 이후 대선 과정에서 국론 분열이 격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대선주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기획된 것’이라는 주장을 접고 국민들에게 다시 사과하면서 헌재 결정 승복을 촉구해야 한다”면서 “정치권도 정세균 국회의장의 주도로 헌재 결정 승복을 약속하고 시민들의 집회 자제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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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서울지사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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