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 사용으로 궁지에 몰린 시리아 정부군이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의 공습으로 수백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자신이 받고 있는 화학무기 공격 혐의가 미국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시리아군은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의 화학무기시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국제동맹군의 공습에 파괴되면서 민간인이 대거 희생됐다고 13일 주장했다. 그러나 미군은 시리아군의 주장을 ‘의도적 거짓정보’라고 일축했다.

시리아군의 발표 내용은 전날 오후 5시30분께 IS 격퇴 국제동맹군이 데이르에조르주에 있는 IS와 알카에다의 독가스 비축시설을 공습했다는 것이다. 파괴된 시설에서 황색연기가 치솟았고, 이에 노출된 일대 민간인 등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시리아군은 주장했다.

또 이번 미군의 공습으로 데이르에조르에 있는 IS와 알카에다가 화학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시리아군의 발표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시리아군은 구체적인 인명피해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주장의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군은 시리아군의 주장이 ‘허위’라고 일축했다. IS 격퇴 국제동맹군의 대변인인 존 도리언 미 공군 대령은 외신의 확인 요청에 “동맹군은 그 시간에 해당 지역을 공습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도리언 대령은 “시리아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것 같다”고 의심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1일 락까 부근에서 IS 격퇴전 동맹인 ‘시리아민주군’(SDF)을 공습, 18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오폭이 동맹세력의 정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주체가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12일 시리아의 알아사드 대통령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혐의는) 100% 조작된 것”이라면서 “미국을 위시한 서방이 테러범과 결탁해, 우리를 공격하려고 사건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화학공격에 사망한 아이들의 끔찍한 모습이나 산소마스크를 쓴 채 고통스런 치료를 받는 아이들의 영상도 ‘가짜’로 몰아붙였다. 그는 공격 지시가 내려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몇년 전에 화학무기를 모두 포기해 보유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사드는 또 화학무기 사용 혐의 이후 미군의 공격을 받았지만 시리아군이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제 화학무기 감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13일 시리아 이들리브 주 칸셰이쿤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신빙성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OPCW는 전문가들이 수집 가능한 모든 정보를 분석했다면서 “이것은 신빙성이 있는 주장이라는 게 그들의 잠정 결론”이라고 밝혔다.

아흐메트 위쥠쥐 OPCW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팩트수집’을 통해 칸셰이쿤에서 채취된 샘플들을 확보했고, 이를 실험실로 옮겼다면서 “전문가들이 현재 다양한 경로로 수집한 정보를 분석 중이며, 앞으로 2∼3주면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