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대학생 ‘의식불명 귀환’사망 계기 북한여행 우려 증폭
▶ 국무부 방문자제 경고…여행금지 여론 고조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나 귀국한 뒤 사망한 가운데 이번 일을 계기로 미주 한인을 포함한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한인 미 시민권자 3명과 캐나다의 임현수 목사 등 4명이 여전히 억류돼 있는 가운데 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웜비어에게는 무슨 일이
모험을 좋아해 북한을 찾은 멀쩡했던 대학생 웜비어가 심각한 뇌손상을 당해 거의 식물인간 상태로 돌아온 뒤 숨지자 북한에서 억류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상태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는 지난 14일과 15일 언론 인터뷰 및 기자회견 등을 통해 아들이 북한에서 ‘짐승취급’과 학대를 당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오랜 반미 감정에도 불구하고 억류한 미국인들에 대한 신체적인 폭력은 삼가왔다는 점에서 웜비어에 대한 야만적 행위는 ‘미스터리’라고 전했다.
그러나 앞서 2009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43일 만에 풀려난 미 시민권자 선교사 로버트 박씨는 북한에서 끔찍한 고문을 당해 죽여달라고 애원한 사실을 밝히는 등 신체적 폭력을 호소한 사례도 없지 않다. 지난 1996년 억류됐던 미국인 에반 헌지커는 풀려난 지 한 달도 안 돼 자살하기도 했다.
■북한 억류자는
현재 북한 당국에 붙잡혀있는 미국인은 김동철 목사와 김상덕 교수, 김학송씨 등 모두 한인 시민권자들이다. 여기에 캐나다 한인 임현수 목사도 2년 넘게 북한에서 복역하고 있는 등 북미주 지역 한인들 4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상태다.
김동철 목사는 지난 2015년 10월 나선경제무역지대에서 군사 자료가 든 USB를 건네받았다는 이유로 붙잡혀 지난해 4월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받았다. 또 평양과학기술대에서 한 달간 초빙 교수로 강의를 마치고 출국하려던 김상덕 교수도 역시 2015년 10월 적대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북한 당국에 붙잡혔다.
이어 올해 6월에는 평양과학기술대 운영 관계자로 사업을 하던 김학송씨가 역시 적대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억류됐다.
캐나다 한인인 임현수 목사는 1997년부터 18년간 북한에 100여 차례 드나들며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인도주의 지원사업을 펼쳤으나 2015년 1월 북한 나선지역에서 평양으로 이동하다가 체포돼 같은 해 12월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 국적자는 모두 13명이다.
■북한 여행 금지 여론 커져=웜비어의 비극에 대해 미국 내 여론이 들끓으면서 미국인의 북한여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은 시민권자들의 북한 여행을 허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시민’의 신변에 심각한 이상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 현실화한 데다, 현재도 미 시민권자 한인 3명이 여전히 억류돼 있는 상황에서 언제 위험한 일이 생길지 모를 북한 여행을 자유롭게 놔둘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서방 진영에서 북한을 찾는 여행객은 연간 5,000여 명 수준이다. 지난 2013년 6,000여 명까지 늘었다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맞물려 다소 감소한 상태다. 이 가운데 약 1,000명이 미국인으로 추정되며, 이와 별도로 교육적•인도주의적 지원 목적으로 최소 수십 명에서 최대 수백 명이 북한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북한여행은 이색 경험을 추구하는 여행객들의 수요와 맞물려있다. ‘금단의 땅’을 밟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소한 경범죄만으로도 북한 당국에 억류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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