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 총리 인준 위해 ‘양해’ 요청, 국민의 당 협조로 청신호
▶ 탈권위·소통으로 지지율 고공행진, 인사 검증·북한 도발 ‘2중 속앓이’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한국시간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정부의 허니문은 20일 만에 끝나는가?”
새로 들어선 정부가 일정 기간 야당 및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공격을 덜 받는 것을 ‘허니문’((honeymoon·밀월)이라고 한다. 하지만 ‘5·9 장미 대선’ 승리 이후 지지율 고공 행진을 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내각 인선에서 암초를 만나 국민과 야당에 양해를 요청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이 같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지명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 검증은 당초 순항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 후보자 외에도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3명의 위장전입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뿐 아니라 국민의 당과 바른정당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확산됐다.
이에 따라 26일 예정됐던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고, 임명동의안 처리는 당초 계획했던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야 3당은 결국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는 5대 인사 원칙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의 논란은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5대 비리 배제 원칙이 깨끗한 공정 사회를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실성 있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20일 만에 인사 검증 논란과 관련해 사과는 아니지만 ‘양해’ 요청 형식으로 사실상 유감 입장을 표명하게 된 셈이다.
또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 관련자는 앞으로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하겠다”고 새 기준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으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국민의 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나머지 야당들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협력 방침을 정했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총리 인준안 처리 요청에 ‘수용 불가’ 당론을 정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 당의 협조로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인준안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총리임명 동의안이 처리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한데 반대 당론을 정한 자유한국당 의석은 107석으로 과반 의석(150석)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난항을 겪던 이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청신호가 켜짐에 따라 문 대통령은 개각 과정의 첫 장애물을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장전입 사실이 밝혀진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도 잘 넘겨야 할 뿐 아니라 후속 장관들 인사에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게다가 앞으로 장관 후보자들이 본격적으로 내정될 경우 인사 검증 기간은 한두 달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가 미리 밝힌 딸의 미국 국적, 위장전입 외에도 두 딸의 증여세 탈루 의혹이 새로 밝혀진데다 위장전입 사실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강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이틀이 지난 뒤 공동명의로 경남 거제에서 1억6000만원 상당의 2층 주택을 구매한 두 딸의 증여세 464만원을 뒤늦게 납부했다. 또 장녀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2000년 이화여고로 전학하는 과정에서 ‘친척집’에 위장전입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한 것과 달리 당시 위장전입 했던 주소지 전세권자가 이화여고의 전(前) 교장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는 위장전입 주소지 소유자와 거주자 신원을 자신이 몰랐으며, 남편이 청와대 측에 잘못 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초에 고위 공직 인사 검증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지지율 하락 현상을 겪었다. 이번에 보궐선거 형식으로 대선이 치러져 대통령직인수위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취임한 문 대통령은 파격적인 탈권위·소통 행보와 ‘3철’로 불리는 최측근의 공직 인사 배제 등으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아왔다. 대선 때 득표율이 41%에 그쳤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0% 이상으로 급등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 보름가량은 인사 논란에 거의 휘말리지 않았고, 그 대신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선한 의지’로 보여줄 수 있는 탈권위·소통 행보를 함으로써 ‘고속도로’를 달리며 국정운영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리 후보자 등 고위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도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후보자는 아들의 어깨 탈골로 인한 병역 면제 의혹을 잘 넘기는 듯했다. 이 후보자가 당시 아들을 군대에 보내려고 탄원서까지 썼다고 해명하고, 결국 아들의 뇌하수체 종양 발병으로 군 입대를 포기했다고 밝히자 여론은 잠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미술 교사였던 이 후보자 부인이 1989년 서울 평창동에서 9개월 동안 강남구 논현동으로 위장 전입한 것이 ‘강남 학교에 발령 받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명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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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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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떤 도움도 안되는 자유한국당 제발 방해나 하지 말았으면..
그쳐~ 아랫분에 동감
고위 공직 금수저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있나 문제인도 피해 갈순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