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D 이명숙 할머니‘아름다운 우리말과 풍습’펴내
▶ 호칭·예법 등 소개…잘못된 악습도 지적

이명숙씨(오른쪽)가 이해경 옹주와 함께 고종 황제의 사진을 들고 있다.
“요즘 들어 ‘욕 봤다’란 표현을 흔히들 씁니다. 그 사람들이 모르고 쓰는 것이겠지만 이는 참으로 망측스럽고 고약한 말입니다. 여자가 외간 남자에게 겁탈을 당하거나 혹은 윤간 당했다고 할 때 ‘욕 봤다’고 합니다. 그러하니 자기 딸이나 며느리에게 ‘오늘 너 욕 많이 보았다’라고 하면 얼마나 고약하고 끔찍스러운 말입니까. 욕 중에도 제일 무서운 욕이지요.”
우리말과 풍습에 스민 일제의 잔재와 악습을 바로잡으려는 귀중한 회고록이 세상에 나왔다. 메릴랜드 락빌의 이명숙 할머니(85)가 최근 펴낸 ‘아름다운 우리말과 풍습’(좋은땅)은 말과 법도가 무너진 이 불경의 시대를 향한 죽비 같은 꾸짖음이자 새봄의 숨결 같은 일깨움이다.
이 할머니는 그의 가문을 통해 전승돼온 언행의 유산을 통해, 또 자신의 삶 속에서 터득하고 도야한 현숙한 지혜를 통해 전통문화사전 같은 위업을 후세에 남겼다.
제5장 ‘우리나라의 바른 말’에서 그는 부친과 가친, 아버님과 아버지, 아랫사람에 대한 호칭, 시댁, 친정에서의 호칭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가령 아버지의 높임말로 흔히 쓰는 ‘부친’에 대해 일본에서 들어온, 썩 좋지 못한 말로 규정한다.
“일본 말에 ‘오야지’라고 하는 막말이 있는데 바로 부친이라고 하는 뜻입니다. 그 단어는 하층사람들이 쓰는 막말입니다. 그러니 자기 아버지를 격하하는 말인 줄 모르고 아버지를 높여 존경하여 쓰는 말인 줄 알고 쓰고 있는 겁니다.”
제6장 법도와 예절에서는 인사드리는 법도, 절하는 법과 예절, 제사 드리는 법과 뜻, 혼인 풍습과 약혼식, 혼수 등 우리가 잊고 지낸 전통의 미덕을 환기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과다 혼수에 대해 그는 우리 전통에 없는 잘못된 악습이라고 단언한다.
“요 근래 혼인을 할 때에 예물이라고 하여 신랑 댁에서 규수 댁으로 함 속에다가 패물을 잔뜩 넣어 보낸다고 합니다. 시부모 이부자리까지 해 가지고 간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리 높은 벼슬을 하는 정승, 판서 댁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혼수법은 없습니다. 그러한 악습으로 행복하여야 할 젊은이들이 마음고생을 하고 양가에서 좋지 못한 잡음이 생기고 하니 어른들의 그러한 몰지각한 행동은 아주 좋지 않고 볼썽사나운 일입니다.”
지은이 이명숙 할머니는 조선 왕가의 종친 가문에서 태어나 오랜 세교(世交)를 맺어온 경주 김 씨의 명문가 후손과 혼인했으며 1970년대 초반 가족과 도미했다.
이 할머니는 “요즘 후세들은 과거를 돌아보지 않으며 풍습과 말들이 민망하고 고약하게 많이 변해가고 있어 미래를 일궈나갈 후세들에게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우리말과 법도의 가르침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면서 “말과 행동이 사람을 만들고 그 사회와 민족의 값어치를 매기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발간 취지를 밝혔다.
이 책에는 또 자신의 성장과정과 가문 이야기와 함께 조계사에 얽힌 비밀, 조선 왕조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흥미진진한 사연들도 들어 있다.
고종 황제의 손녀딸인 뉴욕의 이해경 옹주는 추천사에서 “이 분이 전해주는 우리말과 예법, 풍습은 저도 놀랄 정도로 격식과 절제력, 합리적 품위를 갖춘, 우리 전통의 소중한 가치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며 “우리가 본받아야 할, 앞으로도 잊어져서는 안 될 귀중한 유산을 담은 문화사전 같은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