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우즈벡전서 호흡…우려 속 시너지 효과 기대
황희찬 <연합>
이동국 <연합>
불혹의 나이를 눈앞에 둔 백전노장 베테랑 이동국(38·전북)과 약관의 신예 황희찬(21·잘츠부르크)이 벼랑 끝에 선 한국 축구를 구하기 위한 투톱으로 나설까.
한국 축구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14일 오는 31일과 내달 5일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에 이동국을 전격 승선시키면서 이동국-황희찬 투톱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두 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운명의 2연전에서 이들에게 쏠리는 기대는 크지 않을 수 없다.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단 이동국은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듣고 “내가 들어가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대표팀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출전 시간이 주어지면 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1979년 4월 29일인 이동국은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 최고령이다. 1950년 4월 당시 김용식이 39세 274일의 나이로 홍콩전에 뛴 바 있다. 이동국이 오는 31일 이란전에 출전하면 38세 124일이 되며 이는 2008년 1월 30일 칠레와 친선경기에 마지막으로 뛰었던 김병지(1970년 4월 8일생)의 37세 298일을 뛰어넘는다.
또 역대 최장기간 대한민국 대표팀 A매치 출전 1위 기록도 갈아치운다. 이동국은 1998년 5월16일 자메이카와 친선경기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이란전은 그로부터 19년 107일째가 되는 날이다. 현재 최장기간 1위는 이운재의 16년 159일로 이운재는 1994년 3월 5일 미국과 친선경기에 처음 나선 뒤 2010년 8월 11일 나이지리아와 친선경기에 마지막으로 뛰었다.
이동국의 A대표팀 승선은 2014년 10월 코스타리카와 친선경기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베테랑 이동국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지난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취임 직후 “나이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선수를 주시하고 있다. 이동국도 머릿속에 들어있다”라고 말했지만 이는 모든 K리거에게 분발하라는 촉구의 메시지로 여겨졌을 뿐 실제로 이동국이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신 감독은 이동국을 실제 대표팀에 뽑았다. 신 감독은 “이동국은 단순히 정신적 지주가 아니라 경기에 뛰는 타깃 스트라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이동국의 움직임이 절대 나쁘지 않아서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K리그 20년 차인 이동국이 처음 태극마크를 단 것은 당시 만 19세였던 지난 1998년의 일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차범근호에 승선한 이동국은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네덜란드와의 경기(한국 0-5패)에서 강력한 중거리슛을 시도해 한국선수 중 가장 인상적이라는 호평과 함께 대형 스트라이커 출현을 알렸다. 하지만 2002 한일월드컵때는 히딩크 감독의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입고 월드컵 본선 출전 꿈을 접어야 했으면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선 후반 교체멤버로 뛰었다.
한편 이동국이 만 19세의 나이로 월드컵 무대에 나섰을 때 황희찬은 겨우 두 살짜리 아기였다. 두 선수의 나이 차는 무려 17살로 동료는커녕 형님이라고 부르기도 버거운 차이다.
이동국-황희찬의 조화는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두 선수의 호흡 문제는 여러 걱정거리 중 하나다. 두 선수는 실전 무대에서 함께 뛰어본 적이 없다.
황희찬은 2014년 포항 스틸러스 유스팀인 포항제철고에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곧바로 이적해 K리그 경기를 뛰지 않았다. 국가대표에서도 만나지 못했다. 이동국은 최근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했고, 황희찬은 지난해 9월에야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 특유의 존대문제도 걱정스럽다. 경기 도중에 엄청난 대선배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과연 황희찬이 이동국 앞에서 자신있게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의문부호가 남는다.
더군다나 황희찬은 그동안 나이 많은 형들과 경기를 펼칠 때면 위축되는 경향이 많았다. 눈치 볼 것 없는 오스트리아에선 황소처럼 뛰어다니며 많은 골을 터뜨렸지만, 정작 대표팀에선 선배들 사이에서 어깨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하지만 기대되는 측면도 많다. 우선 두 선수의 경기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이동국은 문전에서 슈팅 기회를 놓치지 않는 ‘저격수’에 가깝지만, 황희찬은 공간을 침투하고 수비수와 거친 몸싸움을 마다않으며 스스로 슈팅 기회를 만들어내는 ‘전투병’같다. 경기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 수비수보다 반 박자 빠른 패스, 예상치 못한 터닝슛, 골대를 정확하게 조준하는 슈팅이 뛰어난 이동국과 저돌적 돌파를 마다않는데다 쉬지 않고 뛰는 젊은 피 황희찬이 힘을 합치면 의외의 시너지 효과를 볼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동국의 존재만으로 황희찬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도 있다. 황희찬은 그동안 소속팀보다 대표팀에서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베테랑 선수도 열심히 뛰는데, 어린 선수들이 느긋하게 뛸 수 있겠나”는 말로 이동국의 발탁에 따른 부수효과도 제시했다. 과연 무려 17년의 세월은 사이에 둔 두 공격수가 벼랑 끝에 선 한국축구를 구해낼 환상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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