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고심 끝 구속영장 청구할 듯… 법원 판결에 엇갈린 전망
▶ 구속하면 보수층 결집 가능성, 여야 주자 사법처리 언급 자제
역대 전직 대통령 중 최장 시간 검찰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연 5·9 ‘장미 대선’ 전에 구속될까?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각 당 대선주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자 정점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은 총 21시간 넘게 검찰 조사를 받고 22일 아침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전날 오전 9시24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54분쯤 1001호 조사실에서 나와 귀가했다.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은 16시간 20분, 노무현 전 대통령은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뇌물수수·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 혐의 가운데 삼성 특혜와 관련한 433억원대 뇌물 혐의와 함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의혹에 따른 직권남용죄,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민간 기업 경영·인사 개입 등도 조사 대상이었다.
검찰 추궁에 박 전 대통령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또는 “잘 모른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혹에 대해선 기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범죄 의도가 없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조사를 마친 검찰은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비롯한 신병 처리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중앙지검장과 실무 수사팀장 역할을 맡은 한웅재 형사8부장과 이원석 특수1부장의 의견을 경청해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장은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묘한 운명에 처했다. 검찰은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기본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심 흐름과 ‘미래권력’(유력 대선주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22일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 방향을 묻는 질문에 “조사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 증거법 등 법과 원칙에 맞게 판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검찰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미 공범 대부분이 구속된 상태이고 박 전 대통령에 적용된 13가지 혐의도 무겁기 때문이다. 사안의 중대성과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김 총장이 영장 청구를 고집하지 않고 불구속 수사해 재판에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영장이 청구되면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이 반발하고 결집하는 등 ‘후폭풍’이 불가피하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범이 구속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증거인멸 우려가 낮아 보이는 점, 현 상태에서 ‘처벌’ 의미 외에 실익이 크지 않아 보이는 점 등도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을 감안하면 구속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고 점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문제를 놓고 ‘촛불집회’ 세력과 ‘태극기집회’ 세력으로 양분돼 있지만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65%를 넘었지만 불구속을 바라는 견해는 20%가량에 그쳤다. 그리고 ‘미래 권력’의 속내는 양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구속을 주장했으나, 대다수 대선주자들은 보수층 유권자들에 미칠 파장을 의식해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실제로 구속할 경우에는 보수층 결집 효과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 일부에선 이번에 구속해야 박 전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영향력 행사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김 총장은 민심 흐름을 반영해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 영장을 발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통상적으로 범죄 혐의가 소명될 뿐 아니라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지 않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구속 여부를 떠나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선후보 등록 이전인 내달 초·중순에 재판에 넘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지만 기소 시점을 아예 대선 후로 미루는 것도 검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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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서울지사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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